정윤정 GS홈쇼핑 쇼핑호스트
“상품에 ‘나’를 녹여넣어라”
“저여자를 보면 나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아. 그런데 너는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니?”
어머니의 이 한마디는 ‘쇼핑호스트 정윤정’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다른 쇼핑호스트의 방송을 본 어머니가 정윤정 씨의 방송을 지적하며 ‘너는 혼자 말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업계 1위 GS홈쇼핑의 간판 쇼핑호스트로 소위 ‘하드세일’은 자신 있는 그녀였다. 하이톤의 자신감 있는 말투와 풍부한 표정은 그녀만의 강점이었지만 바로 그 점이 주요 고객이었던 30~40대 주부들에게는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최근 그녀는 눈과 어깨에 힘을 뺐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를 하는 평범한 주부로서 브라운관 앞에 앉은 동네 주부들과의 일대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계란프라이를 100번 해본 사람과 이제 10번 해보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연륜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계란프라이를 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이렇게 해도 되는데?’라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죠.”
그녀가 방송했던 모 연예인이 만든 40만원대의 모피코트는 분당 1300만원 정도를 팔았다. 방송하는 60분 동안에 8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판매고를 올린 그녀만의 비결은 간단하다. 무조건 물건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거짓말하지 않는 쇼핑호스트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 덕분이다.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지는 쇼핑호스트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방송에서 제품의 단점을 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너무 극단적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뻔히 그 점 때문에 불만이 제기될 것을 알면서도 금기시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제품의 단점을 편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비타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40만원대 고가의 화장품도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한 예다. 피부에 닿으면 따끔거린다는 점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불만 제기가 많았던 상품이다.
“귤을 먹으면 신맛이 나죠? 그것처럼 비타민이 피부에 닿아 따끔거리면 피부가 진짜 반응하는구나라고 생각하세요. 만약에 따갑지 않으면 저희한테 바로 연락주세요.” 멘트를 이렇게 바꾼 것이다. 그 뒤 외국 본사에도 피부가 따끔거린다는 문의가 현저히 줄었다고.
“인간 ‘정윤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 없는 제품은 더 솔직하게 방송해요. 고객이 쇼핑호스트의 말에 속아 물건을 구입하면 저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을 수도 있거든요. 회사에 속한 몸이기 때문에 판매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또한 그녀만의 쇼핑호스트 노하우도 이야기한다.
“상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아무리 포장을 해도 잘 안 나갑니다. 30%가 나가는 물건이 100% 판매될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70%를 100%가 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 키포인트는 바로 콘셉트입니다.”
정윤정 씨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격이라고 비유한다.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정윤정화’하는 것을 즐겨 사용한다고.
쇼핑호스트의 역량은 아이디어와 핸들링이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골드체인을 방영할 때 그녀가 사용했던 방식, 손등에 골드체인을 모두 엮어 시연했던 방식은 현재 전 채널에서 대부분의 쇼핑호스트가 사용하고 있다.
드라마나 잡지 등을 보면서 늘 인용할 거리를 찾는다. 아이디어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쇼핑호스트의 가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쇼핑호스트의 역량은 아이디어와 핸들링이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골드체인을 방영할 때 그녀가 사용했던 방식, 손등에 골드체인을 모두 엮어 시연했던 방식은 현재 전 채널에서 대부분의 쇼핑호스트가 사용하고 있다. 이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집에서 거울을 보면서 모든 각도에서 손을 돌려보며 고민했다고.
또 ‘청바지는 정윤정’이라는 인식을 만들기 위해 거울 앞에서 청바지를 입고 어떤 자세를 취하면 가장 이쁜 핏(fit, 매무새)이 나올까를 연습했다. ‘춤추는 쇼핑호스트’도 그녀가 생각한 아이디어다. 당시 최고의 화제였던 엄정화의 ‘뱅’헤어와 스모키 메이크업을 차용해 오프닝에서 춤을 추는 방식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녀는 방송에 판매할 제품은 반드시 미리 사용해본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짜로 시연 제품을 받지는 않는다고. ‘당신은 돈주고 구입하지 않았으니 좋다는 말을 하지’라는 인식을 주지않기 위해서다. 철저하게 고객과 같은 입장에서 제품을 바라보ㅗ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스무살에 리포터로 방송을 시작했어요. 적은 돈으로 옷을 구입해야 했기에 좀 더 싼 옷을 찾아다녔고 덕분에 홈쇼핑 중독자가 됐죠.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홈쇼핑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해요. 저는 고객과 편안한 친구가 되고 싶어요. 여자들은 친구들에게 정보를 많이 얻잖아요. 조금 오버해서 말해도 무조건 믿어주는 친구, 그런 진실한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게 제 목표입니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