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대한생명 수석FC
“‘나’라는 브랜드를 지켜라”

그해 겨울을 잘 보내면 보릿고개를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동절기 한파보다 경제 한파가 더 추운 2008년 겨울은 내년 봄의 보릿고개(실물경제 위기)를 예상하는 듯하다. 모두 보릿고개를 어떻게 보낼지 걱정하지만, 영업맨들은 보릿고개를 지금 실감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다 보니 신규고객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은 더 심각하다. 신규고객은커녕 기존 고객들은 보험계약을 해약하겠다고 전화한다. 대한생명 KLD사업부 이기대 컨설턴트도 일주일에 받는 전화 중 80%가 해약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전한다.
“해약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게 하루 일과입니다. 제 고객들은 기어이 해약하겠다는 분은 없으세요. 가입했을 때부터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으로 제공했던 상품이니 만큼 지금 해약할 이유가 없거든요. 해약하겠다는 고객들에게는 ‘처음에 가입했던 이유’를 강조합니다. 정말 필요한 상품은 고객들도 해약을 함부로 하지 않거든요.”
이 컨설턴트가 보험영업을 시작했을 때는 2005년 12월이다. 초창기 영업활동은 형편없을 정도로 실적이 낮았다. 부산에 사는 지인들에게까지 문전박대를 당한 그는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2006년 8월 그는 영업 전략을 바꿔보기로 했다. 역발상으로 상품이나 계약 실적에 신경 쓰지 않고 고객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몇 번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고객니즈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 이제는 한 번 만나고도 고객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님과의 만남이 제 영업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사장님은 법인자금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하시더라고요. 짧은 소견으로 연금보험으로 법인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죠. 다음날 월 300만원의 연금보험을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전화 영업으로 하루만에 16건, 총 250만원의 계약 실적을 올렸죠. 고객의 하소연을 듣는 것이 포인트라는 것을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현재 그는 억단위의 세금신고를 할 정도의 억대 연봉자가 돼있다. 올해 대한생명 연도대상에서 아깝게 2, 3위에 그쳤지만, 내년도에는 꼭 달성하겠다고 다짐한다.
“통장에 1000만원이라는 소득이 찍히는 순간을 지금도 잊지 않아요. 내가 한 만큼 돌아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요. 기업도 영업한 만큼 순이익이 돌아오죠. 영업맨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CEO’라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거죠. 투자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로 자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영업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이 컨설턴트의 영업전략은 ‘STC’이다. STC는 고객니즈와 리스크를 깊이 파헤친 후(Seek), 정곡으로 찌르거나 위로해 주면서(Touch),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 상황을 변화(Change)시킨다. 포인트는 ‘계약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컨설턴트는 “하소연을 통해 고객니즈를 파악하고 상품을 소개하면 저절로 계약은 성사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2009년에는 생존하는 자가 이기는 자… 기존 고객 발판으로 실적 유지하며 ‘나’라는 브랜드를 지킨다.

실례로 중소기업 한 사장의 이야기이다. 이 컨설턴트는 그와 만나면서 사장의 외동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외동딸에게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사장에게 이 컨설턴트는 종신보험을 권유, 가입시켰다. 기업을 물려주기에는 딸이 어렸기 때문이다.
그 후 사장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집에 가압류가 들어왔다. 모든 자산이 기업 유지를 위한 대출담보로 잡혀있었던 것이다. 이때 효과를 발휘한 것은 당시 가입했던 종신보험이었다. 현재 대출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자산과 종신보험금액 일부로 가족들은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2009년 영업전략은 어떨까. 이 컨설턴트는 STC를 기본으로 기존 고객들을 유지·관리하는 데에 신경 쓰겠다고 말한다. 내년은 생존하는 자가 이기는 해이다.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
기존 고객에게 신규고객을 소개받는 것도 그의 2009년 전략 중 하나이다. 단순히 소개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PR, 즉 자기소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소개는 사업 확장으로 이어진다. 고객을 소개받는 것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리에 상부상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셈이다.
“저축성보험이나 연금상품에 가입한 기존 고객들에게 종신보험을 권유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종신보험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고객들도 종신보험의 필요성을 알고 있거든요. 그저 제가 겪었던 사례와 경험들을 이야기해줄 뿐이죠. 법인고객들에게는 해당 솔루션을 제공받았을 경우의 시나리오를 풀어줍니다. 비즈니스 조언과 더불어 전문가들을 소개시켜 드리기도 할 겁니다.”
기업들이 부실을 털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영업맨도 자신의 부실, 즉 스트레스를 털어야 건강하게 사업을 육성할 수 있다. 이 컨설턴트의 부실 관리 방법은 ‘걷기’이다.
걷기는 우울증 해소법으로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걸으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그는 1일 1시간 반을 꾸준히 걷는다.
“한 할리우드 배우가 남긴 명언이 있어요. ‘미리 감사하면 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이죠. 불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와요. 하지만 내가 지금 어디에 소속돼 있는 걸, 돈을 못 벌어도 영업하고 있다는 걸, 오늘 하루도 일할 수 있다는 걸 감사해요. 오늘에 감사하는 이유는 내일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9년 그가 세운 목표는 ‘최고의 브랜드는 이기대’라고 알리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는 곧 기업의 가치이다. 브랜드를 얼마나 알리느냐에 따라 해당 기업의 가치가 변화한다. 이 컨설턴트는 “내가 최고가 아니라면 고객에게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없다”며 “최고의 브랜드는 계속 알려야 가치가 올라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현희 기자 (wooang13@ermedia.net)

차재숙 캐리어에어컨 특판팀 소장
“고객을 쪼개고 또 쪼개라”

항공사에 다니는 남편 몰래 시작한 일이었다. 성과에 따라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영업 소장의 독려가 그녀에겐 ‘피로회복제’였다. 아침부터 발품을 팔고 가정집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세상 인심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반응은 차가웠다.
외판사원에게 문을 열어주는 가정은 거의 없었다. 깨소금이 쏟아지던 이 신혼의 영업사원은 ‘승부사’ 기질이 강했다.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분주히 돌아다녀도 실적이 제자리걸음이던 그녀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위기감이 변화의 촉매였다. 당시 그녀가 내민 카드가 ‘타깃 고객의 재분류’였다.
당시 가정주부 영업사원들은 관행적으로 가정집을 파고들었다. ‘주부들의 마음은 주부가 제일 잘 안다’는 통념이 한몫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오피스 타운이나, 봉제나 조립 등 중소기업 밀집지대로 활동 무대를 과감히 옮겼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여자 공원들은 그녀가 펼쳐든 상품 소개 카탈로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기념품으로 나온 시계를 선물받은 수위 아저씨는 그녀를 더 이상 제지하지 않았다. 오피스 타운의 남성 고객들도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이 여성 영업사원에게 부쩍 호기심을 보였다.
“제가 긴장한 빛이 역력했던지 하루는 한 부장 분이 웃으면서 좀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순풍에 돛을 단 격이었다.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회사 측(대우전자)은 남자 직원 두 명에 차량까지 제공해 주었다. 대우전자 영업 2관왕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 덕분이었다. 차재숙 캐리어에어컨 특판팀 소장은 방문 회사명, 대표자, 전화번호, 면담 내용 등이 깨알같이 적혀있는 수첩을 기자에게 보여준다.
손때가 묻어 누런 노트의 첫 장에는 지난 1996년 9월17일, 효성빌딩 13층에서 총무부 과장을 만났으며, 이 빌딩의 같은 층 상주 인원이 800명이라는 메모 내용이 실려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다. 영원할 것 같던 대우전자도 1997년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다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요 고객층을 재정의(Segmenta-tion)하고, 그들을 정밀하게 파고들며(Targeting) 스스로를 적절히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철저한 ‘SWOT’ 분석만이 살 길

영업 일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 닥쳐온 위기였다. 당시 그녀는 캐리어에어컨의 채용 담당자를 무턱대로 찾아가 영업왕 타이틀에 초점을 맞춘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차 소장은 캐리어에서 영업 인생 2라운드를 시작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고객 분석의 노하우를 더욱 담금질했다고 회고한다.
“ ‘요즘 부쩍 피곤하다’는 고객들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가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비타민 GNC를 보냈어요. 주요 의사결정권자 부인들과도 교류의 폭을 넓혀갔습니다.” 지난주에도 한 고객이 병원에 입원중인 사실을 알게 된 후 부인에게 ‘우족’을 보냈다고.
20년 가까이 영업 일을 하다 보니 가장 소중한 자산은 역시 고객에 대한 ‘배려’라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배려도 ‘시장 환경’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대우전자 시절, 닦아놓은 인맥 네트워크는 캐리어사의 과학적 시장 분석방법의 뒷받침을 받으며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세운상가, 용산 전자상가, 하이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는 시장 정보 획득의 전진기지이다. 업체별 에어컨 재고 물량, 그리고 매장 분위기 등을 감안해 오퍼 가격을 신속하게 재조정해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가격대를 제시했다.
차 소장은 캐리어 에어컨에서도 다시 두 차례 ‘영업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영업사원 13명을 거느린 특판팀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억대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이 회사 특판팀을 지휘하면서도 자신도 올해 무려 10억원에 달하는 영업 실적을 올렸다.
그런 차 소장도 요즘 고민이 많다. 주요 고객사인 건설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으며, 프랜차이즈업체들도 영 맥을 추지 못한다. 미국발 실물경기 위축의 후폭풍이 태평양을 넘어 맹위를 떨치면서 우리나라의 에어컨시장 수요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
차 소장은 최근 박미숙 특판 영업팀 실장을 엔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보내기로 했다. 화장 후에도 잘 지워지지 않아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아이라이너’를 사은품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구매력 높은 여성 고객들, 그리고 ‘남성 고객의 부인’을 파고들기 위한 위기 탈출책이다.
작은 선물 하나도 실리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정서를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먹혀들 수 있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기업 고객 데이터 분석 작업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실리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DM(Direct mail)발송을 일찌감치 중단한 것도 이러한 분석의 결과이다.
갑자기 발길을 뚝 끊거나, 에어컨 매입이 급증하거나, 에어컨 교체 시기를 맞은 기업 등이 모두 집중 공략 대상이다. 주요 고객층을 재정의(Segmentation)하고, 그들을 정밀하게 파고들며(Targeting) 스스로를 적절히 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일이 내년 영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분석이다.
케리어 본사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 실속형’을 내년 시장을 선도할 상품으로 규정하고, 경쟁사들과 한바탕 대회전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내년 생존의 노하우를 이렇게 정의한다. “올해까지 ‘팀워크’ 못지않게 영업사원들의 각개약진 또한 중요했어요. 하지만 내년은 소대장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발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해가 될 겁니다.”
그녀가 직원 회합을 통해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를 공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고객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시행착오를 예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차 소장은 대학에서도 ‘디자인’을 전공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을 분석하며, 자신의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는 능력에 관한한 여느 전문가 못지않아 보였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SWOT 전략’ 분석의 고수이다.
그녀가 평소 실천하는 ‘자기계발법’은 무엇일까. “하루 ‘15분’ 짜투리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일상에서 한걸음 벗어나 전체를 바라보거나,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목표를 다시 가다듬기 위해서이다. ‘스트레칭’을 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노림수는 명확하다. ‘업무 프로세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실행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생존할 수 있다. 업무에 얽매이다 보면 전체를 보기 어렵고, 성찰에 치우치다 보면 의지를 단호히 실행에 옮기는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희미한 불빛조차 보이지 않을 때는 ‘멘토’를 찾아보라”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조언이다. 차 소장도 대우전자 시절 영업 11관왕을 한 영업의 여왕 ‘권현숙’씨를 보며 위기탈출의 묘책을 배웠다고 한다. 권 씨는 영업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축제 기획 관련 회사를 차렸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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