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 속 할인 프로모션 ‘풍성’

지난 10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23.4% 감소한 데 이어 11월에는 다시 31%가 더 감소했다. 잘나가던 수입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혼다코리아의 경우 올해 수입차 중에는 최초로 한 해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서긴 했지만 최근 상황은 좋지 않다. 11월에는 385대 판매에 그쳤는데 이는 올해 최저 수준이며, 가장 많은 판매를 했던 7월의 1665대와 비교하면 23% 수준으로 떨어진 것. 올 들어 꾸준히 유지해 오던 수입차 월간 판매량 1위 자리도 BMW에게 넘겨준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크게 다를 게 없다. BMW코리아도 11월 들어 판매량 1위에 올랐지만 이는 다른 업체들의 판매부진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BMW의 11월 판매 대수는 9월 740대, 10월 553대에서 더 줄어든 422대를 기록했다.

수입차업체들은 이러한 전반적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고자 파격적인 할인 및 금융 서비스 지원 프로모션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수입차업계의 판매부진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평소 수입차를 구입하고 싶었던 소비자라면 그 어느 때보다 싼 가격에 수입차 구입이 가능하다.

벤츠, BMW, 렉서스는 금융 지원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무이자 12개월 할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자체 파이낸스사인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와 함께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이번 특별 금융 프로그램은 전 모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프로모션이다.

BMW와 한국도요타 등도 자체 파이낸스사를 활용해 금융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업체 중 자체 파이낸스사를 운용하고 있는 업체는 세 곳뿐이다. 차량 가격이 높을수록 개인 고객보다는 법인 리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자체 파이낸스를 활용하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BMW의 경우 12월 한 달간 5시리즈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6개월간 리스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528i 모델(가격 6750만원)을 구입할 경우 선납금 30%, 30개월간 월 61만343원을 납부하고 3년 후 상환유예금 60%를 지급하면 차량 소유가 가능하다.

렉서스 역시 도요타 파이낸셜 코리아와 함께 11월에 이어 12월에도 다양한 금융 혜택을 지원한다. 렉서스 ES350 슈페리어 모델(가격 6520만원)을 계약기간 36개월, 차량 가격과 등록비용을 포함한 리스 이용금액의 30%를 보증금으로 설정할 경우, 기존의 연리를 7.9%에서 5.99%로 낮춰준다.

이를 통하면 약 270만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ES350 프리미엄 모델(가격 5770만원)을 구입할 경우 약 240만원을 싸게 살 수 있다.

렉서스는 또한 IS250 스타일 에디션 모델(가격 4850만원)이나 IS250 프리미엄 모델(가격 4750만원)의 경우 같은 조건으로 계약할 시 연리를 4.99%까지 낮춰준다. 이 경우 3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혼다, 푸조, 사브는 취·등록세 지원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BMW코리아에게 내준 혼다코리아는 12월 한 달간 어코드, 레전드 구매시 등록세 및 취득세를 지원하며 CR-V와 시빅 구매시 취득세를 지원한다. 혼다코리아 역시 금융 프로그램을 물색해 보고 있지만 자체 파이낸스사가 없는 실정이라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한국시장에서의 높은 판매율을 바탕으로 전 차종에 걸쳐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시빅 2009년형 모델은 40만원, CR-V와 수입차 부문 올해의 ‘베스트셀링카’인 어코드는 50만원씩 가격을 올렸던 것.

하지만 최근 판매가 급감하자 취·등록세 지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번 취·등록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어코드3.5 모델(가격 3990만원)을 구입할 경우 등록세 181만원과 취득세 72만원을 합쳐 약 253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푸조 윈터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프로모션은 12월 한 달 동안 푸조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취·등록세를 전액 지원하는 것은 물론, 3년 후 차량 매각시 중고차 가격을 최대 50%까지(3년 6만Km 주행거리 기준) 보장하는 혜택까지 제공한다.

푸조의 이번 프로모션을 통해 취·등록세가 지원되는 차종은 207 전 라인과 디젤 라인인 407 HDi, 407 SW HDi, 쿠페 407 HDi, 607 HDi 등이다. 308SW HDi 등 일부 모델은 제외됐다. 모델별로 최소 192만원(207 GT)에서 최대 420만원(쿠페 407 HDi)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푸조의 중고차 가격 보장 프로그램은 가장 최근 출시된 308SW HDi를 포함한 전 차종 가능하다.
캐딜락과 사브를 판매하고 있는 GM코리아 역시 취·등록세 지원에 들어갔다. GM코리아는 캐딜락과 사브의 2008년형 모델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차종별로 등록세, 취득세 등을 지원하는 한편 주유권 증정, 내비게이션 무상 장착 등의 혜택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차량 가격의 약 10% 정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크라이슬러, 폭스바겐은 현금 할인
리스 금리를 낮춰주거나 세금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현금 구매시 차량 가격 자체를 인하해 주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크라이슬러는 현금 구매시 차량 가격의 약 10%를 할인해 주고 있다.

크라이슬러 300C 3.0 디젤 모델(가격 6280만원)과 크라이슬러 300C 3.5 가솔린 모델(가격 5780만원)의 경우 각각 차량 가격의 11%, 10%에 해당하는 700만원, 600만원이 할인된다. 즉 현금 구매시 300C 3.0 디젤의 경우 5580만원, 300C 3.5 가솔린의 경우 5180만원의 가격에 살 수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투아렉 V6 3.0 TDI를 기존 투아렉보다 1000만원이나 낮춰 내놓았다. 폭스바겐의 경우는 연말에만 진행되는 한시적 프로모션이 아닌 새 모델 출시를 위해 가격을 조정한 경우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투아렉의 가격을 1000만원 낮추기 위해 국내 고객들이 많이 쓰지 않는 일부 옵션을 줄이는 선택을 했다. 1000만원이 낮아진 신형 투아렉 V6 3.0 TDI의 가격은 7180만원이다.

소비세 인하, 언제 되나

재경부-지경부 이견…실행 여부 미지수

최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개별소비세 인하’ 발언에 수입차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장관이 “자동차 내수를 살리기 위해 세제 할인을 검토 중”이라고 말하면서 연말 할인된 가격에 수입차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의 심리가 ‘개별소비세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

하지만 세금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재정적자의 이유를 들어 개별소비세 인하를 원치 않고 있어 실제로 개별소비세가 인하될지는 미지수다. 인하가 된다고 해도 그 시기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수입차 판매원들은 “개별소비세 인하 발언이 소비심리만 위축시켰다”는 반응이다.
한국수입차협회 박은석 차장 역시 “인하를 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 조속히 결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입차업체들은 판매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별소비세는 2000cc 이하 5%, 2000cc 이상 10%가 부과되는데 현재 이 세율에서 30% 인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차량 가격에 관세 8%가 더해진 상황에서 소비세가 부과된다.
때문에 개별소비세가 수입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수입차업체들은 금융 지원에서 현금 할인까지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내년까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수입차를 언제 사야 할지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차종별로 연말 할인 금액과 소비세 인하 금액을 꼼꼼히 따져 구입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