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eport

中 지방정부, 경기부양 ‘발 동동’
중앙정부서 경기진작책 발표하자 예산 타내려 문전성시

초겨울 바람이 쌀쌀한 9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의 웨탄공원 부근에서 양복 차림에 두툼한 서류 봉투를 든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인근에 자리 잡은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이다.
지난달 5일 국무원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맞서 내수경기 진작 차원에서 앞으로 2년 동안 4조위안(약 80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한 후 지방 관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국무원은 중앙정부에서 1조1800억위안을 직접 조달하고 이로써 나머지 2조8200억위안을 민간 부문으로부터 견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중앙정부로부터 끌어오기 위해 지방정부 관리들이 줄줄이 올라와 관련 정책 수립과 예산 책정 담당 부서인 발개위 인사들을 ‘알현’하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후난성(湖南省)에서 올라왔다는 한 관리는 “발개위 관계자와 꼭 만나 후난성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설명해 줘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근 중앙 정부의 투자금을 유치한 지방 정부는 홍보에 열 올리기 십상이다. 사실 웬만한 지방 대도시에서는 ‘축 중앙정부 투자 유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부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홍보물 가운데 상당수는 철도·도로·공항·송전망 같은 인프라 건설에 민간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방정부의 과대 선전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과연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거시경제 지수를 보면 중앙정부의 자금 조달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환보유고가 2조달러,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기준 24조6600억위안에 이르는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을 경제지표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 정부의 자금 조달 방법과 관련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방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위기 발생 후 중국은 특별장기건설국채를 발행하고 적자재정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펼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자금 조달 방식이 환란 당시와 동일할 것”이라면서도 “규모는 훨씬 방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1998년과 비교할 때 규모가 훨씬 크고 영역이 넓은 데다 속도는 빠를 것이라는 뜻이다.
지방정부는 사정이 다르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줄인 세수는 매우 적다. KOTRA 상하이 무역관의 김윤희 과장은 “지방정부의 재정 수입 대부분이 토지 양도와 토지 가격 상승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부동산시장이 대폭 조정되면서 토지재정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예산법에 따르면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용인되지 않는다. 채권도 발행할 수 없어 자금 동원 통로가 막혀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방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 동원 방식은 은행 대출이다. 그 밖에 국유기업 명의의 신탁회사 설립으로 인프라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다.
푸단(復旦)대학 경제학원의 순리젠(孫立堅) 부원장은 “지방정부들이 막대한 자금 동원을 통한 인프라 건설에 집중해선 안 된다”며 “사회보장 문제를 해결하면서 체제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을 이끌어가는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베이징 특파원
(yeekin77@asiae.co.kr)

사진설명-베이징 건설현장의 건설노동자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