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사회문제로 부상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여러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가율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에 의하면 올해도 지방과 낙후된 구도심을 중심으로 공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장은 “지방의 경우 ‘준공 후 미분양’과 함께 공가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작년에 이어서 공가 상황은 올해도 나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형태의 빈집 문제 해결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송 연구부장 역시 “민관협력식의 빈집문제 해결 방식 역시 도심재생의 한 방법으로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청년 주도한 민관협력 모범사례, 인천 “빈집은행”

▲ LH가 제공한 빈집들을 개·보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출처=최환 '빈집은행' 대표 제공.

국내에서 이를 실현한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서울특별시의 ‘빈집살리기 프로젝트’ 사례와 인천시 미추홀구의 ‘빈집은행’ 등이 있다.

서울특별시는 도심 내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유주택형 임대주택을 장기공급하는 ‘서울특별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주로 주택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등을 사업자로 지정해 위탁사업을 진행하며, 지정된 사업자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한다. 각 자치구는 입주자 모집과 임대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는 구조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일대에서 시작된 ‘빈집은행’도 민관협력으로 지역 내 빈집 문제를 해결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다. 특히 “민간주체가 주도적으로 빈집 관리와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공공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들과 차별화된다는 것”이 국토연구원 등의 지적이다.

빈집은행의 기원은 201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빈집이 많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지역 청년들이 거주와 작업 공간 등을 위해 비어있는 빈집의 수리와 활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구청과의 협력하게 빈집을 청년을 위한 공간과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2016년 미추홀구의 제의를 통해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2017년에는 ‘빈집은행’의 상표권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사업주체로 발돋움했다. 본격적인 빈집은행의 활동은 2019년 5월 27일 시작됐다.

“국가행정만으로 한계, 민간이 주도해 함께 해결해야”

최환 ‘빈집은행’ 대표 역시 민관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최 대표는 “국가 행정만으로는 빈집문제를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도심내의 빈집은 점 단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선과 면의 개념인 구획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결국 철거나 재개발 등의 방법에만 국한된다. 도심의 빈집은 지역과 민간이 창의적인 면을 살려 유연하게 주도하는 것이 좋다. 이런 바탕에서 국가행정이 지원할 수 있는 부분과 같이 협력해야 빈집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빈집은행의 사례를 보면 민간단체인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공사나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역시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사업초기단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 지원 역시 필수적이었다.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지역 단위 창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았고 미추홀구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인천본부와의 협약을 통해 LH 소유의 빈집을 빈집은행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빈집은행은 지역 내 빈집 수리와 활용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고 빈집 발굴, 전문가 양성교육, 빈집관련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 최환 빈집은행의 대표 역시 민관협력을 통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하기 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LH가 ‘폐쇄형 주택’이라고 하는 지역의 반지하주택을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LH도 민간의 협력 없이는 반지하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반대로 민간단체의 경우도 지자체가 보유한 빈집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LH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미추홀구가 제공하는 정보와 제도적 지원이 초창기 사업 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도 민관협력은 긴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의견이다. 미추홀구가 중앙정부의 지원사업 연결이나 LH의 빈집 활용 허가 요청 등의 제도적 지원과 사업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하면 빈집은행은 지역민과의 소통을 통해 빈집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획해 구현하는 식이다.

▲ 반지하 주택 등을 활용한 '도시농장'에는 다양한 버섯을 재배한다. 출처=최환 '빈집은행' 대표 제공.

리모델링한 빈집은 청년 주택과 빈집 수리 교육과 실습실로 만들어졌다.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의 경우 값싼 임대료를 내면 거주도 가능하다. 반지하 주택도 버섯 등을 재배하는 도시 농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스마트 도시농부’라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중심 민간·지자체 협력해, 체계적 해결 가능성 제시

최 대표는 빈집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지역 차원에서 빈집과 지역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빈집 조사등도 한국감정원이나 한국국토정보공사(LX) 등에서 독점하는 것보다 지역 친화적인 방식으로 마을의 주민이나 통장 등이 관리하고 조사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추홀구의 지역주민들도 도시형 농장과 오피스 공간 등의 지역 자원 생성,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업과 교육 활동 등의 이유로 빈집은행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도 빈집은행 사례에 대해 “지역에 기반을 둔 민간주체가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의 빈집 관리·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빈집 관리 의무를 지닌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민관협력 기반 빈집 문제 대응의 가능성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환 대표는 빈집은행의 활동에 대해 “빈집문제의 근원에는 지역 취약계층의 문제가 있다. 빈집은 우범지대나 슬럼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빈집도 충분히 수익적인 면이나 공익적인 면에서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역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