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독과점시장에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기업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의 경제 후생이 침해받고 있다. 독과점 시장은 한 번 인상된 가격이 가격 하락 요인이 있더라도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소비자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부터 외식물가, 생필품 등의 가격인상이 잇따랐는데 기업별로 인상 시기와 근거, 가격 등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암묵적 가격담합의 행태를 보이고 있었는데 소협이 독과점업체들의 가격담합과 꼼수 가격인상을 지적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는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을 비롯해 정우택 자유한국당 위원장,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의봉 서울대 법학대학 교수, 김호태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장, 박영동 법무법인 세한 변호사 등이 참석해 주제발제와 토론을 벌였다. 소비자 물가 안정에 대한 토론회인데도 정작 당사자인 기업을 초청해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기업을 무조건 비난하는 회의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경태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김미경 팀장은 ‘독과점 시장에서의 가격 인상 분석 보고’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독과점 폐해가 심각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팀장은 독과점 시장 구조는 경쟁을 배제하고 ‘시장 나눠먹기’식의 안정된 가격·시장점유율 유지기 쉽고 이는 담합행위로 연결돼 불합리한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대표 독과점 시장인 간장시장만 봐도 이 같은 문제는 쉽게 알 수 있다. 간장시장은 상위 1위 회사인 샘표식품이 57.9%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고 대상(18.9%)과 몽고식품(10.1%)가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3개사가 전체 시장의 86.9%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샘표식품은 지난 2013년 2월 가격을 7% 인상했는데 같은 달 대상도 8.3%를 올렸다. 인상률이 비슷해 담합행위를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독과점시장은 시장 참여자가 많은 쟁시장에 비해 가격 인상폭이 크다는 특징을 보인다. 가격 담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간장의 경우 2016년 전년에 비해 3.8% 올랐고 이어 5.2%, 3.0% 각각 인상됐다. 3년 사이 무려 12.5%나 상승한 것이다.
반면 CJ제일제당, 사조해표, 오뚜기, 대상, 동원 등 시장 참가자가 많은 경쟁시장 식용유 가격은 2015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큰 가격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식용유 시장은 상위 1개사의 점유율이 32%, 3개사의 점유율이 67%에 그친다.
통상 시장 1위 기업의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점시장이라고 하고 1~3위 기업의 점유율이 75%이상이면 과점이라고한다.
독과점시장에서 상위1위 기업은 가격 인상 요인이 크지않음에도 꼼수 인상을 하기도 한다. 즉석밥 시장에서 쌀값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게 좋은 사례이다.
식품산업통계 2015년 상반기자료에 따르면, 햇반을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은 즉석밥 시장의 66.4%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위 1위 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2012년 7월 가격 인상 후 약 6년 만에 지난 2월 평균 9%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쌀 생산량 감소로 지난해 햅쌀 가격(2017년 10월 ~ 2018년 2월 평균)이 kg당 1958원으로 전년에 비해 22.7% 상승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전년 같은 기간인 2016년 10월~2017년 2월은 쌀 도매가격이 최근 가장 낮은 가격대 기간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기준 시점 가격이 낮아 상승률이 높게 나오는 일종의 기저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원재료가 상승을 과도하게 보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3년 10월에서 2014년 3월 평균 가격과 비교해 보면 지난해 가격은 11.6% 하락했다. 또한 이전 가격인상 시점인 2012년 매출원가율은 71.3%였으나 그 후 5년 동안 약 69%대의 매출원가율을 유지하고 있어 원재료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의 가격 인상은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정부 당국의 감시는 미약하고 소방망이 처벌 뿐이다. 김 팀장은 “정부당국이 기업의 가격담합, 부당인상 등에 대한 감시나 처벌은 약하다”면서 “부당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행정규제를 강화하고 형사 처벌도 더욱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황 교수는 ‘독과점 구조 심화와 소비자를 위한 공정거래정책 방향’이란 발제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시 과징금 부과가 소비자 후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정부의 예산으로 편입되고 시정조치가 형식적 행위중지명령에 그치며, 공정위가 법집행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는 가격인상 대해 기업과 정부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과감하고 강력한 소비자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면서 "가격인상의 배경, 산업구조를 파악해 원인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대기업을 밀어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독과점시장을 심화시키기보다는 소비자 후생에 직접 기여하는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주문했다.
김 팀장과 이 교수는 공통으로 과징금 부과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행정·형사 처벌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영동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형사처벌에 반대하면서 “과징금은 기업에 대한 제재가 될 뿐인 만큼 부당한 공동행위에 가담한 개인의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우선 공정위의 행정 제재에 맡기고, 행정 제재가 불충분할 시 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있다.
박 변호사는 “개인 처벌이 이뤄진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면 직원들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해 주저하게 될 것이고 기업의 경영자도 함부로 지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의 기업에 대한 제재보다는 행위에 가담한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는 소비자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김호태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경쟁촉진 시책 수립·시행 의무에 따라 매년 2~3개 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시장분석 결과를 토대로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와 관행이 있을 시 관계부처에 개선을 권고하거나 규제개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답을 내놔 빈축을 샀다.
토론에 참석한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독과점 구조를 갖는 모든 시장에 정부가 가격통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각종 독점화 행위 방지, 적발, 담합행위 적발과 처벌을 위한 예산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단체의 역할에 대해 “소비자가 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대응해야한다”면서 “공동구매, 역경매를 비롯해 독과점 산업분야의 가격·품질 감시와 홍보 체계고도화,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정밀화 가격전략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 안정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기업을 초대하지 않는 것은 어폐가 있다"면서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것 자체가 기업의 무조건 이익을 위해 올리는 것이 아닌 만큼 상생을 논의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무조건 기업을 비난하는 물가 안정 회의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