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으로 ICT(정보통신)업종 등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영계는 근무 환경 여건상 주52시간을 '칼같이'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사실상 법 무력화’라며 맞서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특별연장근로 활용 가능”
김 부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노동 이슈 관련 경제현안간담회서 “노동시간 단축 시행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탄력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면서 “불가피한 경우에는 특별 연장근로시간을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근로기준법 제53조 3항에 명시돼 있는 제도로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 등을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사전에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연장근로시간의 한도인 1주에 12시간을 넘어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재해, 재난 또는 사고 수습과 관련돼 있는 제도로 적용대상 업종이 지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재난이나 사고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화재, 폭발, 붕괴사고 와 서버다운, 해킹 등에 따른 사이버 위기 등 사회적 재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ICT업종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정보통신업종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위기 발생, 해킹에 따른 서버다운 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에 해당돼 인가 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인가가 가능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영계 “특별연장근로 필요하다”
경영계는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수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경총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근로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경영계 건의문’을 통해 특별연장근로의 필요성을 밝혔다. 경총은 “인가연장근로의 허용범위 확대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조속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석유, 화학, 철강업의 대정비와 보수작업, 조선업의 시운전, 건설업의 기상 악화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 방송과 영화 제작업의 인력 대체가 불가능한 만큼 근로시간 총량 자체가 한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에 화답했다. 20일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대해 올해 말까지 6개월의 계도기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협의회에 참석해 “경총의 제안은 검토할 가치가 있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준비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앞두고 법을 무력화”
노동계는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법을 무력화하려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김 부총리의 탄력근로제도 단위기간 확대 방침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김 부총리의 발언은 법 시행을 앞두고 법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면서 “연간 노동시간이 2016년도 기준으로 2069시간으로 멕시코 다음가는 장시간 노동국가인데 이는 OECD 회원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63시간보다 연간 306시간 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금도 장시간 노동이 빈발한데 탄력근로제도 단위기간을 늘릴 경우 사용자들은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어 노동시간 단축 정신을 훼손하게 된다”고 밝혔다.

주52시간 실제 현장에서는?
주52시간 시행을 앞둔 대기업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우 4조 3교대와 같은 교대근무 형태로 생산라인에 있는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조선업계도 생산라인에서는 교대근무 형식으로 주52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무직이나 연구개발직 등에서는 초과근무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나름의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또 철강, 조선업계서도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초과근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증대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에서는 배를 건조하고 마지막 단계에 시운전이 있는데 시운전에 투입되는 인력은 고도의 경력과 전문성이 필요한 사람인 만큼 대체가 어렵다”면서 “한 번 바다에 나가 시운전을 하게 되면 짧게는 1주부터 길게는 3주까지 시간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주 52시간이 초과하는 것은 필연적이 된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시설의 큰 공사나 보수가 필요한 시기에는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주52시간이 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현장에서도 주52시간 근로시간 적용으로 애로사항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침부터 저녁, 주말을 막론하고 수십편의 드라마가 방영되는 ‘드라마 왕국’ 한국의 드라마 제작 현장서는 혼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주일에 2부, 총16부작의 미니시리즈일 경우 3달 정도 촬영기간을 갖는데 일주일에 5~6일씩 밤샘작업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당장 현장에서는 혼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인 방법은 드라마 편성시간을 선진국처럼 줄이거나 해서 일주일에 1편 정도로 하면 되는데 여러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