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신고포상제의 천국이다. 지방자치단체 포함 1000종에 달하는 다양한 신고포상제도가 있으며, 신고포상을 전문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3000명이나 되고, 부업으로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히 `남한판 5호담당제`라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월척이 잡히지 않고, 잔챙이들만 잡힌다는 것이다.

 

신고포상제도에 대한 운영 단계를 감안하지 않고 너무 무분별하게 도입해서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고포상제도를 전담해서 운영할만한 인력이 없다보니, 본업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신고포상 관련 투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이나 언론기관처럼 사실에 입각한 명확한 검증 역할을 해야 하는 역할에 투잡이 웬말인가! 특히 신고를 하는 사람도 투잡을 뛰는 사람이 많으니 아마추어가 신고하고, 아마추어가 검증하는 웃픈 현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데 있다. 평균적인 신고포상제도의 운영이 부실하게 이뤄지다보니, 추상같은 조치가 이뤄져야 할 세금포탈이나 국가예산 관련 신고포상제마저도 덩달아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데, 누구하나도 이에 대한 위기 의식이 없다.

최근 필자의 지인은 탈세 신고를 해 포상금 2500만원을 세무서로부터 받았다. 탈세 금액의 10% 정도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니 탈세액은 약 2억5천만원 정도 될 것이다. 수도권의 모 예식장에 대한 탈세를 신고했는데, 보상금이 지급된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탈세 행위 증거가 인정된 것이다. 

증거자료를 지인으로부터 받아 확인해봤다. 이 예식장은 2002년에 오픈해 2016년까지 총 14년을 운영했는데, 현재 직접 운영은 중단하고, 다른 예식장 업자에게 보증금 20억원에 월임대료 8천만원에 임대되어 있는 상태이다. 운영하지 않고 임대료만 받는데도 연 10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14년 동안 세무서에 신고한 예식장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연매출 12억원에 순이익 1억원 수준이었다. 운영하지도 않고 단순 임대만 했는데, 운영했을 때의 이익보다 10배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어이가 없는 수치이다.

예식장 사업자가 제1 금융권 은행에 제출한 실제 매출 및 수익 자료는 더 가관이다. 예식장 사업자는 예식장의 매출을 담보로 모 1금융권 은행으로부터 165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세무서에 신고된 예식장 매출규모 12억원, 순이익 1억원으로는 165억원을 대출받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에 예식장의 실제 매출 자료를 제공하고, 은행은 실사를 통해 매출과 수익을 검증했다. 그렇게 확인된 실제 매출은 연 105억원에 순이익 29억원이며, 은행 대출 심사 자료로 문서화되어 있고, 예식장 운영자의 수기 장부까지 첨부되었으니 확실한 증거라 하겠다. 

1년에 29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하는 예식장을 1억원 밖에 남지 않는다고 신고했으니, 1년 법인세 탈세만 7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부가세 탈세도 3억원이므로 1년에 10억원 정도의 탈세가 발생했고, 이런 탈세가 14년동안 발생했으니 총 140억원 정도의 탈세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담당 세무공무원은 2억5천만원 탈세가 있었다고만 판단해 포상금 2500만원만 지급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해당 예식장의 운영자는 예식장이 입지한 지자체의 지역 유지이다.(정당 활동도 많이 하고, 구청장 출마를 생각할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도 있다) 예식장을 14년간 운영하면서, 지역 세무서 공무원과 깊은 유대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 뻔하고, 14년 동안 탈세를 하면서, 일가 친척들 명의로 사업자를 2~3년 마다 수시로 개업 폐업을 했다. 때문에 지역 세무서 공무원은 충분히 자기 방어에 충실한 모습을 지키면서도, 탈세규모를 줄여줄 수 있었다.

감사가 나와도, 일가 친척들 명의의 사업자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수사를 할 수도 없어서 증거가 확실한 건만 탈세로 보았고, 심지어 탈세금액을 2억5천만원이나 추징했다고 방어하면 된다. 세무서는 탈세 신고자에게 어떤 사유와 판단으로 탈세액이 결정되었는지 알려줄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감사가 나오든, 수사가 시작되든 하기 전까지는 담당 세무공무원의 판단에 맡겨 추징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거액의 탈세 범죄에 면죄부가 발행된다. 마치 검찰이 징역10년을 구형한 형사 사건에 대해 1심 판사가 검찰의 기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정상 참작의 여지 없이 유죄인데, 1000만원 벌금형에 처한다고 판결하는 꼴이다. 

탈세한 예식장 사업자는 불쌍하고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탈세에 대한 추징금을 다 납부하였으니 죄값을 치렀다는 코스프레까지 하면 완벽하게 면죄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탈세 관련 신고포상금 제도는 탈세 관련 범죄 1심 판결을 법정이 아닌 지역 세무서에서, 판사가 아닌 해당 지역 세무 공무원이 내릴 수 있도록 적법성을 부여하게 되는 제도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세무 공무원은 나는 판사가 아니니 책임질 의무가 없고, 따지고 싶으면 다시 법정서 사실 관계를 가리라고 면피하면 그만이다.

신고포상금 제도가 몇개인지도 정부가 공식 집계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며, 선진국일수록 금전적 보상을 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는 탈세 관련, 국고 유용 관련 등 중대 범죄에 국한하는 상황이다.

신고포상금 제도는 도구로 따지자면 칼과 같은 무기인데, 예리한 칼 10자루면 충분히 처리할 일을 송곳 100개로 찌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칼을 맞아야 하는 큰 범죄에 송곳으로 찌른 후 면죄부를 주는 부작용은 정말 참을 수 없는 적폐이다. 

아무래도 지인에게는 감사원에 해당 사실을 제보하시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감사원에서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하게 되는지도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