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8군 사령부가 64년 만에 주둔지를 서울 용산에서 평택 캠프 험프리즈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치고 새 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이로써 한미가 1990년 6월 용산의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기본 합의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7년 만에 주한미군을 평택으로 이전했다. 기본 합의서 체결 이후 1993년 이전 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용산기지 이전사업은 보류됐으나 2003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 합의 후 속도를 내 올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평택시대 연 주한미군
미 8군 사령부는 11일 신청사 개청식을 갖고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행사는 미 8군 군악대 전주곡 연주를 시작으로 애국가와 미국가 제창, 미 8군 군목 기도, 월튼 워커 장군 동상 제막식과 헌화식, 예포 발사, 지휘소 개관식, 미 8군가 및 미 육군가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개청식에서 토마스 반달 미8군사령관은"총 107억 달러가 투입된 이 건설 프로젝트는 험프리스 기지의 규모를 확장시켜 미 국방부 내 해외 육군 기지들 중 최대 규모의 기지로 거듭나게 했다"면서 "이 시설들이야말로 미 국방부 해외 시설등 중 단연 최고"라고 평가했다.
반달 사령관은 "2020년에 전체 기지가 완공되면 한미 양국 정부의 동맹을 향한 영원한 헌신이 주한미군의 변혁을 통해 나타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변혁을 통해 저희의 삶의 질과 부대 방호수준,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늘밤에라도 당장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가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8군은 1950년 9월15일 낙동강 전선에서 진격하면서 북한군을 완전히 제압하고 1950년 10월께 38선에 도달했으며 국군 제1사단의 지원으로 평양을 점령한 부대다. 미8군은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공식 휴전에 돌입한 직후부터 용산에 주둔했다. 미8군의 새 주둔지 험프리스 기지는 1961년 작전 도중 헬기 사고로 숨진 미 육군 장교 벤저민 K. 험프리 준위를 기념해 1962년 그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평택기지 면적은 1467만7000㎡(444만여평)로, 여의도 면적(290만㎡·87만여평)의 5배에 이른다. 외국에 있는 미군기지를 포함해 단일기지로는 세계최대 규모다. 이미 미8군을 비롯해 전방의 미2사단, 제2항공전투여단 본부, 특수작전부대 등이 집결하는 주한미군기지로 이미 전략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차량과 항공기 수송 외에 전후방에서 병력과 물자공급을 할 철도차량기지는 2015년 완공됐다. 총 513동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병사와 가족들이 이용할 학교와 병원, 야구장 등을 구비한 근린시설도 들어섰다. 기지 이전에 따라 평택에 입주하는 주한미군은 미8군사령부, 동두천·의정부 미2사단 병력 등 총 4만5000여명에 이른다. 군속과 가족까지 포함하면 8만5000여명의 인구가 상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전투· 반격작전 능력 강화
이날 개청식으로써 주한미군은 유사시 한반도 방어 작전에 더 효율적인 체계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키면 반격임무의 최선봉에 설 미군은 병력과 물자, 장비를 신속하게 한 곳으로 모여야 하는데 평택기기자 최적지로 평가된다. 인근에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항이 았으며 철도 시설도 갖추고 있다. 증원전력 전개가 쉽고 전개된 병력을 신속히 훈련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춰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곳인 셈이다.
전차·장갑차 기동훈련장, 유격훈련장, 실탄사격장, 정비기지 등이 구비돼 야외 훈련을 계획하지 않아도 기지 내에서 기본 훈련이 가능하다. 2㎞ 남짓 활주로도 있어 전투기를 제외한 수송기, 경비행기, 전투헬기 등을 운용한다.
평택시대가 열리면서 주한미군은 91개 구역 약 7300여만평에 흩어져 있던 병력을 평택·오산의 중부권과 대구·왜관·김천의 남부권 등 2개 권역으로 재배치, 전방지역 한미합동훈련장과 훈련시설을 유지하면서 후방지역에서 지원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평택에 주둔하는 미군은 한국 최전방에 붙박이처럼 매여있지 않고 동북아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 분쟁에도 신속히 투입되는 등 '동북아 기동부대'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2004년 용산기지를 평택 등으로 이전하는 YRP(Yongsan Relocation Program)사업과 의정부·동두천 등에 있는 기지를 평택 또는 대구 등으로 이전하는 LPP(Land Partnership Plan)사업으로 나눠 추진해왔다. YRP사업 예상 총사업비는 8조8600억원 가량이며 우리 측이 비용을 부담하고, LPP사업 예상 총사업비는 7조1000억원으로 미국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막강한 전력 보유
평택기지에 들어온 주한미군이 보유한 화력은 엄청나다. 최고속도 시속 293km를 자랑하는 공격헬기 아파치 롱보우(AH-64D) 가 우선 눈에 띈다. 대전차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다. 이밖에 12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로켓(M270), 사거리 30km의 팔라딘 자주포, M1A2 SEP 에이브럼스 탱크, 브래들리 전투 장갑차(M2A3), 무인정찰기 RQ-7 섀도우 등 무인정찰기 등 다량의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평택기지는 북한의 300㎜ 방사포의 사정권 내에 있다는 점이다. 최대 사거리 200여㎞에 이르는 300㎜ 방사포는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발사하면 주한미군 평택·군산기지를 비롯한 우리 군의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
미군 측은 이런 위협에 대응해 평택기지에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증강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PAC-3 CRI(사거리 20여㎞) 지대공 미사일을 내년까지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로 교체할 계획인데 평택기지 등에도 이 미사일 포대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AC-3 MSE는 요격 사거리가 35㎞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