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의 윤곽이 드러날 ‘운명의 날’이 16일에서 19일로 미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 상표권 사용 조건을 당초 제시안대로 수용해달라며 답변 기한을 오는 16일로 못 박았지만, 금호산업 측이 이를 결정할 이사회 일정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사회 개최 불가” 금호산업 일정 연기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 상표권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금호산업은 채권단 측이 요구한 답변 기한을 지키기 힘들다는 뜻을 최근 산업은행 측에 전달했다.
채권단은 일찍부터 ▲5+15년 사용 ▲매출액 대비 0.2% 고정 사용요율 ▲독점적 사용 ▲더블스타의 일방적 해지 가능 등의 조건을 내걸어 상표권 사용 허락을 요구해왔다.
금호 측은 처음에는 ‘상표권 사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원활한 매각 진행을 위해 ‘조건부 허용’ 안을 만들어 채권단 측에 역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사용기간 20년 보장 ▲매출액 대비 0.5% 사용료율 ▲독점적 사용 ▲해지 불가 등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더블스타는 이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결국 ‘기존 제안대로 상표권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공문을 그룹 측에 발송했다.
당초 채권단이 원한 답변 기한은 16일. 시장에서는 이날이 금호타이어 매각의 ‘운명의 날’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 ‘금호’ 상표권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이 이사회 개최가 어렵다는 이유로 답변 기한을 19일로 미룬 것이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사장 등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박 회장과 박 사장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인원 중 2명이 16일까지 이사회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해 일정이 연기됐다. 통상적으로 이사회 종료 후 취합된 의견은 당일 채권단 측에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답변 일정을 미루겠다는 공문은 받았다. 이 내용 역시 주주협의회에서 양해를 구하고 협의를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일정 연기와 관련된 제안은) 거의 수용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금호 측이 채권단의 의견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뜻을 모으고, 더블스타 또한 금호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호 상표권을 20년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사용료가 기존 안 대비 두 배 이상 비싸다는 점 등이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료는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액 약 3조원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약 60억원(0.2%) 수준이지만, 금호 측 제안대로라면 약 150억원(0.5%)으로 상승한다.
금호산업 역시 채권단의 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국내 금호타이어 대리점주들은 더블스타로 회사가 매각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전국 대리점주들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빌딩 본관, 광주 서구 민주당 광주시당 등에서 집회를 열고 더블스타 매각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