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푸른 나무로 뒤덮인 산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 것만 같다. 그런데 실제로 농촌 생활을 하면 질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농촌 지역 내 병원이 얼마만큼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질병에 의한 사망률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시골에 사는 장암 환자 사망률, 도시 비해 29% 낮아
애버딘 대학교(Aberdeen University)의 피터 머치(Peter Murchie) 박사는 926명의 장암 환자 중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율과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시골에 사는 환자가 3년이 지난 후에도 생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사방에 나무와 들판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런 결과에 전문가들은 “도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기대 수명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진 요소가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뇌졸중, 폐암, 심장 질환 및 호흡기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교통 및 대기 오염이 적어 깨끗한 공기를 맡을 수 있고, 또 넓은 들판 또는 산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운동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농촌 지역에서의 유아 사망률, 조기 사망률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녹지 근처에 사는 사람들보다 사망률이 1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하지만 머치 박사는 “시골에 사는 환자들의 경우 의사를 만났을 때 걱정할만한 증상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지역 병원 멀리 있으면 사망률↑ 
이는 지역 보건의의 유무(有無)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셰필드 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의 연구자들은 이전에 병원에서 더 멀리 생활하면 특정 질병과 상관없이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고 했다.

먼저 연구팀이 2007년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병원에서 6마일(10km)씩 떨어질 때마다 사망률은 1% 증가했다.

이후 2015년 스웨덴 연구자들이 50만 명 이상의 환자를 평가한 결과, 병원에서 6마일(10km)씩 떨어질 때마다 심장 마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3%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에 발표된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병원과의 거리가 암 환자의 진단, 치료, 결과 및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국내에서는 실질적으로 병원이 적은 농어촌 지역, 즉 의료 취약지에서의 사망률이 수도권 지역보다 높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에 밝힌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연구에 따르면, 입원진료 취약지(500병상 이상 규모의 대형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입원환자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건강보험공단

자세히 살펴보면, 의료 취약지에서의 중증질환자(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의 사망률은 1.88배, 주요수술(고관절치환술, 슬관절치환술, 폐암수술, 간절제술, 신생아 심흉부 혈관수술, 중증화상 등)에서의 사망률은 1.44배, 그 외 일반수술(복강경 수술, 자궁부속기 수술, 충수절제술, 기타 어깨 무릎 수술 등)환자의 사망률은 1.29배 더 높았다.

의료취약지 공공병원·인력난 해소되나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자원의 수도권 쏠림 증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의료 취약지에서는 대형병원의 부재는 물론이고 동네 개원의의 고령화 문제로 의료자원 접근성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평등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인력난도 극심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지원사업을 통해 의료취약지 공공병원에 파견하는 국립대병원 전문의 인건비의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해 공공의료의 의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적정 재원을 투입해 지방에 있는 의료기관의 의료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는 의료 취약지에 공공병원 설립을, 노인에게는 맞춤형 방문 보건의료 복지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공공병원 설립하기 전에 현존하는 지역 병원의 현실을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취약지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수가’를 꼽았다. 현재로서는 높은 의료의 질을 유지하는 것은커녕 병원을 운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수가 조정 등의 동기가 필요하며, 여기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