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시간에 따라 점점 변화한다. 그래서 업계도 식품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을 주시하고 그에 따른 대응을 마련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식품업계에는 공통적인 변화들이 있었고 이는 크게 2가지의 ‘개인화’와 ‘고령화’라는 키워드로 귀결되고 있다.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재화나 서비스가 타깃으로 하는 대상이 집단이 아닌 한 명 한 명의 개별적 사람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즉 식품을 소비하는 주체가 ‘개인(혹은 1인)’이라는 작은 단위로 세분화되면서 이에 맞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바로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이다.

HMR 수요 증가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6~2014년 식품 유통업체들의 HMR 제품 매출은 연평균 10.4%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재의 추세를 감안하면 2018년 미국 HMR 시장 규모는 1200억달러(약 13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HMR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약 7700억원 규모에서 이후 5년간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이것은 몇 년 전부터 유행한 웰빙 트렌드와 합쳐져 ‘건강한 간편식’이라는 새로운 식품 제품군을 탄생시켰다. 이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식품 업체들은 모두 고품질의 HMR을 경쟁적으로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식품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고령화(Population Aging)이다. 고령화는 식량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산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변화다.
고령화 역시 전 세계적인 추세다. 사람들이 오래 살기 때문에 노령 인구의 비중은 점점 커진다. NGO 단체 HelpAge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15년 기준 전 세계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약 8억7000만명으로 추산하며 2050년경에는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고령자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며 그 뒤를 독일, 이탈리아, 한국, 미국 등이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식품군의 산업도 미래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개호 식품’이라는 이름의 실버 푸드 산업이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러 쇼핑몰, 전문매장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한편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고령자 전용 음식 배달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식품 기업이나 자원봉사 단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곡물편중 정책 개선, 실버푸드 등 도입 제도 뒷받침 시급
앞서 설명했듯 글로벌 식품업계는 현재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수급의 균형, 그리고 식품 산업의 성장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두고 앞으로의 발전적인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와 업계들은 일련의 이슈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되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곡물 생산여건에 따른 수급 안정성이 취약한 나라로 분류돼 있다. OECD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회원국들 중 최하위권인 27%로 전체곡물 수요의 6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자급률 96%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쌀을 제외하면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1970년에서 2009년까지 최근 40년간 곡물 공급량은 2배(10668톤→20857톤) 증가한 반면 수입량은 6배(2115톤→12737톤) 증가하며 곡물의 수입의존도는 더욱 심화됐다.
이에 정부는 2013년 ‘안정적 식량수급체계 구축’이라는 계획 아래 국가 내 식량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안들을 마련했다. 본 계획에 일환으로 구축된 국제곡물 관측 및 조기경보 시스템은 대외적 식량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한다. 아울러 해외농업개발 진출기업 확대 등을 통해 해외 곡물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곡물 공급과 관련 해외진출 기업 수는 2015년 163개에서 2016년 169개로, 확보된 해외 곡물은 28만3000톤에서 42만6000톤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곡물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수급에 있어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며 “농식품부는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식량 자급률 제고 대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쌀 이외 곡물 및 채소류의 자급률을 높이는 대안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주도로 진행되는 식량 정책은 곡물에 편중된 경향이 강했다”며 “앞으로의 정책에는 곡물 외에 채소류, 육유, 어패류 등 다양한 품목의 자급률 제고에 대한 방안이 마련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는 어떨까.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른 글로벌 규모의 변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에 따라 HMR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령화에 대한 식품산업계의 대응은 다소 미흡하다. 물론 이것은 일본의 사례처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사회 변화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기 때문이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빠른 고령화 속도에 비해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일반화돼 있지 않다. 국내의 거의 모든 주요 식품업체들이 HMR 제품군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실버 푸드 제품을 대외적으로 내세운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고령식품 산업의 경제 규모는 약 9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제조·외식 포함)의 규모가 약 156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것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하나의 사회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고령 인구들의 영양실태는 절반 정도만 양호하며 나머지는 영양관리의 주의 또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가공연구센터 김범근 박사는 “우리나라에는 실버 푸드와 관련한 직접적인 제도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사리 시장에 진출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실버 푸드에 대한 관리 소관을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은 것은 관련 산업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박사는 “6000조 이상의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우리 식품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식량 수급 불균형에 대한 대처와 더불어 현재의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그로 인해 확인되는 변화들을 산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