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의 계절이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타고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지역축제의 꽃이 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토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팔을 걷고 나서면서 지역축제는 지난 2006년 1154개나 개최됐다. 최근 경기 위축으로 지난해 823개로 줄었지만 9월, 10월에는 가볼 만한 축제들이 많이 몰려 있다. 관광 상품인 지역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까?
현대의 지역축제는 지역의 문화를 창달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고전적 기능에서 돈벌이가 되는 지역 발전의 수단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제 지역축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이벤트이자 소중한 관광 자원인 셈이다.
문화관광부의 ‘한국지역축제’에 의하면 지난해 823개의 축제가 열렸다. 민선 지방자치단체 실시 이후 증가해 온 축제의 수가 경제 상황이 나빠진 2008년 이후 다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전체로는 광역시에 비해 광역도가 보다 많은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남이 13.8%에 해당하는 112개의 축제를 개최했고, 강원과 경기가 11.4%인 93개를 개최했다. 가장 적은 지역은 대전으로 전체의 2.0%인 16개의 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2005년 이후 5년간 지역축제의 수는 전체적으로 35.3% 증가하고 있다. 축제의 증가에 있어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는데 증가하는 지역은 서울,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남, 전북, 경남의 8곳이며 감소하는 지역은 부산, 인천, 강원, 충북, 전남, 경북, 제주 7곳이다. 경기도는 변화가 없었다.
해외 유명 지역축제를 배우자
통계에서 보듯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지역축제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있다. 주최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아이템과 유형으로 중복되고 있다 것이다. 때문에 지역축제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지역축제를 만든다면 이런 중복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외국의 유명 지역축제들을 살펴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으깬 토마토 투척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토마토축제’나 축제기간 중 매일 맥주 마시기 등 음주파티가 열리는 독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등은 일탈형 프로그램의 사례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작은 해안마을인 망똥은 특산물인 레몬을 주제로 ‘레몬축제’를 열어 주민의 10배 정도인 30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만든다.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영국의 에든버러는 휴가철 8월에 ‘에든버러 축제’를 개최해 연간 12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에든버러는 축제로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약 27조원(1억2500만파운드)에 달한다.
이런 해외의 유명축제를 살펴보면 수도가 아닌 지역에서 열린다는 특징이 있다.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일본 요사코이마쯔리 춤 축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는 수도에서 개최되지 않고 모두 지방 도시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성공적인 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에든버러 프린지의 총감독인 폴거진은 “축제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성”이라며 “그 장소에서만 벌어지는 축제가 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제 기획자들에게 지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역사, 문화, 공연장, 교통, 숙박 등 인프라 파악을 먼저 할 것을 제안한다.
도시브랜드 높이기 최고의 수단
축제는 체험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는 관광자원이다. 축제 장소는 관광의 특성을 살린 위락적인 분위기, 교육적인 장소, 심미적이며 일상생활에서 탈피하고 싶은 도피적 요소 등을 갖춰야 한다.
성공적인 축제의 공통점은 자연발생적이며 지역성과 역사성을 가지며 주제도 명확하다. 또한 축제는 관광객들이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로 ‘난장’의 개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지방이 수도와 대도시에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축제다. 축제는 한 도시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을 모두 바꿀 수 있는 요소이자 한 도시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축제 성공의 열쇠로 적절한 아이템을 찾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창의적인 콘셉트를 입혀야 한다는 것. 또한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어떻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축제는 또한 저비용 고효율의 축제로 이뤄져야 한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축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 최대의 예술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나 뮌헨 맥주축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는 관광객 수가 130만명을 넘지만 축제 상근 인원은 10여명에 불과하고 연간 예산도 약 22억원에 불과하다. 이 축제가 저비용 고효율이 되는 이유는 프린지(Fringe·언저리) 축제에 참가하는 공연팀들이 참가비를 내고 전반적인 일들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매년 600만명이 방문하는 뮌헨 맥주축제도 뮌헨시 관광사무소 직원 6명이 축제 전반을 처리한다. 축제 주최 측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관여하는 우리나라 관행에서 벗어나 적은 돈으로 최대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도 세계적인 지역축제의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상오 기자 hanso110@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