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좋은 용산마저 돈 못구해 쩔쩔
인프라펀드 세제혜택 등 정부 나서야

“건설사에게 부동산 개발을 위해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이나 투자자는 없다.”

최근 건설업계는 돈줄을 찾아 은행권을 제집 드나들 듯 하지만 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주택사업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재개발·재건축 사업조차 은행권에서 돈을 꿔주는 것을 주저한다. 그동안 건설사에 지급보증해준 PF 자금이 80-100조원에 달하지만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행권의 이같은 보수적 자금운용으로 인해 지난 10월 이후 6개월째 PF를 일으켜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거의 없다. 지난달 SK건설이 인천 청라지구에서 1700억원의 PF를 승인받은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금리가 터무니 없이 비싸다.

기존에는 보통 아파트 사업을 추진할 경우 PF 이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 1% 정도가 가산이자로 붙었다. 그러나 SK건설이 일으킨 PF 금리는 CD금리에 연이율 6.7%를 더했다. 가히 폭탄 수준의 가산금리를 붙인 것이다.

◆ 초대형 개발사업장 '사면초가'

업계에서는 은행권에서 PF를 일으켜 주지 않는 이상 현재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사업장 대부분이 좌초될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신규 아파트 사업은 전면 중단될 것이어서 향후 2-3년 정도 이후부터는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생겨나면서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재 용산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면초가에 봉착해 있다. 파주 운정지구 복합단지와 광교 비즈니스 파크 등도 PF조달이 어려워 사업자 공모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 건설사 은행권 인사 영입까지

이같은 현상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은행권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결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일건설은 2일 부사장으로 성우기 전 신한은행 영업본부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은행권 인사를 영입해 신규 아파트 사업에 막혀있는 돈줄을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고자 하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서로 돈을 싸들고 찾아왔지만 지금은 국내 어느은행에도 신규 PF자금을 빌려주는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강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박사는 “최근 가장 사업성이 좋다는 용산업무지구 개발도 PF를 일으키지 못해 잔금을 치루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은 볼 것도 없다”면서 “정부가 인프라펀드 등에 과세 특례를 적용시켜 재무적투자자(FI)에게 PF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