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BTC 참가신청이 성원에 힘입어 조기마감됐습니다. 아울러 BTB 참가신청도 조만간 마감될 예정이오니, 참가 예정인 기업 담당자께서는 신청을 서둘러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6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된 내용이다.
지난해 지스타 때와는 사뭇 다르다. 공지를 보면 대중을 상대로 하는 BTC관과 비즈니스 중심 BTB관 모두에 업체들이 서로 참가하려고 난리인 장면이 연상된다. 지난해엔 마감이 얼마 안 남았는데 부스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스타 2015는 지금껏 가장 흥행한 지스타로 기억된다. 참관객이 10년 넘는 지스타 역사상 가장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총 20만9566명으로 2014년 행사 대비 3.6% 늘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지스타 2016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행사는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다. 부스 참가 신청 조기마감은 당연한 수순일까. 지난해 흥행 파워를 입증했으니 그 효과를 누리려는 게임사들이 몰려드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적어도 숫자로만 보면 지스타의 미래는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지난해에도 이런저런 ‘위기의 징후’를 노출했는데 올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가 업계 도처에 짙게 깔렸다.
역설적으로 그런 까닭에 지스타 2016이 더욱 주목받는다. ‘국내 최대 게임 축제’가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를 반영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돌파구를 제시해 게임 한류에 불을 지피는 구실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넥스타’는 계속된다?
지스타 2015 BTC관 양대 산맥은 넥슨과 엔씨소프트였다. 각각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게이머 인파를 빨아들였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넥슨의 판정승이었다. 300부스 규모 대대적인 신작 체험부스를 차리며 제일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스타를 두고 누군가가 ‘넥스타’라고 불렀던 이유다. 올해 지스타는 넥스타의 색채가 더욱 진해질지도 모르겠다. 넥슨은 지난해보다 많은 400부스를 차리겠다고 신청해놨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BTC관 참가 결정을 유보 중이다. 업계에서는 “그래도 참가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불참 선언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웹젠·룽투코리아·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 등이 각각 100부스 이상을 차려 넥슨의 독주를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넥슨의 물량공세를 이겨내고 ‘주목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입장에서는 부산을 독무대로 삼아 세를 과시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지스타 조직위원회 편에서는 골치아픈 일이다. 일부 대형 게임사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이미 전부터 나왔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넥슨까지 전격 불참을 선언해버리면 지스타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국내 최대 게임 축제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참가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엔씨소프트가 BTC관 참가를 유보하는 태도를 내비치면서 과다 의존에 따른 문제가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믿을 구석은 넷마블?
믿을 구석이 따로 있기는 하다. 넷마블게임즈라는 존재 말이다. 넷마블은 5년 만에 지스타에 복귀하기로 했다. BTC관에 100부스가량을 차릴 계획이다. 메인 스폰서를 맡겠다고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정이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넷마블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최근 기세가 가장 매서운 회사로 꼽힌다. 탄탄한 모바일게임 라인업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이 국내 게임사 중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엔씨소프트를 앞질렀다. 5년 전과는 DNA부터가 달라졌다.

넷마블 참가 소식에는 한 가지 이면이 있기는 하다. 지스타 부대행사로 열린 ‘2015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넷마블은 모바일 RPG ‘레이븐’으로 올해의 게임상을 받았다. 당시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넷마블에 내년 행사 메인 스폰서로 나서라고 공개적으로 눈치를 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넷마블의 참가 결정에 조직위원장의 압박이 얼마나 간여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참고로 네시삼십삼분은 올해 BTC관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 게임사는 ‘블레이드’로 2014 올해의 게임상을 받은 뒤 지스타 2015 메인 스폰서로 나선 바 있다. 넷마블의 참가 역시 일회성에 그칠지 모르는 일이다.
한편으론 넷마블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지스타는 ‘모바일 퍼스트’의 구색이 얼추 갖춰진 모습이었다. “모바일게임 하겠다고 차비 들여 부산까지 가야하나?”라는 의문을 뛰어넘는 지점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PC나 콘솔 플랫폼 게임에 비해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모바일게임으로는 ‘게임축제’에 어울리는 볼거리를 제공하기 어렵다. 넷마블이 어떤 식으로 부스를 꾸며 해답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정체성 여전히 오리무중?
정체성 문제도 남아있다. 지스타 조직위는 한결 같이 ‘글로벌 게임 축제’를 표방해왔다. E3·게임스컴·도쿄게임쇼·차이나조이처럼 되고 싶다는 얘기다. “실상은 지역 잔치 아니냐”는 비아냥이 존재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지스타 현장에 부스를 차린 외국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외국인 관람객은 드문드문 보일 따름이었다. ‘글로벌 페스티벌’보다는 ‘지역 잔치’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더디지만 조금씩 ‘글로벌 게임 축제’ 구색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올해 행사에 SIEK나 룽투코리아 등이 대형 부스를 차려 ‘글로벌’ 분위기를 더한다. 게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위치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글로벌 미디어 파트너로 선정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한편 ‘BTB 실리주의’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게임사들이 돈이 많이 들고 효과가 불분명한 BTC관 참가 대신에 BTB관에만 모습을 보이며 실질적인 비즈니스에 몰두해 이득을 취하려는 경향 말이다.
올해에도 지스타 BTC관에서는 볼 수 없는 국내 주요 게임사를 BTB관에서는 찾아볼 수 있겠다. 게임빌·컴투스·스마일게이트·NHN엔터테인먼트·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등이 BTB관 참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스타를 아예 BTB 특화 행사로 재정비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따를지, 아니면 BTC관 참가사에 이점을 제공해 글로벌 대중 게임 축제 DNA를 강화할지 결정하는 일은 조직위의 몫이다.
또 한 가지 남겨진 이슈가 있다. 어쩌면 내년 지스타는 부산에서 열리지 않을지 모른다.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지스타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09년 일산에서 부산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시 한 번 개최지 선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인 까닭이다.
조직위는 올해 행사를 마친 뒤 다음 지스타 개최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산을 비롯해 성남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지스타 개최지로 선정되면 2년을 보장받는다. 이후 성과 심사를 통과하면 2년을 연장받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