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면세점 운영 제도는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와 사용자의 편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뿐만 아니라 한국 면세점 산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이번기회에 면세점 사업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서울 면세점 특허 선정 결과에서 롯데그룹은 소공점만 지키고 잠실점(롯데월드점)의 특허 재승인에는 실패했다.
20~30년 가까이 서울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던 롯데와 SK는 각각 잠실 월드타워점과 워커힐 운영 특허권을 상실하면서,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의 첫 희생양이 됐다.
독과점 방지‧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 제도가 면세·관광사업 발전과 지속성 측면에서 불합리한 측면을 지적하고 나섰다.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데 최소 5년이상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면세점의 주인이 5년마다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사업상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경쟁력이나 잠재력 측면에서 충분히 연장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지만 이번에 '유통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두산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두산이 과연 단기간내 롯데 월드타워점만큼의 매출과 관광수요 창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비용과 고용 측면의 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롯데 측에 따르면 면세점 이전 과정에서 매장 면적을 늘리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만 1천억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가 면세점 사업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투자한 재원은 약 3천억원에 이른다. 또한 현재 월드타워점 매장에는 롯데면세점·협력업체 직원 1천200명이 일하고, 납품 생산업체 등까지 협력업체 범위를 넓혀 잡으면 연계 고용 규모가 5천200명에 이른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월드타워점에 대한 수천억의 투자금, 그리고 인력을 잃게 된 롯데면세점과 롯데그룹은 한마디로 ‘난감한’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1년사이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기업이 면세점에 중장기 투자를 하겠나”고 반문했다.
이에 업계나 학계에서는 이제부터라도 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면세점이 중장기적 투자를 통해 국내 관광 활성에 기여하려면 기존 면세점 운영자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기간을 적어도 5년 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얘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 아래에서는 내년과 내후년 특허가 만료되는 김포공항 면세점, 서울 롯데 코엑스점 등을 놓고 또다시 유통업계와 재계 전체가 소모적 경쟁을 해야한다“며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5년단위로 하는 면세점 사업에서 무슨 운영 노하우가 쌓일 수 있겠느냐"며 " 우물안 탁상행정, 면피 행정으로 결국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면세점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 수천억을 투자하고 5년뒤에 어찌될지 모르는 사업을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익 극대화만 신경을 쓸 것이 뻔한데 그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계산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며 " 몇억 들어가는 편의점 하나를 해도 5년이 임대이고 별일 없으면 연장을 하는게 관례인데 수천억 짜리 면세점을 5년단위로 평가를 한다는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그는 또 " 동네에까지 깊숙이 침투한 불법 영세 소규모의 면세점들이 지금 한국 관광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양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관세청 등 관계당국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 관광객을 상대하는 수출산업인 면세점의 면허를 이번기회에 대폭 문호를 개방하고, 불법 면세점을 철저히 단속해 한국 면세점에 대한 외국 관광객의 인식제고에 좀더 신경을 쓰는 편이 훨씬 관광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