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각 사

“무슨 라면이 한 개에 1500원이야?”

평소 라면을 즐겨먹는 김성원씨(28)는 마트에서 최근 새로 나왔다는 짜장라면의 가격을 확인하고서 깜짝 놀랐다. 김 씨는 요즘 출시되는 신제품 라면들의 대부분이 1개당 단가 1000원 이상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결국 그는 마트 행사로 5개들이를 사면 1개를 더 준다는 ‘늘 먹던’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된 라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 삼양의 ‘장수면’은 재료 고급화 등으로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하면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대개는 가격 저항(가격 변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한 라면이라는 제품의 특수성으로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가의 신제품 라면들이 다시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 출처= 각 사

지난 4월 출시된 농심 ‘짜왕’의 출시를 시작으로 팔도 ‘팔도 짜장면’ 오뚜기 ‘진짜장’등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라면 업체들은 짜장에 이어 고가의 짬뽕라면 신제품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연 최근 출시되는 고가의 라면들은 그렇게 ‘비쌀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라면이 비싸지는 조건들

라면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면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밀(가루) 혹은 스프를 만들 때 사용되는 대두(대두단백)의 가격이다. 이를테면 석유 등의 원자재 가격이 공산품 가격에 반영되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그렇다면 밀과 대두의 가격 추이는 어땠을까.

▲ 밀 국제거래가격(위)과 대두 국제거래가격(아래). 출처=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국제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밀의 국제거래 가격은 지난 2008년 309(달러/톤)에서 2014년 182(달러/톤)로 약 41% 하락했으며 대두의 가격은 2008년 454(달러/톤)에서 328(달러/톤) 2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해석하면 라면 제조의 원가는 30%가량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존에 판매되던 라면 제품들의 가격은 어떻게 변했을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산업자료를 보면, 4개 업체(농심‧오뚜기‧팔도‧삼양) 주요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2010년부터 거의 변동이 없거나 720~780원대로 몇 년째 동결돼있다. 한편, 2001년 기준으로는 480원대였던 라면들은 2015년 720~750원대가 되면서 약 60% 가량 올랐다.

결국 어떤 외부요인에서라든지 국내에 판매되는 라면들의 가격이 특별하게 비싸질만한 이유는 없었고, 그로 인해 기존 제품들의 가격은 약 5년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신제품 라면이 비싼 이유 

현재 농심 ‘짜파게티’는 소매가격 800원대, 4월 출시된 농심의 ‘짜왕’은 1500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라면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신제품들은 라면 같지 않은 고급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면발이나 소스를 차별화했기 때문에 기존의 라면 제품들보다는 비싼 가격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예전에 출시된 고급 콘셉트 라면들이 ‘라면’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비자들의 호응를 이끌어내지 못한 양상과는 분명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부담스러워지는 ‘국민 음식’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존 라면들보다 2배가량 비싼 라면들의 경쟁적 출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들이 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제조 원가는 꾸준하게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기존 제품의 가격은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둔 채 고가의 신제품들을 계속 출시하면서 소비자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결국 제조업체들이 라면 가격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맥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e나라지표

지난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째 0%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와 관련된 생활 물가상승률은 역시 거의 0%에 가깝다. 물가는 그대로에 생산비용은 줄었는데 신제품 라면의 가격은 오히려 더 비싸게 책정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의 라면 가격이 2배 정도 오르는데 15년 정도가 걸렸던 추이를 보면, 최근 출시되는 신제품 라면들의 가격이 어떤 수준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업체들이 주장하는 차별화의 정도도 실제로 가늠하기 어렵다. 몇몇 소비자들에게서는 “맛이 다른 것 같기는 한데 그 정도의 가격을 주고 사먹을 정도의 변화는 아닌 것 같다” 혹은 “비싼 만큼 맛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 이하였다. 그냥 먹던 거 먹어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 음식 라면이 고급화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에게 점점 부담스러운 식품으로 변하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 업체들의 말대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새로운 시도인가 아니면 고정적 소비에 기댄 업체들의 가격 꼼수 전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