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버튼을 가볍게 누른다. 그러자 파이프처럼 생긴 로봇 팔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관람객은 신기한 눈으로 숨죽이고 경계한다. 로봇은 뜻밖에도 사람에게 생수를 건넨다. 관람객들은 로봇에 미소로 화답한다.
로봇 박람회 ‘2015 로보월드’ 출입구 풍경이다. 이 로봇은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의 신제품 UR3다. 본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 제작된 로봇이지만 국제 전시회 참가를 기념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로보월드는 세계 3대 로봇 전시회로 불린다. 지난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행사는 10회째로, 국내외 215개 업체가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일반인들은 ‘로봇’이라고 하면 인간을 닮은 육중한 고철 덩어리를 떠올릴 것이다. 어릴 때 만화를 통해 본 로봇을 말이다. 전시에서는 이런 로봇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산업 로봇, 교육용 로봇, 의료 로봇, 비행 로봇,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 현실에서 사용되는 다채로운 라인업을 볼 수가 있다.
주최 측은 지난해부터 B2B에 강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전시회를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장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일반인 관람객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

기우일 뿐이었다. 기자는 29일 로보월드를 찾았는데 평일인데도 전시장이 활기찬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업체 관계자들도 많았지만 일반인 참관객은 그 이상으로 많았다. 주최 측은 올해 전시회에 약 16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산업용 로봇들이 보였다. 사업장의 업무 효율을 극대화해줄 다양한 로봇을 만나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생수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유니버설로봇은 내부에도 제법 큰 부스를 꾸렸다. UR 시리즈 모든 제품을 전시했다.

유니버설로봇은 전시장 한쪽에서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추가로 진행했다. 일정시간 동안 아이들이 유니버설로봇의 제품을 손으로 구부려 다양한 동작을 인식시키면 이후 로봇이 그 동작을 기억해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벤트다.
참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색 로봇도 대거 등장했다. 국내업체인 SF태후가 선보인 '블랙이글 T-01'은 사람이 직접 탑승해 조종이 가능한 유인로봇이다. 만화나 영화에 나올법한 로봇이 현실에 등장한 것이다.

전시장에 제품이 설치되긴 했지만 실제로 구동하는 모습을 시연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업체 소재지인 전라도 광주의 거리 한복판에서 제품을 시연한 영상을 보여줘 참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국내 업체 아이로의 관상어 로봇 ‘미로-9’도 관심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부스에 설치된 어항에서 헤엄치는 로봇 물고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은 “움직임이 실제 물고기와 흡사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공중을 떠다니는 드론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고영로보틱스, 이랩코리아, 에이알웍스, 유콘시스템 등이 드론 제품을 선보였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객들이 직접 드론을 날려볼 수 있는 체험존이 마련됐다.

한화테크윈, 현대중공업, 유진로봇 등 무게감 있는 업체들의 참가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로봇 청소기로 유명한 국내 대표 로봇업체인 유진로봇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시연해 주목받았다.
유진로봇 부스에서는 음료 배달 로봇 ‘아스트로’,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다용도 배달 로봇 ‘고카트’ 등을 볼 수 있었다. 김영재 유진로봇 전무는 “IoT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주고 받으며 편리함을 제공해 줄 생활용 서비스 로봇을 관람객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기술이 접목된 장난감 제품은 아동 관객을 불러 모았다. 로보로보, 메가로보텍, 로보트론, 로시 등이 관련 제품을 전시했다. SK텔레콤은 코딩 교육에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로봇 알버트를 선보였다.

부대행사도 다채롭다. 치타로봇’ 개발자 석상옥 박사의 강연회를 비롯해 로봇 신제품 런칭쇼,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경기 시연, 드론 시연회 및 체험관, 로봇 테마카페 등이 마련됐다. 또한 각종 콘테스트 및 콘퍼런스, 학술대회, 수출상담회까지 총 14개의 부대행사가 전시 기간 중 진행된다.
김철교 로봇산업협회장은 “이번 전시회는 국내외 최첨단 로봇 기술이 총망라되어 세계적인 로봇 산업 전시회라 불리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학술과 비즈니스 측면 이외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모두 갖춘 2015 로보월드에 많은 분들이 방문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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