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코리아는 30일 서울 서초동 밀레하우스에서 1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밀레코리아는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충실하게 설명하며 기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밀레 공동 회장인 마르쿠스 밀레(Dr. Markus Miele)와 라인하르트 진칸(Dr. Reinhard Zinkann)도 참석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의 대명사 밀레는 2014년 기준 총 33.2억 유로(약 4.5조원)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년도 대비 4.1%의 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매출 증가는 밀레의 주요시장인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지속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것과 신흥시장인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및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의 실적 회복이 매출 증대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밀레코리아는 전세계 47개의 해외 지사 가운데 35번째로 2005년에 정식 설립됐고 진공청소기, 드럼세탁기, 빌트인 주방 가전을 주력으로 꾸준한 매출성장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질의응답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밀레엣홈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 전략을 질문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전제품의 측면에서 밀레의 성장과 비전을 살피는 자리였기 때문에 약간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목적은 밀레의 매출 및 순수한 비전일텐데, 갑자기 사물인터넷 전략을 물어보면 곤란할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하지만 두 회장을 직접 보면서 질문할 기회는 정말 드물기 때문에 눈 딱 감고 질문을 했고, 다행히 잘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10분 후,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몇몇 기자가 밀레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밀레의 독특한 경영구조에서 기인합니다. 밀레는 1899년 가족기업으로 창립된 이후 밀레(Miele) 가문과 진칸(Zinkann) 가문이 번갈아 가며 4대째 가족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가문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기술부문의 밀레 가문이 51%, 경영 부문의 진칸 가문이 49%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두 가문은 공동경영을 해 온 116년간 한 번도 경영권 다툼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철저한 역할분담과 협력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네요. 한 세대를 거칠 때마다 한 집안이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술부문과 경영부문의 대표를 번갈아 맡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영승계 작업도 매끄러웠죠.
기자들의 질문은 여기에서 기인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및 승계작업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밀레는 그런 분쟁이 거의 없다. 비결을 말해달라”는 질문이 나왔거든요. 의도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밀레의 매끄러운 4대째 승계구조 비결이 궁금했는지. 아니면 희박하지만 밀레의 고착화된 카르텔을 비판하고 싶었는지.

제 생각에 밀레의 회장들은 후자에 집중한 것 같습니다. 이들은 “밀레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가문(피)도 중요하지만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다른기업에서 혹독한 경험을 쌓고 강인한 트레이닝을 거쳐야 밀레의 회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들은 “규제 및 법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상속세 면제 등의 법적인 혜택을 받은 것은 고작 10년이다”며 “4대째 승계를 이어온 배경에 당국의 지원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질문이 나온 배경은 간단하지 않을까요? 기자들이 밀레의 경영승계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밀레의 사례에 더해 ‘그들의 경영승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것을요.
여기에서 전제해야할 부분은, 기자는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으며 그 어떤 순간에도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목적을 가지고 이미 ‘틀’을 완전히 짠 다음 그에 끼워맞추려는 시도는 찬반을 떠나 조금 무리수가 아닐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흥미로운 단면이었습니다. 사물인터넷 질문하며 조마조마했던 제가 바보같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