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이번 반상회를 읽을 때쯤에는 2015 대통령기 가평투어 전국도로사이클대회(2015. 3. 24 ~ 3. 27)가 열리고 있겠다. 아마 필자는 자신의 실력에 비해 과분한 카메라를 메고 경기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면서 밥벌이는 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국내 엘리트 대회는 4일간 열리는데 이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뭔 자전거를 4일 동안 타냐?’라고 묻는다. 그럼 여기서부터 필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설명할 수는 있지만 설명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 설명하는 사람도, 또 듣는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다.

오늘은 도로 경기에서 알아두어야 할 상식과 이번에 열리는 대회를 소개하겠다. 기본적으로 국내 엘리트 대회는 UCI, 그러니까 Union Cycliste Internationaled(국제사이클 연맹)이라는 단체의 규정을 준용한다. UCI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가 인정한 사이클 경기의 국제연합체로, 전 세계 모든 자전거 대회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자전거 세계의 중심’ 같은 곳이다.

여기서 UCI규정에 따른 사이클 팀과 경기의 등급을 잠깐 공부하고 넘어가자.

사이클 팀의 등급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프로, 프로 컨티넨탈, 컨티넨탈.

그나마 많이 들어본 국제 사이클대회, 예를 들어 뚜르 드 프랑스나 지로 드 이탈리아는 프로 투어 경기인데 여기에 나갈 수 있는 팀은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프로 팀이다. 정확하게는 UCI WorldTeam이라고 하는데, AG2R이나 로또 수달, 팀 스카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 세계에 딱 17개 밖에 없으며, 최소 23명 이상의 선수와 2명의 감독, 8명의 전임 스태프가 갖춰져야 한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스폰서와 재정 상태를 증명해야 하며, 선수 개개인의 몸값도 상상을 초월한다.

프로 컨티넨탈 팀은 월드 투어를 제외하고 X.1급 이상의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등급의 팀이다. 최소 16명 이상의 선수가 있어야 하며 프로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력과 사이즈를 자랑한다.

그 다음 등급이 컨티넨탈 팀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실업 팀 중 단 4개, 서울시청과 금산 인삼 첼로, KSPO, 코레일만이 여기에 등록되어 있다. 해외 투어의 경우는 초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고, 팀 선수는 8명에서 16명, MTB나 사이클로 크로스와 같은 다른 종목의 선수를 보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클럽 팀. UCI 팀은 아니지만 국가연맹에 가입된 팀을 뜻하며 우리나라 대부분의 실업 팀이 여기에 속한다. 참고로 프로 팀이라고 하면 UCI월드 팀을 뜻하고 프로 컨티넨탈이나 컨티넨탈 팀을 포함한 그 이하 등급은 아마추어 팀이라고 부른다.

UCI 경기 등급을 간략히 살펴보자. 월드투어는 아까 말한 대로 프로 팀만 참가하는 대회고, 도로대회 중 2.HC 혹은 2.1, 1.1로 표시되는 대회가 컨티넨탈 투어대회다. 첫 번째 숫자는 1과 2뿐이다. 1은 1일 경기, 2는 스테이지 경기를 뜻한다. 그리고 점 뒤에 오는 HC, 1, 2는 경기 등급을 뜻하고 HC가 최고 경기, 그 다음이 1급, 그다음이 2급 경기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유일한 UCI 경기인 뚜르 드 코리아는 스테이지 경기로 2로 시작하고, 원래 2급 경기였지만 1급 승격되었기에 2.1로 표시된다.

자 그럼 이번 가평 대회를 보자. 가평 대회의 등급은 뭘까? 후훗~ 눈치 빠른 반상회 참가자는 알아챘겠지만, 가평 대회는 국제 경기가 아니라서 등급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 대한사이클연맹 주관의 경기다.

이번 가평 대회 1일차, 2일차, 3일차는 개인도로 경기다. 개인도로 경기의 방식은 간단하다. 주어진 코스를 가장 빨리 타는 것. 그러면 자연스럽게 1각 개인의 기록이 나올 것이고 자연스럽게 포디움에 올라갈 선수도 정해진다. 그런데 대한사이클연맹 홈페이지를 보면 개인도로 경기를 했다면서 팀 순위란 것이 있다. 처음에는 ‘이게 뭘까?’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잘 나오지 않아서 좀 당황했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정하는 건지 주위에 물어볼 수도 없는 것이, 나름 자전거를 안다고 뻐기던 필자인데 이런 걸 물어보기가 부끄러웠고, 또 하나는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잘 없다는 치명적인 환경을 변명으로 삼겠다.

어쨌든 질문을 통해 얻은 답은 각 팀별 1, 2, 3위의 기록을 합산해서 기록이 낮은 팀이 상위에 랭크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아무리 1위 선수가 있더라도 팀 동료들이 빨리 들어오지 못하면 팀 순위는 떨어지게 되고, 장비 고장이나 사고로 선수가 중도 탈락 해버려도 팀 순위는 없다.

4일차는 크리테리움 경기다. 크리테리움 경기는 일반 도로를 트랙처럼 순환할 수 있도록 코스를 짜고 일정 회전을 하는 경기다. 장거리 코스에 비해 몰입도가 높은 경기이며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이번 가평 대회는 1.7km코스를 남자 엘리트의 경우 25바퀴, 여자 엘리트와 고등부 선수들은 20바퀴씩 돌게 되고, 경기가 끝나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시상식이 진행되며 모든 일정이 끝나게 된다.

가평 대회도 여느 연맹 대회와 다름없이 평일에 열리지만, 여유 있는 분들은 나들이 삼아 구경 오셨으면 좋겠다. 아마 금요일에 온다면 크리테리움 경기를 관람하면서 도로 경기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도로 경기의 관람은 티켓 구입과 같은 비용이 들지 않으며 사이클 관계자 모두가 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들을 환영한다는 점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