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한 나라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일할 수 있는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 인구는 국가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주요 원천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인구 황금기’라 불리는 다이아몬드 형태를 유지해 왔다. 다이아몬드 모양처럼 중간 연령대인 허리층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이 시기 동안 내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기업들은 직·간접 수혜를 받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인구구조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고령화를 나타내는 역삼각형 구간에 진입하면서부터 다이아몬드의 중간층이 누렸던 산업들이 일순간에 몰락하는 등 시장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스를 수 없는 인구 변화의 흐름 속에서 떠오르는 산업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인구수는 오는 2030년에 5216만명까지 증가한 뒤 2060년쯤에는 4396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산가능 인구도 2015~2016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이다. 이대로라면 오는 206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10명이 어린이 2명과 노인 8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한다.

고령화 이슈는 그동안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던 터라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느냐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앞으로 1∼2년 후면 ‘한국발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게다가 진행 속도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렸던 일본의 고령화보다 2배나 빠를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1991년에 주요 경제활동 인구도 정점을 기록했으며 고령화 사회 진입 이후 의식주 산업의 충격과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나타난 바 있다”면서 “현상만 놓고 본다면 고령화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내수산업의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고령화 문제가 동전의 앞면으로 거론될 때마다 함께 뒤따라오는 동전의 뒷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저출산’이다.

지난 18일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014 유엔인구기금 세계인구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통해 한국 여성의 2010~2015년 합계 출산율(평생 낳는 아이 수)이 1.3명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203개국 중 각 1.1명을 기록해 최하위에 머무른 중국 마카오·홍콩에 이은 세 번째로 낮은 결과다. 세계 여성의 평균 합계 출산율은 2.5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에 그쳐 ‘초(超)저출산 국가’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목에 걸게 된 셈이다.

정부는 세 자녀 이상의 가정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셋은 고사하고 두 자녀만이라도 갖자고 외쳐야 할 판이다. 아예 아이를 갖지 않거나 아니면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분위기가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과도한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시행했던 중국에선 ‘소(小)황제’로 불리는 외동 자녀들이 등장했다. 국내에도 이처럼 한 자녀에게 ‘아낌없이 퍼주는’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엔젤산업(Angel Industry)’이 뜨고 있다.

 

엔젤산업이란 ‘0세 영유아에서부터 14세의 초등학생까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의류·완구·애니메이션·도서 등의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엔젤산업은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식스포켓(Six Pocket)과 듀크족(Dual Employed With Kids)이 그것이다. 외동 자녀를 키우는 집에서 부모·조부모·외조부모의 소비가 아이에게 집중되는 것이 식스포켓이고, 아기가 있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바로 듀크족이다.

이 두 신조어의 공통점은 하나뿐인 내 자녀를 위해서라면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막강한 기성세대의 재력을 바탕으로 국내의 엔젤산업은 신조어까지 양산해가며 현재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국내 엔젤산업은 크게 둘로 분류된다. 애니메이션·교육·엔터테인먼트 등의 ‘콘텐츠 부문’과 의류·유모차·완구·분유 등의 ‘제조 부문’이다.

콘텐츠 부문은 꾸준한 수요 증가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부모들의 교육 니즈와 연결돼 영유아 및 초등학생 대상의 교육용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한국 콘텐츠산업 내에 애니메이션·캐릭터·만화를 합한 엔젤 콘텐츠의 매출 비중은 2008년 9.8%에서 지난해 10.5%로 0.7%포인트 늘어났다.

지난해 엔젤 콘텐츠의 국내 매출은 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6조2000억원, 2009년 6조5000억원, 2010년 7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매년 조금씩 성장해오다가 2011년에 8조원을 넘어선 8조5000억원, 2012년에는 8조8000억원을 나타냈다.

엔젤 콘텐츠의 수출은 이보다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다. 특히 2010~2011년 사이에 37.8%의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한류의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620만7000달러(약 70억원)를 기록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매출이 54.8% 성장한 것에 비해 같은 기간 수출은 93.8% 늘어났다.
     
주요 콘텐츠 기업으로는 아동 대상 학습지 및 서적·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예림당과 대교, 웅진씽크빅, 삼성출판사 등이 있고,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원미디어가 대표적이다.

한편 제조 업체로는 유아의류 및 유아용품·수유용품을 생산하는 아가방컴퍼니, 제로투세븐, 보령메디앙스가 있다. 또한 중국의 기저귀 시장에 진출한 LG생활건강과 깨끗한나라, 중국 내 분유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수출이 증가세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있다. 오로라, 유진로봇, 손오공 등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제작 및 완구류 생산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흐름은 업계 전망에 비해 다소 약한 편이다. 대부분 기업의 주가는 1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엔젤 콘텐츠 기업 중 대장주로 꼽을 수 있는 곳은 주가가 60만원을 넘는 LG생활건강과 남양유업이다. 지난 11월 21일 종가기준으로 LG생활건강은 1.33% 상승한 61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남양유업은 전일 대비 0.58% 하락한 6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업계 전문가는 인구 감소에도 불가하고 엔젤 콘텐츠는 성장 추세여서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제조관련 업체는 수출이 늘어나고 있어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엔젤산업 관련 제조 부문은 최근 수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분유·기저귀 중심으로, 콘텐츠 부문은 애니메이션·캐릭터·교육 등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기업의 성장세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장진욱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 연구원은 “해외 유명브랜드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제조 부문의 국내 엔젤산업 관련 기업들의 내수는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오히려 수출을 통한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며 “하락세를 보이던 엔젤산업 수출은 2010년 저점을 기록한 이후 2012~2013년 급성장했고, 중국의 꾸준한 수요로 인해 이 같은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장 연구원은 이어 “엔젤산업은 의류·완구·애니메이션 등 기존 산업뿐만 아니라 음식·금융 등 타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 금융권은 지속적인 수혜가 기대된다”면서 “자녀의 건강과 질병 등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태아 및 어린이 보험의 확대가 예상되고, 자녀가 30세가 될 때 약 1억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증여성 예금·적금 상품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