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미분양 업계 불황 여전 … ‘보금자리’ 공급이 판도 가를 듯

DTI 완화안 연장 시행 여부, 입주 물량 감소세 등 정책과 시장 상황을 꼼꼼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바닥론과 추가하락론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단기 부동자금의 투자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새해 경기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2011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토지와 주택 거래, 임대사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시장에 불황의 그늘이 여전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올 한해 주택 시장은 전반적인 분양가 하락세와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전세가 상승에 몸살을 겪었다. 일각에서 침체된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금세 회복세를 타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주택 관련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어 내년도에는 시장이 온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5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주택가격전망> 보고서는 내년에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이 1.5% 내외 상승할 것으로 전망해 이목을 끌었다. 또 주택 건설 실적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6.4로 올해 61.7 대비 큰 폭 상승해 주택 거래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를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5%임을 감안했을 때, 주택 매매 가격이 1.5% 올라도 가격의 실질 수준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난제는 지난 10월 소폭 감소세를 기록하고도 여전히 10만호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 상황이다. 그 중 특히 악성 미분양 물량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이 절반을 차지해 주택시장 침체의 파고를 높게 형성하고 있다.

정부의 지난 8.29 정책이 골자로 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안은 주택시장 거래가 되살아나게 하는데 큰 효과는 없었지만 올해 추가적인 급락 장세를 막았다는 평이다. 또 이로 인해 주택시장 거래가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며 내년 거래의 정상화를 이끌 반석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내년 3월 종료되는 DTI 규제 완화안의 연장 시행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DTI 완화안과 함께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2년 연장과 취·등록세 감면 1년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주택 거래의 매도자와 매수자간 호가가 크게 좁혀지지 않는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위와 같은 정책이 내년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견도 있다.


정부 정책 따라 시장 상황 변동성 커

공공사업인 보금자리주택 공급 현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매년 15만호씩 공급하겠다고 밝힌 방침이 실제로 이행되면 민간부문의 주택 사업을 위축시켜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정훈 미래가치투자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주택 공급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해 다양한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원인을 보금자리주택 사업 차원에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주택을 구입하면 보금자리주택 청약 자격이 박탈되기 때문에 분양을 뒤로 미루는 소비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황규완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금자리주택을 바라보는 대기 수요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또 “보금자리주택 청약 대기자들이 주택시장의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일부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이 적절히 조절된다면 10월 기록된 미분양 감소세를 내년 한해에도 이어받아 일정부분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 한 해 동안 고공행진을 했던 전세가의 내년 흐름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2011년 한해 매매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주택의 수급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는 주지의 사실이 ‘전세대란’의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올해 입주 물량은 22만 8434가구(오피스텔, 임대주택, 시프트 제외)였던데 반해 2011년 입주 물량은 13만 7767가구가 될 예정이다.

김부성 부동산富테크연구소 소장은 “입주 물량이 절반가량 감소하는 것은 전례 없는 현상”이라며 “전세가는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서는 내년 2분기쯤이면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에 편승할 것”이라는 낙관적 진단도 내놨다.

김 소장에 따르면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매매가 대비 평균 전세가 비율이 40% 후반으로, 과거 기록을 토대로 보면 이 비율이 48% 이상 올라갔을 때 시차를 두고 매매가의 상승을 불러왔다고 한다.

한편 황규완 연구원은 “전세가가 치솟아 분양받는 것이 낫겠다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하지 않는 이상 전세가와 매매가 사이에 특별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전했다.

‘바닥론’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를 진단하는 전문가는 많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쉽게 상승세를 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손은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물량, 높은 가계 부채 부담 및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하면 주택 시장의 회복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주택가가 저점을 형성한 후”라면서도 “전반적으로 회복 기조를 띤다고 해도 공급 과잉, 수급 불균형 지역 일부는 추가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이나 갈아타기를 준비하는 수요자들에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늦어도 1분기 내에는 주택을 매수하도록 권유한다. 입주 물량 급감 사태가 일어나면 임대나 매수가 어려워진다는 진단에서다.

한편 투자 시에는 장기 수급 상황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임대 목적의 건물 구입 시 내년 한 해의 전망만 고려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오피스텔이나 소형주택 수요를 겨냥해 투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처럼 공급 계획이 늘어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이 높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잇따른다.

또 비주거용 상품(오피스)의 공급량 또한 늘고 있어 공실률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대형 임대사업을 벌일 상가를 분양받고자 할 때는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상권 분석을 통해 역세권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선정하는 등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라는 조언이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