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화장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립스틱, 바르면 어른이 될 것 같은 마음에 몰래 발라 본 적도 있을 겁니다. 작은 내 손안에도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 하지만 립스틱의 가격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주 싼 것은 만 원이 채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비싼 것은 5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하지요. 이 립스틱 가격에도 비밀이 있습니다. 알고 나면 그 동안 손해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립스틱 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수입 상품들이 많습니다. 지난 4월 공개한 관세청의 ‘공산품·가공품의 수입가격 현황’에 따르면 수입가격 대비 국내 평균가격이 가장 높은 품목은 립스틱이었는데 원가 1,423원짜리 립스틱이 2만 원에 팔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값싼 수입 화장품이 우리 나라에서는 몇 갑절 이상의 비싼 값으로 판매된 것이죠. 각종 세금이나 운반비, 점포 임대료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싼 화장품이 품질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리석게 느껴지네요. 실제로 한 방송사가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 해외에서 1,800원 정도 하는 립스틱이 우리나라에 서는 2만 7,000원에 팔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격을 무려 14배나 뻥튀기한 셈입니다. 수입 화장품만 비싼 가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 중에도 원가는 싸지만 판매 가격은 비싼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광고비가 주된 원인일 겁니다. 화장품 광고 모델은 대부분 유명한 탤런트나 배우 등 인기 연예인입니다. 이런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광고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듭니다. 가끔 연예 뉴스에서 ‘배우 OOO, 수십억대의 광고 수입 올려’라는 기사를 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광고를 찍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비싼 화장품을 삽니다. 그 이유는 광고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명한 탤런트나 배우가 등장하는 화장품 광고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저 화장품을 쓰면 나도 저렇게 예뻐질 것이다’, ‘나도 꼭 저걸 써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물론 현명하지 못한 생각이란 것을 알지만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광고의 역할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름의 개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외모와 내면이 모두 다 다르고, 그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화장품 가격이 비싼 것은 장사꾼들의 뻥튀기 수법도 원인이지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지나치게 가꾸고 치장해서 남보다 예쁘게, 우월하게 보이고 싶은 우리 내면의 허영심도 한몫하는 셈입니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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