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주리주에 사는 미씨는 슈퍼마켓을 방문해서 각종 생활용품을 사들이는 데 총액이 무려 400달러(약 41만원)가 넘어섰다. 그러나 한묶음의 쿠폰을 캐셔에게 건네준 후 그녀가 낸 돈은 10달러(약 1만원)에 불과하다. 그녀는 쇼핑 카트에 가득 실릴만큼 엄청난 양의 물건을 겨우 10달러를 내고 산 것이다.
메릴랜드에 사는 제이미의 경우는 더욱 놀라운데, 그녀가 계산대에 산더미처럼 어마어마하게 쌓은 상품들의 가격을 모두 더하니 2000달러(약 207만원)가 나온다. 그런데 제이미가 캐셔에게 건넨 쿠폰 가격을 모두 제하고나서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겨우 100달러(약 10만원). 제이미는 단돈 100달러를 내고 1년은 쇼핑을 안 해도 될만큼의 샴푸와 휴지, 세척제 등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익스트림 쿠포닝(Extreme Couponing)’에 나오는 모습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비자들이 쿠폰을 이용해서 누가 더 많이 할인을 받고 적은 가격에 많은 상품을 살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내용으로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방영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극도로(익스트림) 쿠폰에 몰두한’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이중에는 쿠폰을 찾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쿠폰을 이용해서 한 달 식비를 30달러(약 3만원)로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쿠폰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슈퍼마켓이나 드러그스토어(drugstore) 등에 가면 손에 쿠폰을 한 움큼 쥐고 쇼핑을 하는 주부나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에 비해서 쿠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극도에 달한 쿠폰 이용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졌다.
과거에는 주로 일요일날 신문 사이에 끼어서 들어오는 쿠폰이나 매장에서 찾는 쿠폰을 이용해서 1~2달러의 할인을 받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3~4장의 쿠폰을 겹쳐서 사용해 물건을 정가의 10% 정도에 사거나 아예 무료로 물건을 가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소매점 자체의 쿠폰과 제품 생산업자의 쿠폰을 중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소득이 줄거나 소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많은 사람이 쿠폰을 이용해서 한푼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됐고 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무료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지 등의 노하우가 널리 퍼져서 쿠폰 이용은 아예 익스트림 스포츠의 수준으로 확대됐다.
익스트림 쿠포닝의 방송이 시작된 것이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인 2010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쿠폰 사용으로 생활비가 절감된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쿠폰이 적용되는 상품들은 대부분 식자재가 아닌 세제, 치약 등의 생활용품이거나 탄산음료, 초콜릿, 과자 등의 제품이라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쿠포닝은 게임처럼 일부 중독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쿠폰을 사용해서 무료로 물건을 얻는다는 것에 집착해서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받아서 집에 쌓아두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영양소는 거의 없고 칼로리만 높은 탄산음료와 과자 등의 음식을 집에 쌓아두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쿠폰을 통해서 정말로 돈을 아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직접 한 달간 쿠폰을 이용해서 할인을 받은 금액과 소비된 시간 등을 일반 매장에서 할인없이 산 경우와 비교하여 쿠폰 사용의 효율성을 따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한 달에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의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문제는 적지 않은 시간을 쿠폰을 모으고 찾는 과정에서 소비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전업주부이거나 현재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쿠폰 사용이 적합할 뿐 대부분 직장인들에게는 쿠폰 사용을 위한 소비는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쿠폰 사용을 단순히 물건 값을 깎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서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쿠폰으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있는 경우, 자신은 필요하지 않지만 구입을 했다가 집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필요로 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동물보호소 등에는 꾸준히 개나 고양이들의 사료, 캔 등을 저렴한 가격에 쿠폰으로 구입해서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아기 기저귀 등을 구입해서 영아원 등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맨해튼 컬처 기행
무대 뒤쪽 코러스 배우들의 애환 다룬 뮤지컬 '코러스 라인'
뉴욕 브로드웨이에는 저녁 때가 되면 화려하게 불을 켠 극장들이 늘어서 관객들을 유혹한다.
뮤지컬 공연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는 휘파람과 기립박수로 이어진다. 관객들은 주인공들 얼굴 외에는 사실 잘 기억도 하지 못한다. 주연 배우 뒤쪽의 코러스 배우들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땀을 흘리지만 관객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수입도 적어서 늘 힘든 코러스 배우들을 다룬 것이 뮤지컬 <코러스라인>이다.
새로 시작될 뮤지컬에 오디션을 보러 온 사람들. 모두 몇 명이나 뽑힐지 긴장하면서 ‘이 자리를 절실히 원한다’고 부르짖는다.
오디션장에 나타난 과거 여자친구이자 한 때는 유명했던 배우에게 감독은 “코러스를 하기에는 매우 잘해서 여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배우는 “댄서는 춤을 춰야 한다”면서 “제발 나에게 일자리를 줘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내가 일할 곳이 있다는 즐거움을 달라”고 절규한다.
작품 연습 중에 코러스 배우 한 명이 부상을 당해 무릎 수술을 하면서 사실상 댄서로서의 생명이 끝나는데 이에 다른 코러스 배우들은 만일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므로 설사 더 이상 하지 못한대도 이 일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이를 잊지도 후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