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단발성 SNS가 대세다. 스냅챗의 성공에 이어 페이스북도 비슷한 서비스를 런칭하며 ‘조용한 메시징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공간을 제공하던 싸이월드가 1세대 SNS였다면, 2세대 SNS는 타임라인으로 정의되는 사용자 중심의 커뮤니티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제 휘발성과 단발성을 무기로 삼는 3세대 SNS가 생겨나고 있다. 각 객체의 유기적인 교류를 통해 담론의 장을 형성하던 SNS가 은밀한 가면무도회의 주최자로 변신하는 중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학생이던 에반 스피겔과 바비 머피가 만든 스냅챗은 휘발성 SNS의 대표주자다. 미국 1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사용자가 메시지를 수신하면 그 즉시 내용이 사라지는 방식이다. 심지어 메시지를 보내는 이용자가 메시지를 받는 이용자의 수신 시간도 정할 수 있다. 메시지를 보낼 때 ‘수신 후 10초 후 삭제’를 설정하는 식이다.

▲ 스냅챗 이미지. 사진제공 - 스냅챗

물론 대규모 해킹사태로 몸살을 앓는 한편 스냅챗에서 삭제된 내용이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소한 스냅챗은 2012년부터 유럽에서 시작된 ‘인터넷에서의 잊혀질 권리’를 가장 충실하게 이행하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페이스북이 스냅챗과 비슷한 ‘슬링샷’을 개발한 대목이다. 슬링샷은 스냅챗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페이스북이 ‘인수 예정 사업자에서 경쟁자로 돌변’한 스냅챗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은 물론 최대 15초 분량의 영상을 전송할 수 있으며 이용자가 내용을 수신하면 그 즉시 메시지가 사라진다. 텍스트는 물론 영상까지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국내도 스냅챗, 슬링샷과 비슷한 서비스는 있다. SK플래닛의 미국 현지법인 틱톡플래닛이 개발한 ‘프랭클린 메신저’가 대표적이다. 이용자가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 메시지 내용이 흐릿하게 표시되는 극적인 장치를 통해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화창을 터치해 내용을 확인하면 10초 뒤 메시지 내용이 대화창은 물론, 서버에서도 사라지는 방식이다. 심지어 캡처 방지 기능도 있어 캡처를 시도하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는 경고가 뜬다.

브라이니클의 ‘돈톡’은 이용자가 기록되지 않길 원하는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펑 메시지’가 특징이다. 단체 채팅방에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귓속말 기능도 탑재했으며 잘못 보낸 메시지도 발송자가 삭제할 수 있다. 이 외에 네이트온도 휘발성 SNS 대열에 합류했으며 마이피플과 라인도 비슷한 서비스를 접목했다.

휘발성 외에도 폐쇄성을 담보한 SNS에는 카카오 그룹이 대표적이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은밀하게 묶어 내부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여기에 학교 동창생 중심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사용된 네이버의 밴드도 폐쇄형 SNS의 전형이다.

이처럼 SNS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타임라인’에 지친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휘발성과 폐쇄형을 새로운 대안으로 삼고 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 SNS가 활동공간을 줄이고 오프라인을 고려해 소규모로 조직되는 일종의 ‘비밀형 커뮤니티’라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슬링샷은 물론, 영상 재생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페이스북은 메시지 중심의 트위터보다 활동반경은 좁아도 파급력은 상당하며, 타임라인을 중심으로 삼는 전형적인 2세대 오픈 SNS다. 이런 페이스북이 지난 8일(현지시각) 자사의 서비스 내부 영상 재생 횟수가 1일 10억 건을 넘겼다고 발표했다. IT 환경의 변화로 절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창립 6년 만에 영상 재생 횟수 1일 30만 건을 넘긴 유튜브에 비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용두사미’로 끝나긴 했지만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도 페이스북의 영상 재생 횟수 증가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영상 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할 것이며, 영상 조회 수를 표기해 구체적인 데이터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50% 급증한 영상 재생 횟수를 바탕으로 구글의 유튜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영상 서비스 인프라 확충은 ‘슬링샷’과는 지향하는 바가 180도 다르다. 영상 서비스 확충은 더욱 많은 이용자들을 타임라인으로 끌어모으겠다는 뜻이며, ‘좋아요’로 대표되는 ‘페이스북형 2세대 SNS’의 전형이다. 하지만 슬링샷은 은밀하고 폐쇄적이며, 휘발성이 강한 ‘가면무도회’에 해당된다.

페이스북이 비슷한 시기에 슬링샷을 런칭하는 한편, 영상 서비스 확충에 나서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는 ‘SNS의 급변’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 VR을 인수했던 페이스북의 파괴적인 상상력은 다음 세대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