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서부지역 인재 집합소…한 해 SKY대 250명 진학도
평준화 후 위기…학부모-교직원-동문 힘모아 명문고 재도약
1974년 설립된 부천고등학교는 설립 후 공립이라는 장점과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경기 서부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며 단기간에 경기지역의 명문고등학교로 떠올랐다.
한창때에는 1년에 서울대를 70명을 보내고, 연세대와 고려대를 합쳐 250여명을 진학시킬 정도였으니 당시 부천고의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2002년 경기도지역의 고교평준화가 실시되면서 부천고등학교에 잠시 위기가 찾아왔다. 평준화로 우수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학력이 저하하고 진학률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부천고등학교는 이런 위기를 학부모와 교직원은 물론이고 동문들까지 나서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
부천고는 교직원과 학부모, 동문,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어, 학생들이 학교 활동과 공부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후원은 부천고의 다양한 장학금 제도에서 나타난다.
교직원들로 이뤄진 ‘부천고 교직원 장학회’는 매달 전교직원이 1만원씩 모아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뽑아 분기별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교직원들의 정성으로 모은 장학금은 우수한 소년가장들을 명문대로 입학시키며 부천고를 빛내고 있다.
다양한 장학제도로 학생들 뒷받침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동문들이 각각 모여 해당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장학회가 있다. 현재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동문들이 장학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법조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법조인을 꿈꾸며 법학 계열에 진학하는 후배들에게 별도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사업을 경영하는 동문들은 장학재단을 만들기까지 했다. 매년 입학과 졸업시즌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 및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한편 동문과 학부모들의 재학생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은 단지 공부에만 그치지 않고 체육활동에까지 미쳐 부천고가 경기지역의 신흥 체육 명문교로 발돋움하는 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동창회 산하 체육후원회와 학부모들이 자생적으로 조직한 체육진흥회 학부모 모임은 야구부와 사이클부에서 활동 중인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부천고등학교의 야구부와 사이클은 전국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야구부는 지난해 제15회 무등기 전국 고교 야구대회에서는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 알려주는 교육과정
부천고는 학생들의 학력 관리를 위해 학생 중심의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가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학부모의 날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공개수업, 교사와 학부모간의 상담을 정례화하고 학부모 상주실을 설치 운영 중이다. 학부모간의 이해들이 학생들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서로의 폭이 넓어지도록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낳고 있어,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덕분에 부천고등학교는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중도탈락이 없는 학교, 준법 우수학교로 유명하다. 학생들이 타 학교 학생보다 학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번 이상 교칙을 어길 경우 학교장 추천, 장학금 수여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1인1특기와 적성신장을 위해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펼치고 있다. 남학교라는 특성상 남학생에게 부족할 수 있는 감성이나 정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있는 늘품축제와 체육대회를 통해 동아리 활동 발표회를 갖는다.
또 독서 생활화를 위해 인증제를 실시해 다양한 교과목 필독서 목록을 선정하고 있다. 독서인증제는 3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100권의 지정도서를 읽어야 졸업을 할 수 있고, 완독했을 경우 인증서를 수여한다.
1학년 때 40권, 2학년 때 40권, 3학년 때 20권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논술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심화특강반을 운영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에서 모든 공부를 소화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러한 부천고등학교의 끊임없는 노력은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 그 명성을 빛내고 있다.
전국 명문고등학교와의 정보 상호교류도 활성화함으로써 진학지도 및 교과지도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대학 자문위원의 지속적인 활동도 매년 바뀌는 대학입시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이러한 다양한 교육방침은 제14회 고등학교 외국어 경시대회 우수학교, 경기도 논술평가 금상 수여, 그리고 2006년 과학교육현장 실험평가 우수학교 표창 등을 비롯해 전국 제100대 교육과정 최우수 고등학교 표창 3년 연속 수상의 결과로 나타났다.
진학률에서도 부천고 학생들의 우수성은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10년간 고교별 서울대 진학생 수에서 부천고는 경기도 내의 쟁쟁한 특목고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도 서울대를 비롯, 연고대의 진학률이 60여명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 고루 뿌리내린 동문
부천고등학교는 유명인사들을 많이 배출하지 않았지만, 법조계와 운동계, 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동문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는 부천고 출신들이 기반을 닦아놓고 법조계에 입문한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고 있다.
각 지역동문회와 분야별 동문회들이 나뉘어 활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금융기업친목회인 ‘금친회’, 산업계 기업친목회인 ‘비즈넷’, 법조인 동문회 등 여러 동문회들이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부천고등학교 동문의 특징은 다시 부천시로 돌아와 지역사회의 봉사에 매진한다는 점이다.
부천고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통해 부천시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보다 살기 좋은 부천과 공부하기 좋은 부천고등학교를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실제로 부천고등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직접 가르치는 동문들도 있으며, 경기도 도의원과 시의원에 입문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동문들도 있다. 3회 졸업생인 신석철 부천시의회 시의원과 9회 졸업생인 이재진 경기도의회 도의원은 의정활동과 함께 부천고등학교 동문을 모아 봉사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최연소 행정고시에 합격한 동문도 있다. 13회 졸업생 행정안전부 오병권 조직기획과장은 대학 재학시 행정고시에 합격, 최연소 스피드 승진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대통령 경호실과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동문도 있다. 14회 졸업생 이준화 대통령경호실 사무관과 17회 졸업생 윤국섭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다.
또 체육계에서는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안병학 선수는 현재 화이트삭스에서 활동 중이다. 안병학은 2001년 원광대 3년 재학 중 95만달러의 계약금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투수이다. 이밖에도 기아 최훈락, 우리 히어로즈 조평호 선수 등이 야구 강호 부천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희 기자 wooang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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