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보고서에서 조지 소로스 메일까지
정보를 얻는 자가 삶을 지배한다

구내 식당은 요즘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다.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실물경기 침체에 전전긍긍하는 직장인들이 정보를 은밀히 탐색하는 정보 교류의 공간이자 회합의 장이다. 구내 식당의 진화(進化)이다. ‘카더라 통신’이 퍼져나가는 루머 재생산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내 식당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난세일수록 돌아가는 길이 빠를 수 있다. 때로는 한걸음 물러나 전체를 조망하고 목표를 재정비해야 생존의 출구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파산한 엔론(Enron)이나 월드콤 직원들은 사내 정치에 주력하다 보니 파산에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살을 에이는 경제 한파에 불안한 직장인들도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경기동향에 민감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세계경제의 형세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 생존의 첫걸음이다. 거시경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기업은 물론 가계의 생존 전략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거시경제 분석능력에 관한 한 국내에서 첫손가락에 꼽힌다. “300억달러 통화스와프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달러 환율은 스와프 거래로 확보한 300억달러의 자금이 소진되는 시점부터 다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의 파급효과를 평가한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원화 약세를 예상하고 달러를 움켜쥐고 있는 수출기업들, 국내 금융권의 단기 외채 만기도래, 경상수지 적자 등 여러 변수들을 감안해 볼 때 한미 간 통화 ‘스와프 효과’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예측은 정확했다. 지난 20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를 넘어섰으며, 주가는 다시 1000선이 붕괴됐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영웅담을 주요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할 때도 이 연구소는 그 허구를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04년부터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그리고 위기의 핵심에 클린턴 행정부가 씨를 뿌린 서브프라임 대출이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개설된 블로그(cafe.daum. net/kseriforum)에서 한국경제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 샘플들을 읽어볼 수 있다.
정교한 거시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 가능성도 꾸준히 경고해 온 이 연구소는 거시경제 동향은 물론 조선, 건설, 반도체 등 개별 기업 분석에도 뛰어나다.
환율 방향을 잘못 예측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이 연구소 보고서를 미리 읽었다면 회사가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사태는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원자재 재고 물량 처리 시기를 놓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국내의 한 재벌 기업도 비슷한 사례이다. 거시경제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는 역량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책 연구기관들과는 달리, 경제 지표해석에 외부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도 방문해 볼 만하다. 지난 2006년 당시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서브프라임의 해일이 다시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rgemonitor.com)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추이를 궁금해하는 전 세계 전문가와 네티즌들의 방문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국제 통화기금, 백악관 등 큰물에서 활동한 경험이 풍부해 시야가 넓으며, 세계경제를 시스템적인 시각에서 통찰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1일자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금융위기로 내년 세계 헤지펀드 산업의 규모가 올해에 비해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불가리아의 고정 환율제 포기 여부, 그리고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구제금융 지원 논란 등도 관심을 끈다. 전문연구원들이 분야별로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 동향 정보를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게 전달해 주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사태의 씨앗을 뿌린 장본인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그린스펀도 폴 볼커로부터 FRB 지휘봉을 넘겨받기 전 경제 동향 연구기관을 운영하며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소로스는 내년에 다시 한국을 공격할까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널리 알려진 조지 소로스의 메일 서비스(www.Gerogesoros.com)에서도 그의 깊은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997년 약세 통화에 대한 가차없는 공격으로 아시아 환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받아 온 소로스는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언급한 ‘노란 토끼’가 조지 소로스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헝가리 이민자 출신인 그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모순에 주목한다.
지난 21일 이메일로 전송된 그의 글(The Crisis & What to do about it)은 현 금융 이론으로는 금융 시스템에 내재한 모순을 풀어낼 수 없다며 규제강화를 주장하면서도 정책 당국자들을 상대로 중용의 도를 강조해 관심을 끈다.
실업의 공포가 미 전역을 휩쓸면서 미 시민들이 이번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고, 이에 따라 여론을 의식한 징벌적인 규제가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우려이다.
규제에 나서는 공무원들도 오류를 저지르기 쉬운 인간일 뿐이며 로비와 부패에 노출돼 있는 등 관료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한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기관인 맥킨지가 발행하는 맥킨지 쿼터리(www. mckinseyquarterly.com)도 주목할 만하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루비니 교수, 그리고 조지 소로스 등이 주로 거시경제 흐름을 분석하고 있는 반면, 이 컨설팅그룹은 개별 경제 주체들의 전략적 대응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침체에 익숙해지는 법(Learning to love recession)’, ‘불확실성 하의 전략(Strategy under uncertainty)’ 등이 최신호에 실려 있다. 유가 급락을 정확히 예견해 골드만삭스의 ‘200달러’ 유가 상승설을 무색하게 한 삼성경제연구소(www.seri.org)도 참조 대상이다.
이 밖에 미국 국내 총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실업 보험 신청 내역을 알 수 있는 미국 노동부 사이트(www.ows.doleta.gov/unemploy), 아고라 파이낸스(www.agorafinace.com), 미 제조업의 재고 현황을 알 수 있는 미 상무부 통계청 사이트(www.census.gov) 등도 경제 동향 파악에 필수적인 사이트들이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불확실성 시대 신 풍속도
“이 참에 역술원에나 가볼까”
경제 한파가 몰아칠 때 수혜를 보는 이들도 있게 마련이다. 위기탈출의 묘수가 없어 막막하기만 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수를 지도하는 컨설턴트들이 바로 그들이다. 영세사업자들에게 당장 먹힐 수 있는 전단지 제작 방법, 명함 디자인 등을 지도한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유명 역술원들도 경기 한파의 혜택을 톡톡히 본다. 김정섭 청송철학원장은 하루에 평균 100여명이 이 역술원을 찾고 있다고 귀띔한다. 내년 초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이며, 요즘도 상담 일정을 잡으려는 전화 문의가 그치질 않는다.
이 철학원은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금융불안,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다. 세계경제의 종갓집 격인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경제 예측도 전문가들보다 역술인들에게 묻는 편이 낫다는 뼈있는 농담도 회자된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경제 예측을 하지 못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