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시대’ 얼마 못 가… 집값 폭락론에 부화뇌동 말아야

집 있는 신빈곤층을 일컫는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매스컴에는 연일 “부동산 시대는 끝났다”는 잿빛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IMF 이후 최악의 침체기를 맞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그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외치는 김부성 부동산富테크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무리하게 빚을 져 부동산에 몰빵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계획적으로 움직이되 판단이 섰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좀 더 나은 환경의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1주택자라면 지금이 적기다.”

대한민국 부동산이 위기론에 휩싸였다. 현실을 진단한다면.
“한 마디로 외통수에 걸려든 형국이다. 수요자들이 꼼짝할 수 없게 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 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앞장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DTI 규제가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둘째는 부적절한 공급책이다. 보금자리주택 폭탄 공급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수요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셋째는 폭락에 대한 걱정이다. 특히 부동산 폭락론자들의 입김이 수요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기간, 특정지역에 물량이 집중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미분양도 문제거니와 분양 완료된 아파트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자 및 세 부담 때문에 분양권을 처분하려는데 계약금 포기만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아예 웃돈을 얹어서 파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이를 가리켜 업계에서는 ‘금깡통 분양권’이라고 부른다.”

웃돈을 얹어 팔 바에야 계약 해제를 하는 편이 낫지 않나.
“계약해제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협의해제를 한다 해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처분이 급한 매도자들은 예상 손실분의 최대치만큼을 웃돈으로 얹어주기도 하는데, 나는 이것을 ‘슈퍼 깡통’이라고 명명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생각보다 침체가 길어지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시간이 좀 걸릴망정 다시 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나. 무엇보다 현재 가격 하락보다 심각한 문제는 거래 실종이다. 거래가 정상화되면 가격도 저절로 회복될 것이다.

따라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살 수 있도록 해서 시장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집을 사고자하는 사람도 줄었을까? 그렇지 않다.
전셋값 폭등과 가구 소득 증가 등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할 수밖에 없다.”

아직 희망은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그렇다. 일각에서는 대세 하락에 접어들었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외환 위기 때처럼 전국적으로 하락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수도권과는 달리 지방의 경우에는 분양·매매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폭락론자들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

신중은 기하되 투자 자체를 외면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하우스 푸어’를 피하려고 그보다 더 비참한 ‘하우스리스 푸어’가 돼서는 안 된다.”

최근 〈하우스 푸어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뭔가.
“하우스 푸어를 과욕과 투기에 사로잡혀 위기를 자초한 집단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본의 아니게 투자 함정에 빠진 선량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각종 매체와 시장 비관론자들은 이들의 현실을 알리는 것에만 급급할 뿐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왜 그들이 하우스 푸어가 됐을까’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위기 탈출전략’을 제시하고 싶었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권이 바닥을 찍었다고 봐도 되나.
“바닥인지 아닌지는 겪어보지 않은 이상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최근의 신호들을 종합해보면 낙관해볼 만하다. 국토부가 발표한 7월 실거래가를 보면 개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 주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거래 가격이 5000~9000만 원가량 상승했다.

현지 중개업소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들어 급매물을 찾아다니는 매수 대기자들이 꽤 많다고 한다.”

최근 타워팰리스 값이 반 토막 났다는 소식이 화제다.
“언론이 과장한 측면이 있다. 최고 29억에 거래됐던 타워팰리스 값이 15억으로 떨어졌다는 얘기인데, 솔깃하기는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최근 공매에서 15억 선에 낙찰된 물건은 북향인 데다 방이 3개에 불과(동일면적 다른 타입의 경우 방 4개가 일반적)해 최고가가 21~22억 정도였던 비선호 타입이다.

반면 과거 29억에 팔렸던 타입은 층·향·평면구조 등에서 월등히 우위에 있는 타입이었다. 결과적으로 최고가 대비 하락폭이 두 배 이상 부풀려진 셈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 것 같은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창 활기를 띨 때 DTI 규제로 시장을 옭아맨 것은 정부다. 원하던 효과를 충분히 보고도 남았으니 이제 거둬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DTI를 10% 이상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양도세 중과 감면도 연장해야 한다. 규제 완화는 정부로서 피할 수 없는 카드이므로 머지않아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은 어찌해야 하나.
“환자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약을 투여할지 말지 고민만 해서야 되겠는가. 값 싼 포도당 링거 한 병만 투여해도 약효는 분명 나타날 것이다.

그 이후의 조치는 그 때 상황을 봐가면서 조절할 일이다. 설사 DTI 규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한국은행 총재가 밝혔듯 DTI 규제를 푼다 해도 가계부채가 악화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집을 사고는 싶지만 불안감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집값 거품론·폭락론은 언제고 있어 왔다. 거기에 부화뇌동해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무리하게 빚을 져 부동산에 몰빵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계획적으로 움직이되 판단이 섰다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좀 더 나은 환경의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희망하는 1주택자라면 지금이 적기다. 가급적 추석 전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상혁 기자 pres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