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OO동 길가에 서 있는 푸드트럭. 국화빵을 팔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의외로 많다. 거리에서 시작해 성공창업가가 된 사례 말이다. 불법영업이었던 푸드트럭이 이르면 올 상반기 합법화된다. 적은 자본으로 창업코자 하는 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 창업전문가들은 푸드트럭 창업을 ‘강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날씨 참 좋다. 행락객들이 삼삼오오 모인 곳에 가면 항상 눈에 띄는 게 있다. 음식을 파는 트럭, 일명 ‘푸드트럭’이다. 없으면 허전하다. 그런데 앞으로는 허전할 일 없을지도 모르겠다. 더 자주 볼 수 있게 돼서다.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는 푸드트럭. 하지만 국내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다. 세 가지 규제가 덩어리로 얽혀 있다. 우선, 트럭에서 음식을 팔려면 트럭을 개조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법이 없다. 자동차관리법상 그렇다. 또 식품위생법에도 저촉된다. 차에서 조리한 음식은 못 팔게 돼 있다. 이러한 걸림돌이 올 상반기 모두 걷힌다. 푸드트럭이 합법화된다는 얘기다. 초기 창업자들 아마 단단히 벼르고 있을 것 같다.
합법화의 시작은 ‘끝장토론’이었다. 지난달 20일 열린 토론에서 한 푸드트럭 개조업체 사장이 이를 허용해달라고 건의했고 정부는 속도를 냈다. 일반 화물차를 개조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을 수정하고 식품위생법도 고쳤다. 현재 입법예고 중이며 올 상반기 중 공포·시행된다. 정부관계자는 “조속한 규제완화를 통해 서민 생계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직 도로교통법은 그대로다. 일반 차량도 오랫동안 주차하면 안 되는데, 버젓이 영업을 하는 차이니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합법화된다고 해도 당분간 유원시설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유원시설은 약 355곳이다. ‘유원시설업 내 푸드트럭 도입’을 총괄하고 있는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이 건을 조속히 처리해 손톱 밑 가시 뽑기의 롤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유원지부터 시작하지만 도로교통법도 개정돼 그 범위가 확대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초도비용 약 1500만원…사계절 잘 팔리는 메뉴 좋아
좋은 기회. 자, 그럼 나도 어디 한번 창업해보자. 우선 뭘 해야 할까. 트럭을 사야 하지 않겠나. 현재 푸드트럭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이 때문에 트럭을 구입한 후 개조를 맡겨야 한다. 트럭은 보통 중고차로 구매한단다. 중고차 상사에서 0.5톤이나 1톤트럭 매물을 찾으면 된다. 0.5톤의 경우 약 500만원이고 1톤은 700만원에 거래된다. 새 차는 약 2000만원(1톤) 가까이한다. 구입 후에는 개조를 해야 한다. 개조비용은 약 800만원이다. 내외부 세팅(디자인 및 도색)에 400만원, 조리설비를 설치하는 데 약 400만원으로 생각하면 된다.
황우연 길벗스낵카 본부장은 “어떤 아이템을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떡볶이를 판다고 하면 차 가격을 제외하고 외부 도색 및 조리시설 탑재까지 약 750만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의 경우 조금 더 비싸다. 반자동머신을 쓸 건지 캡슐머신을 쓸 건지에 따라 다른데, 반자동머신을 설치하면 머신가만 약 350만원이다. 황우연 본부장은 “최근 들어 문의가 많이 늘어 성수기(봄, 가을) 기준 많으면 한 달에 10대 정도를 개조하고 있다”면서 “한 대당 평균 15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론 적으로 넉넉 잡아 약 1500만원의 초도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중고트럭+개조비용).
물론 트럭을 구입하기 전에 아이템 선정을 마쳐야 한다. 트럭에서 팔 수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많다. 분식류, 아이스크림, 커피, 오징어구이, 크레페, 도넛, 붕어빵, 짜장면, 피자…. 학교 주변인지, 오피스 밀집 지역인지 등 상권을 잘 분석해 선택한다. 염두에 둘 건 ‘박리다매’ 형식을 기본적으로 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므로 적게 남기며 많이 팔 수 있는 걸로 선택하란 말이다. 비싸도 5000원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한 창업전문가는 “푸드트럭은 계절의 변화, 날씨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면서 “지속가능한 영업을 위해서는 사계절 꾸준히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거나 메인 메뉴와 서브 메뉴를 따로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영속성 약 2년, 단기간 ‘바짝’ 버는 용?
성동구에 거주하는 최상현 씨(35) 는 “현금 장사고, 노력 정도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운영시간이 탄력적인 게 푸드트럭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오피스 구역에서 커피를 판다고 하면 아침시간부터 점심시간 직후까지 영업하는 식이다.
최 씨는 약 1년 반 동안 모 대학교 인근에서 영업을 하다 올 초 트럭을 팔았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 꼬박 10시간 이상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면서 “비나 눈이 온다고 하루 장사를 빼 먹으면 손님들은 발걸음을 돌린다. 이동성 차량이라도 항상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푸드트럭은 폐업률이 높다. 영속성이 2년이 채 안 된다. 현재 영업 중인 푸드트럭의 정확한 개수를 집계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최 씨는 “총 순이익은 밝힐 수 없지만 하루 평균 5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서 “(나처럼) 짧은 시간에 돈을 벌어 점포를 열고자 하는 사람에게 맞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폐업 주기가 빠른 만큼 트럭의 중고 매물도 많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2년 정도 영업을 하다 중고로 푸드트럭을 내놨을 때 구입비용의 반 이상은 보장받는다”면서 “특히 최근 들어 수요가 높아지면서 (중고)트럭의 가격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명의 팝니다”…복병 많아
지난 3일, 중구 OO동 OO궁(宮) 앞 노란트럭. 국화빵을 팔고 있던 한 상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한동안 왜 안보였냐”고 했더니 “3개월간 병원에 있었다”고 했다. 이 상인은 “오랜만에 나왔더니 내 자리에 커피트럭이 있더라”면서 “한바탕한 끝에 오늘부터 다시 둥지를 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아침 10시부터 궁이 문 닫는 5시께까지는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싸움과 텃세. 아마 푸드트럭을 창업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난관’일 거다. 홍태곤 지노비즈 팀장은 “특히 목 좋은 자리의 경우 오랜 기간 그 자리를 ‘다져논’ 세력들이 있다”면서 “거리의 명당에서는 일반점포처럼 권리금을 내고 장사를 해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자리 때문에 ‘명의’를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에는 한동안 호떡을 팔던 트럭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다. 이 트럭 상인은 ‘장애인’ 명의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상인은 장애가 없었다.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것뿐이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사망해 갱신이 안 돼서 장사를 접은 사례다.
홍태곤 팀장은 “좋은 자리에서 푸드트럭을 하는 경우 본인 명의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대부분 기존 세력들에 연계돼 자리에 대한 브로커가 항상 끼어 있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어 “오랜 기간 통상적인 영업 방식에 젖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는 것보다 더 많은 복병이 있을 것”이라면서 “영속성만을 봤을 때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황우연 길벗스낵카 본부장 또한 “내부 시설에 관한 규제가 풀린 건 환영할 일이지만 향후 경쟁이 더 세지면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면서 “기존 임대인과의 갈등 등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역보장, 세금문제 등 후속조치 따라야
창업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리다툼 등에 따른 후속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자리 지정’이다. 홍태곤 지노비즈 팀장은 “트럭 위치에 라인을 그어 놓고 번호를 매겨 자리를 지정해줘야 한다”고 했으며 김갑용 이타창업연구소장 또한 “외국의 경우처럼 자기자리에 번지가 매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상점과의 갈등요소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갑용 소장은 “월세를 내고 종업원을 고용해서 영업하는 일반 상점과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일단 하나의 규제를 풀었으면 나머지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후속조치를 마련해 잘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소장은 이어 “위생관리나 세금부과 등의 사후관리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창업전문가들은 “지인이 푸드트럭을 한다고 하면 추천할 거냐”는 질문에는 미적지근하게 답했다. 김 소장은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영업을 하는 것, 즉 제도권 안에서 영업하는 형식이 아니라면 리스크가 크다”면서 “만일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도권 지역이 아니라 지방으로 눈을 돌려 신시장을 개척해보라고 하겠다”고 조언했다.
홍 팀장 또한 “수도권 과밀지역이 아닌 지방의 시청이나 오피스 밀집지역 등을 선점할 수 있다면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후발주자로 들어가다 보면 또다시 권리금이나 로열티 등 기존세력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팀장은 이어 “만일 지인이 창업을 염두에 둔다면 푸드트럭보다는 좋은 매장자리를 찾아주겠다”면서 “건물의 경우 임대차보호법 등 예전부터 받쳐주는 탄탄한 법들이 마련돼 있어 좀 더 안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법이 정착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행 포장마차나 푸드트럭은 제도권에 흡수되지 않은 영역”이라며 “우선 합법적인 유원시설에 푸드트럭을 허용하고 현재 불법인 영업과 관련한 제도개선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푸드트럭 창업, 이것이 궁금하다!
# 얼마나 들어?순수 시설비용만 약 1500만원이 필요하다. 내부조리시설 탑재와 트럭 가격을 모두 합한 가격이다. 단 중고트럭 기준이다.
# 트럭은 어디서?
중고차 상사에 가면 살 수 있다. 개조는 전문 업체에 따로 맡겨야 된다. 15일 정도 소요된다.
# 푸드트럭 프랜차이즈, 할 만할까?
이동형 차량이란 특성상 그리 쉽지만은 않다. 본사에서 물건을 대줘야 하는데,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이 인근 슈퍼에서 급구해서 쓴다거나 하는 ‘누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메뉴를 특화한다면 시장성이 있다. 어느 정도 경쟁은 예상해야 한다. 벌써부터 푸드트럭 프랜차이즈를 구상 중인 업체가 꽤 된다.
# 그래서 해? 말아?
반반이다. ‘생계형’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복병이 많다. 자리다툼에서부터 인근 상점과의 갈등까지. 목 좋은 자리에는 로열티를 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도로에서 영업하는 건 불법이다. 첫 창업이고, 자본금이 별로 없다면 경험삼아 해볼 만하다.
# 아직 합법화 전인데 영업하고 있는 푸드트럭은 무엇?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모두 불법이다. 올 상반기 합법화된다고 해도 도로에서는 아직 불법이다. 지자체마다 단속 스타일(?)이 다른데, 심한 경우 자발적으로 단속을 돈다. 그러나 대부분 민원이 들어오면 단속을 한다. 민원은 보통 주변 상인들이 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