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태 전 롯데햄 이사
1986∼1991 (주)롯데햄·우유 기획실 실장
1992∼1994 (주)롯데햄·우유 감시실 부장, 사내 감사
1994∼1997 (주)롯데햄·우유 영업관리부 이사
1997∼2001 (주)롯데햄·우유 김천공장 공장장
2001∼2004 (주)롯데햄·우유 CFO 및 공장장
2005∼2007 (주)디앤에코 디자인사업 본부장, 전무이사

정순태(62) 전 롯데햄 이사는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던 1980∼2004년까지 롯데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롯데제과를 거쳐 롯데햄의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지냈다. CFO는 회사 내 자금과 관련된 일을 총괄하는 자리.

평직원에서 출발해 CFO까지 지냈으니 기업 내부 관리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정 전 이사는 “자재관리부 과장에서 경리부, 기획실, 감사실에서 근무했고 공장장까지 지내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전성기 시절을 회상했다.

정 전 이사는 주로 기업의 내부 관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조직 관리에서 회계 관리까지 회사의 내부 문제로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법을 제시해 준다. 방향을 제시하고 꼼꼼히 수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경영 노하우가 후배 CEO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은퇴를 고민할 때쯤 대학생활이 떠올랐습니다. 경영학과 재학 당시 교수님을 따라 중소기업 자문을 종종 나섰는데, 그때의 느낌이 생생했습니다.

일반적인 경영 노하우가 중소기업 입장에서 엄청나게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봤을 때 보람을 느끼기 보다는 안타까웠습니다."

정 전 이사는 대기업에 재직하던 시절, 중소기업의 안타까운 현실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내부 관리를 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을 봤고, 제대로 된 조직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적자를 기록한 곳도 많았다.

언젠가 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 중소기업의 자문은 ‘보람을 찾는 일’이라기 보다 ‘사명’처럼 여겨졌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중소기업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정 전 이사는 전경련 중소기업자문봉사단에서 답을 찾았다. 대기업 은퇴 임원들이 모여 중소기업 경영자문을 하는 곳을 찾은 것이다.

그는 1년에 4∼5개의 중소기업을 컨설팅 한다. 다른 자문위원에 비해 다소 적은 숫자다. 다만 경비 사용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2008년에 이어 2009년까지 경비 사용 금액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자문경영봉사단 자문위원의 급여는 ‘O원’이다. 전경련으로부터 받는 돈이라고는 자문 활동에 있어 차비로 지급되는 활동비가 전부다.

자문 과정에서 식사라도 할 요량이면 사비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같이 자문 기업을 방문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 자문위원 활동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중소기업의 자문 활동에 대해 “보람이 상당히 크다”며 뿌듯해 한다. 골드 시니어로서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후배 CEO들을 한 식구처럼 챙기며 기업 컨설팅에서부터 해결 방법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명예 직원’이란 별칭도 얻었다. 자문기업의 보안을 담당하는 경비들도 그를 직원과 같이 대한다.

학사 관리 시스템 업체인 토마토정보통신의 ‘부활’은 정 전 대표의 자문 효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2008년부터 매출 하락과 인력 이탈 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며 경쟁력이 약화됐던 토마토시스템은 현재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인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며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조직원의 안정은 내부 경쟁력을 향상시켜 학사 관리 시스템을 일본 등 해외에 수출할 길을 열었다.

이런 정 전 이사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후배 CEO들이 선배 CEO들의 식견과 경험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스스로 패쇄성을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컨설팅을 받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스템 정비에 비용이 들어간다’ ‘컨설팅을 못 믿겠다’는 걸 명분으로 세우지요.

하지만 결국은 자기 회사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겁니다. 경영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니 늙은이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는 거겠지요. 컨설팅만 해주고 제대로 된 관리를 해주지 않은 자문 과정의 문제도 있어요.”

정 전 이사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아쉬움을 자신의 자문 과정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신이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안 될 게 없다는 투다. 그만큼 그는 후배 CEO의 성장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후배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혹시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하는 정 전 이사. 그의 고민은 골드 시니어로서 후배 CEO를 사랑하는 애정이 강할수록 커져가고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