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인수합병(M&A)의 성공확률은 50% 미만이다. 하지만 인수 후 3년이 지나면, 성공확률은 10%대까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M&A를 통한 성장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국내기업 중 M&A에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화 큐셀이다.

 

기업 입장에서 인수합병(M&A)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최근 M&A 시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돼 모든 신기술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고 타 산업의 융합으로 필요한 기술 영역이 크게 확장됐기 때문이다. 또한 ‘베팅’만 제대로 한다면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수 있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수 후보들은 저마다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친다.

하지만 M&A가 항상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국가 및 기업 간 문화가 판이하고 법률·규제 등이 생소한 해외 기업 M&A의 승률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무리한 시도가 ‘승자의 저주’로 이어지는 장면은 국내외 시장에서 수차례 목격됐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기업 중 M&A를 성공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화큐셀이다. 한화큐셀이 지난해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파산 상태의 회사를 한화그룹이 인수, 경영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수직 계열화 덕분에 수익은 늘리고 비용을 크게 줄여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화큐셀은 독일기업이었다. 큐셀은 2008년 태양광 셀 생산능력 세계 1위에 오를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지만, 태양광산업 불황과 공급과잉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4월 파산했다. 같은 해 10월 한화가 이 기업을 인수했다.

한화는 큐셀 인수로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한화솔라원)-셀·모듈(한화솔라원+큐셀)-발전(한화솔라에너지)’의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과정에서 반대가 극심했다. 피인수 기업인 큐셀은 인수 당시 누적 적자가 4420만달러에 달했고, 공장가동률은 20∼30%에 불과했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로 태양광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에 직면했으며 미국발 셰일 혁명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김승연 회장은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가 필요하다”며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은 불확실하지만,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한화그룹의 창업정신에 따라 태양광 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화의 적극적인 행보와 달리 태양광산업은 더욱 악화했다. 태양광 사업의 주요 수요처인 유럽 지역이 경기 불황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대표 신재생에너지 기업 지멘스는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고 사업부를 매각한 것도 극심한 업황 불황을 이겨내지 못해서다.

 ‘빨리빨리’ 보다 ‘화합·포용’ 보여

인수 후 업황 부진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한화는 서두르지 않았다. 태양광산업이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이 동시에 존재했지만, 머지않아 살아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큐셀의 침체된 분위기였다. 장기간 태양광 산업 불황으로 조직 목표가 크게 흔들렸고 조직원들이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당시 한화는 유럽에서 생소한 한국기업이었다. 파산 상태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큐셀은 아시아의 잘 알려지지도 않은 회사가 주인이 되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한화 측은 큐셀 임직원에게 강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화 내부에서도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이 서로 다른 기업 간 화학적 결합을 이루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인수 후 통합(PMI·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김희철 한화큐셀 신임 대표는 “큐셀을 글로벌 넘버 1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인수했고 생산 시설을 옮기는 일도, 브랜드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인수 초기에 품을 수 있는 불안감, 즉 아시아 기업이 인수했으니 생산 시설을 중국이나 한국으로 옮긴다든지, 기술을 빼낸 다음 문을 닫는다든지, 대대적인 고용조정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CEO가 직접 나서 해소한 것이다.

또한 한화는 한국이나 한화의 기업 문화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현지인에 의한 경영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상호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한화가 큐셀 인수 후 기업문화를 강조하거나 파견 임원을 통해 성과나 비즈니스 관행을 주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경영진은 물론 큐셀의 고유 기업 문화를 인정했다. 흔히 말하는 인위적 통합 작업은 하지 않았다. 이에 김 대표는 “전리품을 가져가려는 점령군이 아니라 기술과 인력을 더해 상생하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 배지가 자랑스럽다

한화는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위닝스피릿(Winning Spirit)’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한화큐셀은 독일인, 말레이시아인, 한국인, 일본인 등 20여 개국 사람이 있는데 모두 다른 문화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문화인 ‘위닝스피릿’을 공유하면서 핵심 가치 창출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큐셀 경영진과 부장급 이상 간부들은 한국을 비롯한 타 국가의 태양광 설비을 방문해 연수를 받았기도 했다. 당시 위닝스피릿에 참여한 로버트 바우어 큐셀 기술담당 임원은 “한화을 모르던 임직원들이 그룹 본사뿐만 아니라 다른 생산기지의 첨단 시설과 효율적인 프로세스에 놀랐다”며 “연수 후 가슴에 달린 큐셀 배지를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화학적 결합을 통해 단순 셀 제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모듈 제조 비중을 늘릴 수 있었다. 인수 전 45 대 55 수준이었던 셀과 모듈의 생산 비율은 지난해 3분기 28 대 72까지 조정됐다. 원자재 구매도 한화솔라원 등의 그룹 네트워크를 통해 인수 당시 대비 50% 이상 절감했고,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발전사업 영역 강화를 위한 차세대 제품도 지속해서 개발할 수 있었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 내부 모습. [사진=한화]
김승연 회장의 '뚝심과 믿음' 통했다

김승연 회장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 그리고 한화와 큐셀 간에 잘 다져진 결합과 통합으로 어두운 태양광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결과 태양광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큐셀의 실적도 서서히 회복됐다. 더욱이 지난해 7월에 있었던 중국 정부의 태양광 정책 발표와 8월 중국과 EU 간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협상 타결이 큐셀에 호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인수 당시 20~30% 수준이었던 공장 가동률은 90% 이상을 넘어섰고 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의 연간 셀 생산능력도 900㎿로 향상됐다.

한화의 연간 셀 생산규모도 총 2.4GW[한화솔라원의 중국 공장(1.3GW)·한화큐셀의 독일 공장(200㎿)·말레이시아 공장(900㎿)]를 돌파하며 중국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잉리(英利)와 JA솔라에 이어 세계 3위로 인수 당시보다 네 계단 뛰어올랐다.

김희철 대표는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라는 측면과 한화그룹의 성장동력이라는 관점에서 태양광 사업에 접근하겠다”며 “목표를 향해 투자해서 태양광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