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부동산뱅크 분양팀장
“강남 재건축 ‘브랜드=집값상승’ 인식 강해”

명품 옷을 살 때 사람들은 “브랜드 값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적당한 마진도 필요하겠지만 전체를 금장으로 치장하지는 않았을 테니, 값비싼 명품 옷의 브랜드 값어치가 얼마인지 고개가 갸우뚱 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공화국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파트 브랜드 가격은 얼마나 될까. 또 “OOO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말 한 마디로 사회계층 마저 나눠지기도 하는 이 시대의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코노믹리뷰>가 아파트, 상가, 브랜드 전문가 3인을 만나 그들의 견해에 귀를 기울인 이유다. 편집자주

장재현 부동산뱅크 분양팀장
“강남 재건축 ‘브랜드=집값상승’ 인식 강해”

1988년 동아건설 ‘솔레시티’부터 시작된 아파트 브랜드화는 1990대 후반부터 불붙기 시작해 현재는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상승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가 그 지역에서 잘 살고, 못 사는 판단의 척도가 될 정도로 한국아파트의 브랜드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아파트는 집값상승률이 높다.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간(2009년 3월부터 현재) 서울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e편한세상 등 4개 주요 브랜드 아파트 가격상승률(5.74%)이 이를 제외한 비브랜드 아파트 상승률(4.23%)보다 1.5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별로 살펴보면 반포동이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의 입주 영향으로 인해 지난 1년 간 29.61%(3192만→4138만 원)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뒤를 이어 대치동은 삼성래미안의 영향으로 11.24%(2651만→2949만 원)가 상승했고, 구로구 오류동은 푸르지오로 인해 10.82%(2651만→2949만 원), 마포구 신공덕동도 삼성래미안1, 2, 3차로 인해 8.48%(1617만→1755만 원), 송파구 송파동도 삼성래미안의 상승으로 10.75%(1880만→2082만 원) 등의 순으로 올랐다.

반면, 위와 같은 지역 비브랜드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브랜드 아파트에 비해 높지 않았다. 한강초고층 개발 호재가 있는 반포동 비브랜드 아파트는 6.92%(2651만→2949만 원) 올라 브랜드 아파트에 비해 22.69%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밖에 대치동이 7.27%, 오류동이 5.75%, 신공덕동은 0.00%, 송파동 8.25% 등을 기록했다.

서울에 각 지역에서도 브랜드 아파트가 가격을 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강남구에서는 현대아이파크가 3.3㎡당 5797만 원으로 가장 집값이 높았다.

이어 서초구에서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가 4464만 원, 송파구에서는 삼성물산과 GS가 공동으로 시공한 레이크팰리스가 3337만 원, 강동구에서는 고덕아이파크가 2767만 원, 강서구에서는 롯데캐슬이 2040만 원, 동대문에서는 래미안용두 1874만 원, 서대문구에서는 서대문센트레빌 1812만 원, 성북구에서는 길음뉴타운6단지(래미안) 1790만 원 등으로 지역 내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같이 브랜드 아파트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과 가격상승률이 높은 것은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대형건설사들이 시공해 하자보수, 건축기술 등이 좋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삼성, GS 등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 이로 인해 서울 뉴타운, 강남 재건축 등 입지여건이 뛰어난 곳에 인기브랜드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다 보니 ‘브랜드=집값상승’ 이란 인식을 강하게 만든 것도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
“아파트 가치에 상가 브랜드 혁신도 시동”

브랜드는 단순히 상표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기업의 가치를 즉각적으로 대변하는 주요한 잣대로 총성없는 전장에서 키 워드로 부각된 시기는 1990년대 이후 부터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는 거주 목적에 투자 목적이 더해지면서 브랜드의 중요도는 마케팅 전쟁에서 핵심적 경쟁 무기로 꼽히게 되었다.

소위 시장을 주도하는 리딩 브랜드인 경우 소비자의 행동 유발은 물론 따라잡기 힘든 전염 속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밀레니엄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파트 건설업체간 본격적인 브랜드 배틀(battle)은 점입가경 수준이다.

소비자들 스스로 ‘래미안’,‘자이’,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등 아파트 브랜드를 당당히 거주지로 밝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브랜드 가치를 부동산 가치로 인식하는 의미로 작금의 분위기로서는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그렇다면 아파트 브랜드가 주민들의 생활 편의시설인 단지내상가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까. 사실 아파트와 달리 브랜드만으로 단지 내 상가의 가치에 후한 점수를 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단지내상가의 사용자인 세입자는 적정한 점포 구조와 매출 증대가 가능한 배후수요, 저항없는 임대조건 여부로 상가 진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며 이용자인 거주자 역시 상가의 접근성과 편의성, 다양한 생활밀착형 업종 구성여부에 따라 상가의 이용률이 결정되는 이유로 순수 브랜드만으로 가치를 논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 래미안등 주요 브랜드 건설사들은 단지 내 상가의 소비자 만족도를 최상으로 이끌기 위해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보이지 않은 땀을 쏟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와 이용자의 이익과 편의제공을 위한 상가 공급량 조절과 상가 배치 그리고 커뮤니티 시설과의 연계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아파트 단지내 상가의 최상 컨디션을 뽑아내기 위해 접근성, 접면도, 편의성, 배치, 가격, 내외부 설계, 경쟁 상권과의 이격거리등 내외적 요인에 따라 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셈이다.

때문에 시장 주도형 브랜드 건설업체는 과감히 시장분석에 자금을 투자하고 애시당초 잘못된 설계라면 수차례 설계 변경도 감행하고 현실적 공급가격 산출로 브랜드라는 심리적 만족도와 물리적 만족도까지 채우는 여정을 거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을 이끄는 리딩 브랜드는 마니아를 대거 몰고 다니는 강력한 흡입력이 있지만 단발성 이벤트로 소비층을 유인하지는 않는다.

유명 브랜드라 소비자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바램에 쉬지 않고 맞대응함으로서 소비자들을 단지 구매자가 아닌 기업의 성공가도를 기원하는 동질성의 수준까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OOO세상’이라는 한 코미디언의 유행어가 세상의 이면을 꼬집기도 했지만 오히려 ‘1등이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모토로 브랜드 혁신에 앞장서는 선두 기업들의 활기찬 노력에 관심이 기우는 이유는 뭘까. 리딩 브랜드 기업들의 향후 행보가 사뭇 기대가 된다.

정지원 브랜드메이저 대표
“실감나는 ‘고급’ 완성해야 진짜 승자”

아파트 브랜드를 개발하는 작업은 여타 산업의 경우와 조금은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개별 제품들, 서비스의 경우 각각의 USP(Unique Selling Point)라든가 차별화 속성, 핵심 소구타킷 등을 고려해 브랜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브랜딩의 대상이 ‘삶’ 그 자체, 주거생활 전반을 브랜딩하는 과제에 있어서 건설회사마다 자사만이 자신있게 내걸 수 있는 현저한 차별점 혹은 강력한 USP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소구 타깃 역시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아파트처럼 광범위한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또 있겠는가.

또한 외환위기를 겪으며 재편된 건설회사간 위상변화를 체감하면서 새로운 대륙에서의 경쟁력을 빠른 시간에 확보하고자 하는 고급화 경쟁에 치달으면서 아파트 브랜드의 미션은 ‘소비자에게 얼마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력히 전달하느냐’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물리적 차별점의 변별력이 거의 없는 산업에서 광범위한 타깃을 향해 ‘고급감’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경쟁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어필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미묘한 차이지만 ‘고급감’에도 세분화되는 감성의 영역이 존재한다. 롯데캐슬이 갖는 단단한 고급감이 있는가 하면 래미안의 자부심을 주는 편안한 고급감, 자이(Xi)가 보여주는 세련되고 첨단의 고급감, 힐스테이트(Hillstate)의 중후한 고급감이 그것이다.

결국 아파트 브랜딩의 전략의 핵심은 자사만의 고급감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1999년 아파트 브랜드 도입 초기에 래미안이 취한 고급감의 성격은 삼성물산이 내뿜는 자신감 그리고 한자조합이면서도 불어 느낌을 주면서 편안한 고급감을 유도한 전략이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은 당시 지지부진하게 ‘OO vill’, ‘OO hill’의 패턴 일색이던 아파트 시장에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브랜딩 전략을 구사하는 데 있어 브랜드 도입의 시기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한다. 래미안의 선전이후 그야말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장에 등장한 상황에서 자이(Xi)의 선택 역시 과감했다.

이미 나올 수 있는 브랜드의 형태, 패턴이 다양하게 선보인 상황에 대형 건설사 GS건설(당시 LG건설)의 전략은 전면적으로 첨단 인텔리전트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급 이미지를 소유하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브랜드가 구축이 된 이후에는 의도했던 방향으로 소비자들 인식에 자리잡기 위해 적절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다.

래미안, 자이가 런칭 이후 변함없이 꾸준히 선호를 받아온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아파트 브랜딩을 위한 조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쟁적 상황, 도입시기 등을 고려해 자사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고급감의 성격을 규정한다.

둘째, 이미지 중첩 혹은 희석화 되지 않을 수 있는 언어적, 시각적 전략을 구사한다. 셋째, 브랜드의 보이스(Voice)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전개한다.

이와 더불어 건설브랜드 포화상태에 이른 현 시점에 아파트 브랜딩에 있어 다시 짚어보게 되는 것은 ‘과연 아파트 브랜드에서 줄 수 있는 미션은 공허함에 가까운 추상적 고급감이란 것인가?’라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가장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은 바로 브랜드가 내거는 약속을 충실히 지켜냈을 때이다.

아파트라는 제품이 가진 본질적 가치와 기능적 차별점에 기반한 진정성있는 고급감이 결국 소비자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e-편한 세상’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그 사례가 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데 이미 실체보다 넘치게 고급스럽게 단지 이미지만을 강조해 왔다면 지금부터의 전쟁은 ‘얼마나 더 실감나게 그 고급감을 실현시키고 얼마나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는 고급으로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아파트 브랜딩을 위한 네번째 조건이 되겠다. 넷째, 트렌드의 변화, 소비자의 변화를 흡수해 소비자와 진정으로 호흡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