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2일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조성된 SK 장례문화센터 준공식에서 최태원 SK 회장(왼쪽부터 다섯번째) 등 귀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최종현 SK 전 회장과 아버지의 유지를 지킨 최태원 SK회장의 ‘아름다운 약속’이 화제를 낳고 있다.

최 전 회장이 생전의 약속대로 화장으로 장례를 치뤄 잔잔한 감동을 준데 이어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지에 성실히 이행한 최 회장을 통해 더 큰 감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8년 8월 69세의 나이로 타계한 고 최종현 전 회장은 평소 무덤으로 인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을 걱정하며 그 대안으로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특히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고, 실제 장례도 화장으로 지냈다.

최 전 회장의 솔선수범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작용했을지 모른다. 어찌 됐든 최 전 회장 사후 화장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SK그룹은 화장시설 건립 부지 물색에 나섰으나,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보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부지 선정에 난항을 겪다 2007년 말 현재 터를 확보하고 공사에 들어간 지 2년 여만에 시설을 완공했다.

SK그룹이 장례문화센터를 준공함과 동시에 세종시에 아무런 조건 없이 무상 기부함에 따라 최 전 회장의 ‘아름다운 유언’은 12년 만에 ‘아름다운 기부’로 결실을 맺게 됐다.

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최 회장은 아버지의 생전의 모습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겼던 38세의 청년이 중년을 넘어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동안 최 회장은 아버지의 유지를 묵묵히 이행코자 노력해 왔다. 수많은 반대와 손가락질 속에서도 그는 고인이 된 아버지의 약속을 지켜냈다.

최 회장이 기념사에서 “여러 군데서 얘기를 하고, 지방자치단체 쪽에서도 하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막상 만나면 ‘님비’(NIMBY) 때문에 실현이 안 됐다”고 회고 했다.

아버지의 유지 실현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지 10여년 만의 우여곡절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정성스럽게 조상을 모시는 전통은 이어가야겠지만 후손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뿌리 깊은 매장 문화로 ‘금수강산’이 ‘묘지강산’이 되는 것을 아버지처럼 막아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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