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생.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증권에 입사해 투자분석부 부장,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대우증권 홀세일사업본부 본부장을 맡고있다. 저서로는 《디플레이션 속으로》,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 《글로벌 위기 이후》 등이 있다.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두바이, 그 두바이의 미래를 우울하게 바라봤던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의 예측은 정확히 1년 뒤에 실현됐다.

그는 그의 저서 《글로벌 위기 이후》에서 “두바이 경제의 중심은 단연 석유이기 때문에 유가하락과 세계 경기침체로 두바이 경제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두바이의 가장 큰문제는 “주변 국가들이 두바이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두바이의 개발이 거의 완료된다면 두바이의 사업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홍 상무는 “이번 두바이 사태가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후폭풍이 한국에 미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뿐 그 여파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바이 사태, 중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사건
“9·11테러가 났을 때 사람들은 단순히 테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태로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강화됐고,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등 미국의 힘이 약화되게 만들었던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이번 두바이 사태도 단순한 하나의 사건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홍성국 상무는 이번 두바이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닌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금융위기의 일환이라고 봤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세계 경제를 지탱해 왔던 큰 틀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두바이 사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중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양대축으로 형성돼 왔습니다. 미국은 과잉소비를 통해 동아시아에서는 상품을 수입하고 달러를 지불했고, 동아시아는 다시 미국에 달러를 지불하고 미국국채를 샀죠.

미국은 또 중동에서는 기름을 매입하고 달러를 지불했고 중동은 영국과 유럽에 달러를 맡기고 이자를 받았으며, 영국과 유럽은 다시 미국에 달러를 주고 미국 국채를 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동아시아만 건재하고 영국, 유럽, 중동이라는 축이 무너진 것입니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러한 미국의 자금 흡수 과정을 ‘신비로운 길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포의 균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이 틀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이다.

그는 이번 두바이 사태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의 틀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조 증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지금 당장 두바이월드에 크게 물린 것이 없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중동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중동에 대한 신화가 깨진 것입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중동은 기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한 것이다.

이제껏 중동은 차입을 통해 기름을 팔아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건설을 했다. 금융기관 입장으론, 건물을 짓고 있는 회사들이 부도가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차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경기회복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은 어떨까. “출구전략은 늦춰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에서 정부는 금리인하, 통화량공급, 재정적자를 통한 투자, 세제혜택 등의 정책을 썼습니다.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는데 자칫 출구전략을 일찍 시행해 사태가 악화된다면 손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위기 이후 긍정론자들은 경기가 회복되면 예전 시스템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보지만, 비관론자들중에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을 거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낙관론자든, 비관론자든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에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닌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는 금융위기의 일환입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세계 경제를 지탱해 왔던 큰 틀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두바이 사태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던 중동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내년 하반기 세계 경제, 깜깜한 바닷속 항해하는 돛단배”
두바이 사태 이후의 또 다른 진원지는 어디일까. 홍 상무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해당 금융의 문제는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두바이의 주가는 두바이 사태 하루 전날에도 오르지 않았습니까. 금융기관이 철저하게 숨기면 시장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그 뒤 롱텀캐피털이 도산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사태는 당시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일이었고 선진국들은 멀쩡했습니다. 찻잔 속의 태풍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잔이 흔들리는 경우입니다.

지금 일련의 사건들은 찻잔이 흔들리면서 물이 넘치는 과정일 수도 있고요. 한마디로 1997년 외환위기를 거의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맞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경제의 틀이 바뀌면서 그 후폭풍이 한국에 미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 뿐, 그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세계 경제전망을 뺀 한국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달러는 어떨까.
“이론적으로는 약달러가 맞지만 정황적으로는 달러가치 하락이 둔화될 거라고 전망합니다.

미국은 소비가 증가하지는 않지만 저축이 증가하고 재정적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각국이 달러를 방어할 것입니다.”

올해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요인 중에는 달러강세의 힘이 컸다. 그런데 달러가치가 다시 하락한다면 한국 경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고 다른 국가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홍 상무는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금이라고 봤다. 금이 ‘리스크지표’라는 것이다. 금값에는 두바이 사태, 달러가치, 출구전략, 북 핵문제도 녹아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안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실물이라는 것.

이에 투자자들이 경제의 방향을 예측할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조언했다. 금값이 온스당 800~900달러대를 유지하면 경제가 안정권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한국이 가장 빨리 좋아질 것입니다. 한국이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볼 수 있죠. 수출지향적이고 이머징마켓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경제는 자생력을 가져야 합니다. 하반기 아무런 정책 효과가 없는 깜깜한 바닷속으로 스스로 항해를 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