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웅 노무법인 산재 대표

경찰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노동조합과 관련된 일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강한 신념으로 근로자를 대변하는 노무사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나이 28세, 3년간의 정보과 소속 경찰공무원 생활에 ‘안녕’을 고했다.
노무법인 산재 문웅(40세) 대표는 과감하게 경찰공무원을 그만두고 노무사가 되기 위해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합격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꿈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느꼈을 만큼 현장에서 본 노무사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노동, 우리 사회 극한 이해관계의 대립 현장이잖아요. 한쪽 편에 서서 치열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났는데, 갈등을 조정하고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죠. 당시 치열한 투쟁현장에서 노무사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내게 맞는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문 대표는 일을 하면서 수험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과감하게 사직을 결심했다. 당시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했지만, 꿈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2001년 1차 합격, 다음 해 2차 시험에 최종 합격하면서 수습기간 6개월을 거쳐 2003년 공인노무사로서 활동하게 됐다.
“전라도 광주가 본가입니다. 1차 시험은 집에서 동영상으로 독학을 했었고, 2차는 논술형이라 시험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갔어요. 2003년 12월 드디어 공인노무사 합격증을 받았고, 노무법인 산재에서 6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 현재 이 법인의 대표가 됐어요. 올해로 10년이 됐네요.”
노무사가 하는 일은 근로자와 사업주 간에 있을 수 있는 분쟁에 대해 한쪽 편에 서서 조정을 한다. 사업주 편에 서서 근로자와의 분쟁 관계를 조율해주고, 근로자의 임금체불, 산재, 산업 안전 컨설팅도 담당한다.
문 대표는 처음 노무사 업무의 대부분을 산재보험 사건으로 맡으면서 산업의학, 산업보건 관련 기초지식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는 산재 업무의 전문화를 위해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산업보건학을 공부했고 이제는 산재보험, 산재보상 분야 전문가로 불릴 만큼 업계 베테랑으로 통한다.
“산재보험과 관련된 업무를 하려면 보험처리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전문 의학지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폐암에 걸렸다고 가정한다면 직업적인 이유 때문인지, 암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등 관련 지식을 갖춰야 하죠. 기초의학 책을 보고 공부하다가 한계를 느껴서 보건대학에 진학한거에요. 사실 어렸을 때 꿈이 의사였어요. 산재 업무는 인간의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평소 관심 분야라서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문 대표에 따르면 산재업무는 대부분 근로자가 산재 인정을 ‘받는다’와 ‘안 받는다’로 판가름이 나는 일이다. 승패가 나는 싸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느끼는 보람뿐만 아니라 빨리 승부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아 10년간 산재 관련 노무 일을 즐겁게 해왔다고 한다.
문 대표는 맡았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진폐증 환자와 관련된 산재 제도를 바꾸는 데 일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진폐증은 과거 탄광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석탄가루가 수년에 걸쳐 폐조직에 쌓여 서서히 반흔을 만들고, 이로 인해 호흡 곤란이 생기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쉬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다고 한다. 문 대표는 이들을 위해 고용노동부에 강력히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불리하게 산정된 임금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진폐증 환자에게는 산재법상 평균임금산재특례를 산정해놓은 게 있는데 낮은 편이었죠. 관련 업무를 맡아 진폐증 환자들이 개인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이지요.”
노무사는 노동관계법, 고용창출, 사회적기업 관련 전문가로서 영리목적의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통한다. 하지만 법률·지식 서비스 제공사업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 대표의 고민이기도 하다.
“노무사는 클라이언트로부터 관련 일을 의뢰받아 그 대가로 수익을 받습니다. 위임 사무에 대한 의뢰인의 기대치는 매번 각양각색이죠. 의뢰인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대치를 갖고 일을 맡겼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우리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곤 하지요. 모든 일을 무조건 의뢰인의 요구에 맞추기는 쉽지 않거든요. 의뢰인의 상대방이 정부이거나 일반적인 사업주가 될 수도 있어요. 노무사라는 직업은 다양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고, 한 편에 서서 대립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싸움 과정이 쉽지 않고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많지요. 소극적이고 혼자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마도 힘든 직업이 아닐까 싶네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노사관계라는 상황 속에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순발력, 원만한 대인관계 등이 각별히 요구된다. 따라서 이를 피하지 않고 즐길 줄 아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직업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는 것이 오랜 경험에서 나온 문대표의 판단이다.
아울러 문 대표는 독선과 편협한 자신만의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대화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사회현상을 다룬 언론기사에 대해 비판과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연습을 해두면 업무와 관련된 컨설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문웅 노무사의 Knowhow
노동법은 영역이 넓고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경제, 법학, 사회학, 최근 노동관련 트렌드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클라이언트에게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원천이 바로 ‘신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 설립을 의뢰받았다면, 법적 절차와 정착할 수 있는 것, 최근 동향, 노동부 지원 사항 등을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노동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신문에는 요모조모 들어 있다. 신문을 통해 생산적인 비판을 하고 대안을 미리 설계하는 연습을 하면, 의뢰가 들어왔을 때 막힘 없이 컨설팅을 해줄 수 있다.
아울러 의뢰인들의 개별적 권리구제 외에도 노동관계 법제도 개선을 위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법제도가 개선된다면 수많은 피해자가 집단적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고, 이들이 잠재적인 클라이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문대표의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