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은 금융상품이 아니다. 노후에 어떠한 경우라도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도록 하는 복지다. 수익률, 중요하다. 손해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낸 돈보다 더 받을 수 있는가의 여부도 중요하다.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는가의 문제보다는 기초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김태식 씨(61세)는 중소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퇴직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소득이 많지 않아 모아둔 것도 없다. 퇴직 직후부터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이력서를 내밀 곳도 많지 않았다. 그동안 김 씨는 국민연금만으로 생활했다.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은 매월 약 54만원. 그러다 지난달부터 아파트 경비직으로 재취업할 수 있었다. 월급은 130만원가량. 그에게 국민연금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힘이 됐다.
국민연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런 국민연금이 최근 또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대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3~14%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국민은 동요했다.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더 늦게 받을 수 있다’는 불신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도입 당시 3%였지만, 1993년 6%로 1998년 9%로 인상됐다. 반면 70%였던 소득대체율은 40%로 떨어졌다. 60세면 받을 수 있었던 연금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에는 65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오는 2060년이 되면 국민연금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민연금을 내는 국민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불안감은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은 투자수익률을 따져 가입해야 하는 금융상품이 아닌 사회보험제도다. 아울러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처음 설계할 때부터 소진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정말 ‘필요악’인가?
복지는 시대적인 당위다. 문제는 복지재원 마련 방법이다. 정부는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변화할 것에 대비해 국민연금을 조성했다. 2013년 5월 현재 가입자는 약 2042만 명이다. 조성된 기금은 약 498조원이며 이 중에서 약 88조원을 지출, 현재 적립금은 약 410조원이다.
현행 요율인 소득의 9%로 걷을 경우 기금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 2043년에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60년에는 적립금은 모두 소진된다. 소진 시기를 조금 늦추기 위해 국민연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도록 보험요율을 높이고, 국민연금 받는 나이는 늦추는 것을 논의 중이다.
보험요율과 수령나이 변경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많이 거둬 같은 돈을 더 늦게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처음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증가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즉 처음 국민연금을 설계할 때 전문가들이 예상한 평균수명 증가보다 실제 평균수명 증가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의 빗나간 예측이 문제가 된 것이다. 도입 당시인 1988년 평균수명은 70세였다. 25년이 지난 지금 평균수명은 80세를 초과했고 향후 100세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잘못 된 예측을 두 차례 수정한 것이며, 세 번째 수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요율이 높아지면, 낸 돈보다 적게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도 불필요하다. 평균수명 증가로 더 오랫동안 받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낸 돈보다 많이 받도록 짜여 있다. 보험요율이 높아져도 수익비가 1 이하가 되도록 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참고로 수익비가 1이면 낸 돈과 받는 돈이 같다는 의미다.

덜 내고 더 받는 방법도 있다. 수익률을 높이면 된다.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익률은 6% 이상이다. 제도가 도입된 1988년부터 2012년까지는 평균 6.69%의 수익률을 올렸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간 수익률은 6.40%다.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국민연금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적립금을 운용한다. 운용을 잘해 수익률을 높이면 더 많은 자금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랫동안 지급할 수 있다. 적립금을 운용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국민연금과 가장 비슷한 상품은 보험사의 변액보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변액보험은 투자자가 납입한 보험료의 대부분을 펀드 등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수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을 향후 보험금으로 돌려준다. 그런데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요청으로 조사한 결과 납입 보험료 대비 연간 실효수익률은 평균 1.5%에 불과했다. 변액보험 상품 중 90%는 연 평균 물가상승률 3.19%에도 미치지 못했다. 변액보험이 이처럼 실효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사업비를 제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업비가 없다.
2060년 기금이 소진되면 국민연금을 더는 받을 수 없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KBS 여론조사 결과 ‘노후에 받을 국민연금이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기대한 비율은 16.5%에 불과했다. 반면 지금보다 줄어들거나 아예 못 받을 것이라는 답변이 83.5%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기금이 모두 소진돼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부분적립 방식이자 부분부과 방식이다. 적립방식은 이미 쌓아놓은 적립금을 후에 주는 제도다. 부과방식은 그해 근로세대에게 걷은 자금을 노인 세대에게 연금으로 지급한다. 즉 국민연금은 이 두 방식을 혼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적립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격히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부과방식만으로 국민연금을 유지한다면,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중은 지금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 이후에는 부과방식으로 운용하면 된다. 그시기에는 베이비부머의 비중도 줄어들 것이다. 실제 공적연금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도 1935년에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했으나 현재 소득대체율은 60% 정도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면연금은 금융상품인 개인연금이 아니다. 사회보험제도다. 수익률이나 보험요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의 기초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최소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연금은 물가상승률만큼 연금액을 높여주지 않는다. 국민연금만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이 높아진다. 게다가 수익비도 1 이상이다. 즉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 구매력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