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 사옥.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감산 기조를 이어가면서 향후 실적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31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엽이익이 67조7800억원, 2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4.6%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측치인 매출액 70조3600억원과 영업이익 3조7400억원을 하회한 수치인데, 비메모리 사업부의 실적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수요 회복 속, 실적 반등은 불확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DS)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1조6900억원, -2조1800억원이다. 당초 시장 예측치인 1~2조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하회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파운드리 부문이) 2023년 연간 최대 수주 실적 달성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삼성전자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인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에이디테크놀로지에 제품 문의와 신규 수주가 크게 증가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DS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로 이뤄진 조직이다. 팹리스 고객이 파운드리에 제조를 맡기는 과정에서 파운드리가 지정하는 특정 디자인하우스를 거치게 돼, 이들의 실적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의 선행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가온칩스는 지난달에만 2022년 매출의 70%에 달하는 공급계약을 맺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HBC(고성능 컴퓨팅) 신규 수주 증가 등으로 연간 최고 수준의 수주 잔고를 달성했다”면서 “올해 1분기에 AI를 탑재한 신제품 등으로 파운드리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객사의 재고 감소 추세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어 실적 회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감산 기조 유지’

파운드리 부문이 불확실한 가운데 수요 회복과 감산 기조 유지로 메모리 부문에서의 실적 개선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생성형 AI,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 SSD(서버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에 적극 대응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HBM 판매량은 매 분기 기록 경신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분기 대비 40% 증가, 전년 동기 대비 3.5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HBM3의 첫 양산을 시작했고, 4분기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를 고객군에 추가하며 판매를 확대했다.

이어 감산 기조에 대한 질문에 김재준 부사장은 “메모리 재고 정상화 목표와 생산량 기조는 변함 없다. 현재까지 생산 하향 조정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재고는 빠르게 감소 중”이라며 “그러나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세부별 재고 수준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상반기 선별적으로 생산 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 2·3위 또한 실적 발표에서 감산 기조 유지를 밝힌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 또한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수익성 개선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먼저 4분기 실적 발표를 한 SK하이닉스는 “SK하이닉스는 지금 수요가 많은 제품의 공급은 늘리고 반대로 수요가 낮은 제품은 생산을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며 “고객과의 신뢰에 기반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현재 공급이 부족한 고성능·고용량 DDR5(차세대 D램), LPDDR5(모바일용 저전력 DDR),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돼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생산을 늘려 고객들의 요구에 대응하겠지만, 수요가 적고 재고 소진이 필요한 부분은 감산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또한 “마이크론은 2024회계연도 1분기에 지난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가이던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메모리) 업계 전반에서 공급을 크게 줄인 덕분에 (빠르게) 회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보다 낮은 기간이 길어지면 회복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설비투자 억제를 지속할 것”이라며 감산 기조 유지를 시사했다. 

한편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9조5500억원, 2조6200억원을 기록했다.

MX(모바일)사업부 영업이익은 2조7300억원으로, 전분기(3조300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4분기는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해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이익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장 인플레이션 및 불안정한 국제 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소폭 성장했다”고 밝혔다.

VD(영상)·가전 사업부는 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분기(3800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전년 및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매출 3조9200억원, 영업이익 3400억원을 기록했다.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제품의 성수기 판매가 증가해 매출이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 전년 대비 성장이 지속됐다.

SDC(디스플레이)는 매출 9조6600억원, 영업이익 2조1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에 적기 대응하고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의 경우 경기부진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됐으나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폭이 완화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에 따른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향후 3년간 주주환원 정책을 기준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한 매년 잔여재원을 산정해 충분한 잔여재원이 발생할 경우 정규 배당 외에 추가 환원을 검토하는 정책도 유지한다. 차기 주주환원 정책 대상 기간 종료 이전이라도 M&A(인수합병) 추진, 현금 규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신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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