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시설. 출처=셔터스톡
반도체 생산 시설. 출처=셔터스톡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DDR5의 공급 부족 현상이 조만간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 업체들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생산 라인 증설이 뒤로 미뤄진데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의 급증으로 기존 생산시설 중 일부가 HBM에 할애되면서 DDR5 생산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고용량, 고성능, 저전력 등 성능에서 뛰어난 DDR5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옴비디아에 따르면 서버용 D램 기준 DDR5의 매출 비중이 작년 20%에서 올해 51%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2022년부터 시작된 메모리 업체들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신규 생산신설 증설을 축소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택 P3 생산라인에 웨이퍼 기준 D램 8만장, 낸드 3만장 규모의 증설 계획을 D램 5만장, 낸드 1만장 수준으로 축소했고, SK하이닉스의 유형자산 취득액(설비투자액)은 3분기 누적 기준 2022년 14.9조원에서 2023년 6.6조원으로 약 56% 줄어들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4세대 이상 D램 제품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신규 라인 증설뿐만 아니라 2세대와 3세대 D램 생산 라인을 4세대 이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DDR5와 HBM은 10나노급 4세대 이상 D램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SK하이닉스는 12인치 기준 월 약 20만장의 D램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중국 우시 공장의 일부를 4세대 D램 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간 우시 공장은 주로 2세대와 3세대 D램을 생산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이천에 남아 있는 2세대, 3세대 D램 생산라인을 5세대 D램 생산 라인으로 바꿀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 캠퍼스를 중심으로 전환 공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캠퍼스에 4세대 이상 공정 과정에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로 라인을 증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DDR4 등 레거시 제품을 생산했던 기존 라인들을 HBM 생산 라인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세대, 3세대 D램 생산 라인을 4세대 이상 D램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게 되면 생산능력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한 반도체 기업 전문 분석가는 “통상적으로 라인을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생산 효율이 떨어지게 돼 생산능력(CAPA)이 5% 정도 감소한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DDR5의 공급 부족을 야기하는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HBM이다. 4세대 이상 D램 생산시설에서 DDR5와 HBM이 생산되는데, 최근 HBM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4세대 이상 생산시설을 DDR5와 HBM이 양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반도체 기업 분석가는 “시장의 관심은 HBM에 가있지만, 아직까지 HBM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결국 올해 실적은 DDR5에서 결정날 것이다”라며 “DDR5를 생산하기 위해선 4세대 이상 D램의 생산시설이 있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세대 이상 D램의 양산비율이 54%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41%에 그친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경영진들은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는 데,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세계적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많은 만큼, 생산 확대를 예고한 삼성전자가 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공급망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생산라인을 풀 가동해도 D램 생산능력은 2022년 생산능력의 80% 미만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실질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