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에 ‘피시방 업종 변경’이라는 제목의 게시글과 함께 두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첫 번째 사진에는 ‘해당 피시방이 공사 중이니 다른 주변 피시방을 이용해주세요’라는 평범한 내용의 안내문이 등장한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 중임을 알 수 있다. 이어진 두 번째 사진에서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대규모 채굴 시스템이 나타났다. 점주가 피시방을 채굴업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상통화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피시방 점주들이 운영 대신 채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초에는 피시방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매장을 개점해 그래픽카드 등을 수급한 뒤 채굴장으로 전환하는 위장 창업의 소식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피시방으로 위장한 채굴장은 지난해 7월부터 중소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국내 한 피시방 사장은 “일부 채굴업자들은 전기 설비가 잘 갖춰진 피시방 가운데 운영이 어려운 곳을 찾아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시방 요금 결제를 가상통화로 받는 곳도 생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상통화 결제 가능한 피시방’이라는 제목의 글에 첨부된 사진에는 ‘가상통화 결제 가능’이라고 적혀 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주소와 QR코드가 적혀 있다. 주소를 이용하면 가상통화를 이용해 이용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올린 게시자는 ‘슬슬 일상에서 (가상통화가) 쓰이기 시작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가상통화 거래가 일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가상통화를 콘셉트로 한 걸그룹도 탄생했다. 8인조 걸그룹 ‘가상통화소녀’는 리더인 비트코인캐시를 포함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멤버 모두 가상통화 이름을 따 활동한다. 이 걸그룹은 가상통화 콘셉트에 걸맞게 라이브 콘서트 입장료, 아이돌 상품, 앨범 등 모든 걸그룹 관련 상품은 가상통화로만 결제 가능하다. 이들의 소속사 ‘신데렐라 아카데미’는 결제 가능 통화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시한다.

▲ 8인조 걸그룹 '가상통화소녀'. 사진=일본 신데렐라 엔터테인먼트

가상통화거래소… 레버리지 거래까지

이처럼 일상에서 가상통화 거래 현상들은 관련 사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상통화거래소(Cryptocurrency Exchange)가 있다. 해외에서는 디지털 화폐 거래소(Digital Currency Exchange)로 부르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거래소다. 우리나라 증시를 다루는 증권거래소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러한 거래소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명확한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외국 거래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거래소는 세계 가상통화 거래총액 5위인 빗썸(Bithumb)이 있다. 빗썸은 2013년 12월 엑스코인(xCoin)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비트코인 거래소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이후 2015년 6월 거래소의 이름을 빗썸(Bithumb)으로 변경해 현재에 이른다. 빗썸을 위협하는 경쟁 업체로는 업비트(UPbit)가 있다. 업비트는 다양한 알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미국 가상통화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와 제휴를 맺고 있다. 업비트는 거래 총량만 보면 빗썸과 대등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정호윤 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빗썸과 업비트의 일평균 수수료수익은 각각 25억9000만원, 35억5000만원에 이른다.

정 연구원은 “양사의 일평균 수수료수익을 단순 연 환산 시에는 각각 9461억원, 1조2900억원에 이른다”면서 “이는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규모”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 추정치는 8352억원 규모다. NH투자증권은 6826억원이다.

가상통화 거래소 규모가 커진 데에는 높은 수수료율 영향이 컸다. 현재 빗썸의 가상통화 거래수수료는 0.15%다. 이벤트나 할인쿠폰 등을 이용하면 0.04~0.075%까지 내려간다. 업비트는 원화 거래 시 0.139%,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는 0.25%의 수수료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 거래 수수료보다 10배 높다.

일반 거래만 다루던 거래소에서 최근 인버스(리버스)와 비슷한 공매도와 레버리지 거래를 지원하는 곳도 생겼다. 주식 거래에서는 주가가 내려갈 경우 오히려 수익을 얻는 펀드를 인버스 펀드나 리버스 펀드라고 말한다. 이 펀드에 수익률이나 손실률을 몇 배로 뻥튀기시켜주는 것을 레버리지라고 한다.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거래 방식인데, 이 방식이 가상통화거래소에서 적용되고 있다.

일본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bitFlyer)는 증거금의 15배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레버리지율을 높였다. 다른 일본 거래소인 코인(Coin)과 비트포인트재팬(Bitpoint Japan), GMO코인 등은 증거금의 25배 레버리지를 허용하고 있다.

가상통화 미디어 출범

외국에서는 이러한 거래소 정보들이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시시각각 오간다. 가상통화 문제만 전문으로 다루는 매체도 있다. 영국 블록체인 랩이 지난해 7월 창간한 <ICO Crowd>는 세계 최초 ICO 전문 잡지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신규 가상화폐 공개를 말한다. ICO Crowd는 영국에서 글로벌판을 발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아시아판을 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가상통화 전문 온라인 매체로는 <비트코인매거진>이 유명하고, 유럽 지역에선 불가리아의 <코인스토커>가 인기다.

우리나라에선 가상통화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 <블록미디어>가 지난 1일 출범했다. <블록미디어>는 현재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과 웹 홈페이지는 1월 말에 오픈한다. <블록미디어>는 ▲매일 매일 발생하는 국내외 시장뉴스 ▲블록체인부터 암호화폐까지 입문 콘텐츠인 블록체인 101 ▲시세와 차트를 포함한 데이터 ▲국내외 주요 인사와의 인터뷰를 제공한다. <블록미디어> 외에 ‘블록인프레스’와 ‘토큰포스트’, ‘ICO뉴스’도 가상통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국내 사이트다.

▲ 아케이드 시티. 사진=아케이드 시티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속출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력으로 무장한 각종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위협한다. 이들은 대형회사들의 플랫폼 독점을 뛰어넘으려는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택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아닌 구체적인 서비스를 블록체인을 통해 상용화했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아케이드 시티(Arcade City)’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차량 공유 전문 스타트업이다. 아케이드 시티는 2016년에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우버’가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입법화한 운전자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등록 의무화 정책에 반기를 들고 철수한 이후 급부상했다.

아케이드 시티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기사와 손님을 직접 연결한다. 중앙에 의해 조정, 통제하는 요금 체계 대신 기사와 손님이 협의해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운임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어느 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탑승객과 운전자 간의 이익을 우선해 서비스가 운영된다. 아케이드 시티는 이러한 운영 방식에 더해 소비자 데이터 관리를 블록체인으로 하고 있다. 정보만 기록할 수 있다면 무한히 보관할 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했다. 반면 경쟁사라 할 수 있는 우버나 리프트는 중앙에서 서버를 관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보관에 한계가 있다.

유사한 차량공유 서비스로는 이스라엘의 라주즈(LaZooz)도 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라주즈는 회사 전용 토큰 주즈(Zooz)를 통해 모든 결제가 이루어진다. 토큰은 채굴이 아닌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먼저 탑승자는 라주즈가 만든 주즈를 구매해 자동차를 이용한다. 차량을 공유한 운전자는 운전해 토큰을 얻는다. 이렇게 구입하거나 벌어들인 토큰은 이더리움 코인인 이더(ETH)로 교환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 스팀잇 홈페이지. 사진=스팀잇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팀잇(Steemit)을 선두주자로 아카샤(Akasha), 시네레오(Synereo) 등은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블록체인 데이터인 ‘노드’만 있으면 서비스를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아카샤의 경우 사람들은 글을 업로드하거나 수정, 삭제할 때마다 ‘가스 수수료(Gas Fee)’를 선불로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서비스 플랫폼을 유지하는 데에 사용한다. 사용자들은 글을 쓰면 네트워크 전반에 퍼진 자신들의 메시지로 돈을 벌 수 있다. 이 역시 라주즈처럼 이더로 통화를 교환해 현금화할 수 있다.

스팀잇은 글을 올린 뒤 추천을 받은 수에 따라 자체적으로 발급하는 가상통화 ‘스팀’을 유저에게 보상으로 지급한다. 사용자가 글을 쓰면 가상통화를 벌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일주일에 200만개의 스팀코인을 추천받은 수에 따라 분배한다. 특히 스팀잇이 스팀은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스팀잇 회원 간에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1스팀 가격은 약 4달러다. 지난해에 스팀은 약 410% 상승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유형의 가상통화 기반 플랫폼들이 있다. 오픈바자르(OpenBazzar)는 블록체인 기반 커머스 플랫폼이다. 오픈바자르에서는 특정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직접 커뮤니케이션한다. 이베이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이러다 보니 상품기획자(MD)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플랫폼에 상품을 무료로 등록할 수 있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사용자에게 노출된다.

가상통화 업계 “연관 사업 발전하려면 전송속도·결제문제 해결돼야”

다만 업계에선 가상통화 사업을 운영하기에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전송속도와 거래소 시세 차이, 해킹 위험과 최신 기술이 도입된 신규 코인이 대표적이다.

국내 한 가상통화 채굴업자는 “비트코인을 법인에서 이용하기엔 전송시간이 느리다”면서 “특히 수출업자들이 문제다. 한국에서 미국 거래처에 대금을 결제한다고 가정할 때 전송시간이 6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시세 차이가 나는 문제가 있다. 여기에 나라마다 다른 가상통화 시세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리플이 떠오른 이유가 비트코인의 전송속도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플은 지난 10일 기준 시총 796억달러(약 85조2450억원)이다. 지난해 1만6888%나 상승했다. 리플의 평균 전송속도는 거래소마다 다르지만 1~6분으로 짧다. 리플은 은행 간 실시간 자금 송금을 위한 서비스로 개발됐다. 이에 주수익을 리플 제작사에서 얻는다. 시중통화가 아닌 금융거래를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다른 가상통화처럼 채굴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상통화 해킹 문제도 거론됐다. 금융권 보안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기반을 둔 가상통화 산업의 최고 장점은 안전성에 있는데, 최근 그 안전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해킹에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현재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개발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쉽게 비트코인을 해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통화의 강력한 보안장치 중 하나는 코인 소유자만이 열람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일반적인 공개키 암호 방식에 기반을 둔다. 공개키를 이용해 개인키를 계산해 내야 하는데, 이를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보다 쉽게 해결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양자컴퓨터가 가상통화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상통화의 해킹 취약점을 보완한 3세대 가상통화가 최근 출현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세대 가상통화라면 이더리움은 2세대 가상통화라고 할 수 있다. 3세대 가상통화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을 보완한 가상화폐다.

텔레그램은 조만간 중재자 없이 당사자 간 송금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 ‘텔레그램오픈네트워크(TON)’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지난 8일 밝혔다. 이를 보도한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TON이 3세대 가상화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은 가상화폐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 앱(응용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TON은 기존 서명 플랫폼보다 수수료는 낮추고 데이터 처리 속도는 높일 예정이라고 <테크크런치>는 보도했다.

아시아에서는 ‘카르다노’가 3세대 가상통화로 떠오른다. 홍콩 블록체인 기술업체 ‘인풋 아웃풋’이 개발한 카르다노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시총 179억달러(19조1852억원)다. 지난해 1528% 상승했다. 2017년 10월 시장에 데뷔했으며, 에이다(AIDA)라는 토큰을 유통한다. 에이다 토큰은 최대 450억개 채굴 가능하며, 현재는 약 260억개가 유통되고 있다. 현재 카르다노는 꾸준한 코인 기술력 개발과 업데이트로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대체할 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차세대 기술력을 가진 가상통화가 개발됐다. 더루프의 아이콘(ICON), 글로스퍼의 하이콘(HYCON), 블록뱅크의 링커코인(Linker Coin, LNC)이 3세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가상통화다.

다만 새로운 통화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사업자가 어떤 코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될지가 문제다.

가상통화 거래 교육 플랫폼을 개발 중인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통화 인기가 달아오르면서 코인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추세”라며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코인이 나온다면, 새 코인으로 옮겨 탈 텐데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화폐 가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