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시장에 본격적인 규제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통화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으로만 가격이 움직이고 있어 투기과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열풍이 진정한 ‘통화혁신’으로 이어지려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통화 시장, ‘투기현상’에 불과?

금융당국과 업계 전문가들이 최근 가상통화 거래 시장의 투기과열 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 시장이 내재가치가 아닌 투기심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가치가 결정되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원이 등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도 지나치게 크다.

한국에는 고위험 고수익 자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었던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이 가상통화 시장으로 몰리면서 업계에선 ‘김치 프리미엄(외국보다 한국에서 가상통화가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또 가상통화 시장에는 20~30대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취업난과 저소득에 고통받던 젊은 층 사이에서 팽배한 ‘한탕주의’ 심리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가상통화 투기과열 현상과 관련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본격적인 규제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상통화 거래와 투기과열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취급업소 폐쇄 등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설익은 ‘통화혁신’ 평가… 진짜 통화 되려면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열풍이 투기과열이 아닌 진정한 통화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선결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가상통화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검증이다. 실제 가상통화에 대한 투자는 이것이 미래에 화폐로써 통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지만 현재로써는 이 부분에 대한 검증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 개선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유아기에 있다. 지급 결제시스템으로 활용되기에는 거래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고 복사가 너무 쉽게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술이 진정으로 미래 금융산업의 먹거리이고 혁신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실제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지금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어 “현재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기술보다 비트코인 자체에 관심이 있다”며 “그러나 전력소모와 처리속도 등 블록체인의 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결국 기술적인 문제이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국 가상통화 대응은… 기술발전엔 관대

한국보다 앞서 가상통화 열풍이 불었던 중국은 민간 취급업소에 대한 규제와 함께 정부 차원의 가상통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송금과 결제 등 법정 디지털화폐 유통에 필요한 실험을 끝낸 데 이어 공급을 규제하는 기본 모델도 설계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가상통화 취급업소 등록제를 시행하고 거래소 11곳을 승인했다. 이는 단일화된 거래 루트를 열어줘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두려는 목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유럽 중앙은행(ECB)도 가상통화 투기과열을 우려하면서 시장 개입 가능성을 표명한 바 있다.

불법거래와 투기현상 등은 막으면서도 블록체인 등 기술의 발전은 저해하지 않겠다는 것이 각국 금융당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국은행 역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 위원장도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술의 발전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유럽에서 통용되는 유로화에서 보듯이 경제 공동체나 고정환율제가 주는 편리함이 있고 ‘하나의 세계’에 대한 로망 역시 분명 존재한다”면서도 “검증이 완료된다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의 투기과열 현상은 결코 옳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