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는 무시하기엔 너무 큰 위험(Too big to ignore)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가상통화는 더 이상 무시하기엔 너무 큰 존재가 됐다. 올해 들어 실명거래제를 도입하고 가상계좌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는 등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상통화는 이제 금융소비자는 물론 전통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찍이 가상통화 투자에 뛰어든 이들과 투자를 망설이는 예비 투자자는 물론 학계와 업계, 심지어 금융당국에 이르기까지 가상통화의 미래를 섣불리 진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환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허상’이다. 가상통화 열풍을 넘은 광풍이 부는 크립토피버(Crypto-Fever) 시대,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떨어지는 가상통화… “날개가 없다”

가상통화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변동성이다. 가격 상하폭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도 심한 편이다. 가상통화 상승 랠리가 이어졌던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아침에 400만원 가까이 오르내렸다. 지난해 12월 6일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서 1599만원이던 비트코인은 7일 1996만원으로 400만원 가까이 뛰었다. 반대로 2주가 지난해 12월 21일에는 2085만원에서 하루가 22일 1669만원까지 떨어졌다.

개별 가상통화의 가격뿐만 아니라 시가총액도 변동이 심하다. 지난 8일 가상통화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이 한국 거래소의 가격을 데이터 산정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가상통화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였다. 7일 코인마켓캡 기준 가상통화 시장의 시가총액은 8350억달러였으나 10일 현재 시가총액은 6847억달러로 3일 만에 3000억달러에 가까운 가상통화가 증발했다. 하루에 1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돈이 가상통화 시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미국 가상통화 전문 헤지펀드인 블록타워캐피털의 아리 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수년 동안 비트코인이 10센트에서 70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르는 동안 가격이 80% 이상 떨어진 적이 다섯 번이나 있다”면서 “가상통화 투자도 주식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0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통화 투자자 모두가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동전주의 끊임없는 유혹… ‘리플’ 신화 만들어내

가상통화 투자에 있어 또 다른 위험은 ‘동전주’에 있다. 동전주란 가격이 1달러(1000원)에 미치지 않는 낮은 가격의 가상통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등 주요 가상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 저자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투자금이 몰리면 일시에 가격이 크게 뛸 수 있어서 투자자들은 숨은 동전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명 ‘내가 찾은 동전주, 지폐 만들기’ 열풍이다.

리플은 성공한 동전주의 전형이다. 지난 2012년 만들어진 뒤 수년 동안 1달러를 넘지 않았던 리플은 지난해 12월 말 가격이 급등하며 8일 3.82달러까지 치솟았다. 한때 시가총액 2위였던 이더리움을 넘어 시총 2위 자리까지 오르며 동전주의 반란을 보여줬다.

그러나 동전주는 성장 여력만큼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말 그대로 ‘동전의 양면’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1세대, 2세대를 대표하는 가상통화는 거래량과 가격이 일정 궤도에 오른 편이지만 동전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오히려 펀더멘털과 기술적인 면에서 부풀려진 가상통화에 거액의 투자금이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가상통화 프로젝트에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인 찰스 호스킨슨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통화)들이 지난 몇 주 동안 전례 없는 속도로 급증했다”면서 “이 중 펀더멘털이 없거나 훌륭한 기술이 없는 가상통화는 곧 메이저 가상통화라는 벽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그중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정말로 안전한 통화일까?

비트코인의 강점은 그 안전성에 있다. 보안이 강력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할 뿐만 아니라 채굴에 있어서도 복잡하게 암호화된 문제를 풀어야 성공할 수 있다. 거래와 생성 모두 보안이 높기 때문에 위조는 물론 전체의 50% 이상이 동시에 움직여야 거래가 이루어져 해킹 위험에서도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다른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보다 수십만에서 수백만 배의 성능을 자랑하는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는 비트코인 채굴에 필요한 복잡한 문제를 손쉽게 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MIT에서 발행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채굴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특정 양자 컴퓨터가 전체 채굴능력의 50% 이상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 양자컴퓨터를 통한 비트코인 해킹 위험이 불거지는 이유다.

물론 가상통화도 세대를 바꿔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고안한 비트코인은 1세대 가상통화로 자리 잡았고 2세대 이더리움을 거쳐 현재는 에이다, 아이오타 등 3세대 코인이 주목받고 있다. 3세대 가상통화는 이전 세대에 비해 블록 트랜잭션 등 개선된 성능을 특징으로 하며 기존 가상통화의 포크 방식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허나 분명한 것은 현재로서 가상통화의 미래는 낙관과 비관이 한데 얽혀있으며, 누구도 그 끝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