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에서 시작된 관심이 인공지능 전반에 대한 놀라움으로 번졌다.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무엇을 보았고, 또 어떤 꿈을 꿀 수 있을 것인가. 기술에 대한 소소한 담론이 아닌, 감정의 교류까지 전제한 인공지능 패러다임의 핵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은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정적 교류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의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인공지능에 따른 기술적 격변을 알아야 할 순간이다. 아니, 준비할 때가 왔다.

클라우드부터 알아보자

최근 글로벌 ICT 업계 이슈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구글과 시스코의 협력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과 시스코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클라우드 합종연횡을 단행,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에 대항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시스코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이고, 구글은 모바일 시대 안드로이드 패권을 확보한 신참자다.

이들이 사상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재의 상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웹의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가 시작된 후, 글로벌 ICT 업계의 판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하드웨어의 중요도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설명이 맞다. 구글과 애플이 주인공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동맹군을 이끌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오픈된 양적 팽창을 이뤄냈고, 애플은 독자적 iOS 생태계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명사인 아이폰을 활용해 ‘나만을 위한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시대는 모바일에서 다시 초연결 생태계로 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남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시너지를 일으키는 새로운 개념의 ICT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모바일 혁명을 이끌었던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대목도 초연결 시대의 패권다툼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이제 모바일 중심의 ICT 생태계로는 기업의 최종목표인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서 구글과 애플의 양강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글과 애플을 포함해 다양한 ICT 기업들이 특유의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며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자상거래의 아마존과 알리바바, O2O(Online to Offline)를 내세운 중국의 ICT 기업 등 초연결 패권을 노리려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어디에서 싸움을 시작했을까. 클라우드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인공지능에 연결되어 각 사물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개념을 인정한다면, 클라우드야말로 초연결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구글과 시스코의 만남은, 초연결 시대의 패권경쟁이 시작된 후 전초전격인 클라우드 시장의 합종연횡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알짜배기’인 기업용 클라우드는 AWS 천하다. 아마존은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AWS 매출은 45억80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아마존 전체 매출의 1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11억7000만달러에 이른다. 또 알렉사 스킬을 2만5000개까지 늘리는 등 강력한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의 파생 라인업을 5개나 늘려 촘촘한 거미줄 전략까지 구사하고 있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세상 곳곳에 심어두기를 원한다. 당연히 인공지능 알렉사와 AWS는 선순환 생태계의 도구와 목표가 된다.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찌감치 손을 잡기도 했다. 올해 말을 목표로 인공지능 알렉사와 코타나를 통합해 알렉사에서는 코타나를, 코타나에서는 알렉사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담겨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MS는 코타나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인보크를 하만카돈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각자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전격적인 결합을 추구한 결정적인 이유는 클라우드부터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의 강화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업계에서는 클라우드에서 시작된 구글과 시스코 연합, 아마존과 MS의 합종연횡을 초연결 생태계의 진영싸움으로도 이해한다. IT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M. 머피는 “초연결 생태계 경쟁의 첫 싸움은 클라우드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여기서 승리하는 사업자가 이후 패권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퀴즈쇼에 등장한 IBM 왓슨. 출처=픽사베이

클라우드 찍고, 이제 인공지능으로

물론 초연결 패권다툼이 클라우드 시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시적 관점으로 보면 클라우드를 비롯해 인공지능, 초연결 등 다양한 전장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전반에 도전장을 내미는 플레이어의 로드맵도 모두 제각각이다. 시작은 클라우드지만, 이제 시선을 인공지능 자체로 옮겨올 필요가 있다.

구글을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를 통합하는 수직계열화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홈 등 다양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는 이유다.

▲ 구글 어시스턴트. 출처=픽사베이

구글의 인공지능 전략은 스마트폰의 인공지능을 넘어 ‘입’ 역할을 하는 지능형 가상비서의 모든 것을 장악하려고 한다. 사용자 주위(증강현실)와 객체를 인식(이미지 검색)하고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얼굴인식) 있는 기능을 추가할 뿐 아니라, 사용자의 감정(얼굴인식, 음성분석)과 행동(맥락인식)까지 이해하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지향한다. 또 관련 정보나 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눈’의 시각 정보와 기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뇌(AI 칩셋)’를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인공지능 비서 지원 스마트폰(AI Powered Smartphone) 시장에서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45.9%로 애플의 시장점유율 41.4%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을 강화하는 대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만의 HTC 스마트폰 사업부 인수를 통해 일종의 수직계열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이를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구글 의존도가 높은 제조사들은 조금씩 구글이 그린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찍부터 인공지능 기술력에 역량을 집중했던 IBM은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을 의료계에 적극 접목하는 방식으로 나섰다. IBM은 암 진단과 치료를 돕는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와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를 돕는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 2가지 의료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이미 의료현장에서 활용하는 중이다. 브렛 그린스타인(Brett Greenstein) IBM GMU 비즈니스혁신 정보기술 부사장은 “왓슨이 IBM의 심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BM 인공지능은 국내 병원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등 6개 병원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의료 기술혁신과 공공성 강화 목적으로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물론 일각에서 그 기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지만, IBM 왓슨의 능력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아이폰의 애플도 시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플랫폼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폰을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삼아 시리 중심의 인공지능 생태계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 애플 최고운영자(COO)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아이폰이 바로 주요 인공지능 플랫폼”이라면서 “우리는 우리가 보유한 프레임워크, 아이폰과 애플워치(Apple Watch)에 탑재한 ‘인공신경망(Neural Engines)’을 미래의 거대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 애플 시리. 출처=픽사베이

나아가 그는 “우리는 온디바이스 컴퓨팅과 인공지능 잠재력을 결합해 진정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애플의 인공지능은 비식별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헬스케어 부문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인공지능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알렉사를 담은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통해 이미 선두주자의 지위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나아가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최근 “아마존이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함께 신규 인공지능 연구소를 오픈할 계획이다”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마존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지능형 시스템 연구소의 ‘사이버 밸리 프로젝트(Cyber Valley Project)’에 향후 5년 동안 125만유로(약 16억6000만원)를 투자하고 지능형 시스템 연구소에 100명의 머신러닝 엔지니어가 근무하는 연구소를 개설한다는 청사진까지 공개했다. 강력한 클라우드 경쟁력에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렉사 등을 각 상황에 맞게 포진하는 전략이다.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력에 관심이 많다.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팩토리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페이스북 등을 위시한 SNS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술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도 눈부시다. 포털 업체 바이두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연구를 하는 분야를 4개로 분류해 체계적인 인프라 강화에 나서고 있다. 첫째는 기초업무기능이다. 음성검색과 이미지 식별, 번역과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바이두 모바일이나 두미(인공지능비서), 바이두 이미지 등 주요 상품에 자사의 인공지능기능을 탑재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주요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모델로 O2O 산업의 활용이다. 데이터 확보를 통한 인공지능의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관련이 있다. 세 번째는 전통산업분야다. 인공지능은 전통산업이 포괄적으로 산업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금융 산업이 대표적이다. 바이두 금융상품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미지 인식, 위험 관리 기술 등을 운용하면서 신용관리 상품을 만든다. 네 번째는 신흥기술 산업이다. 인공지능은 무인차나 지도 등 첨단기술과 미래도시에서도 사용된다. 앞으로 바이두는 인공지능을 스마트행정, 스마트도시, 스마트교통 등 공공산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모바일 메신저와 게임업계 큰 손인 텐센트는 인공지능 분야에 가장 늦게 입문했지만 위챗 데이터를 기반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받는다. 행보 자체가 빠르다. 텐센트는 실리콘밸리의 기계학습(머신러닝) 업체인 펠리시스 벤처스(Felicis Ventures), 딥보트(Diffbot)에 1000만달러(약 112억원), 빅데이터 바이오 회사인 아이카본엑스(iCarbonX)에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여기에 신용정보회사, 웨이종은행, 차이푸동의 안면식별에도 바이두의 인공지능이 이용하고 있다.

알리바바도 있다. 지난 2015년 6월 폭스콘과 함께 일본 소프트뱅크(Soft Bank) 산하에 있는 SBRH에 7억3200만위안(약 1233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력을 키우는 한편 인공지능 전반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단행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빅스비의 삼성전자를 필두로 인공지능 시장이 커지고 있다. 통신사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 하드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삼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최근 동향은?

인공지능 분야의 혁신적인 논문이 등장하고 이러한 논문들을 실제 구현 가능하게 하는 컴퓨팅 인프라(클라우드와 GPU 등)도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면서 인공지능은 최근 5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0년을 전후로 알고리즘, 컴퓨팅,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부터 알파고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대한 연구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강화학습 분야의 발달로 인해 인공지능은 이제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을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우치며 알아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딥마인드와 같은 주요 인공지능 연구소는 향후 제품이나 서비스 탑재를 목적으로 강화학습 기반의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구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학습된 지능을 다른 인공지능에게 이식하거나 학습 방법을 단순화하는 등 데이터나 컴퓨팅 파워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최근 5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지능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인간처럼 계산(Computing like Human)’하는 지능을 넘어 ‘인간처럼 생각(Thinking like Human)’하는 지능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세계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을 얻기 힘든 이유로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로 인공지능의 근본 기술과 선행연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기초와 응용분야가 조화된 교육을 실제 사업에 적용해볼 수 없는 커리큘럼의 한계와 인공지능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비, 컴퓨팅 자원 등 환경이 부족하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