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1956년에 처음 등장했다. 물론 제안에 그쳤다. 인공지능은 컴퓨팅 환경의 한계로 기술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전자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60년이 지난 오늘날에야 이론에 머물렀던 기술을 실현화하고 있다.

미국 IT 기업은 최근 인공지능 개인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다.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기업들도 발 빠르게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인공지능 삼국시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 국내에는 IBM 왓슨(Watson) 기반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도 등장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도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로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삶에서 전기처럼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 분야가 최근 5년간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지능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

“인간과 인공지능의 교감, 조심스럽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이나 전자인간이라는 주체적인 존재가 등장해 인간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전망한다. 그는 “인터넷의 발전이 사이버공간, 전자공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공간 기반을 만들었지만 물리 형태의 공간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 사물인터넷,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념이 초기 등장했을 때 인간이 가상 세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IT기술은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의사소통을 돕는 수단으로 발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범위를 넓혀 보면 답이 나온다. 세계 역사를 보면 인간은 망치, 자전거, 커피메이커와 같이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했을 때 이를 도구의 개념으로 활용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도 이와 같이 인간이 하기 어려운 계산, 인식 등의 영역에서 일을 시키거나 돕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IT기업들이 선보이는 스마트 스피커도 인간이 명령이나 질문을 인식해 서비스를 수행하거나 답변을 제시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완벽한 음성 인식이 어렵거나 사용자의 정확한 의도를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인간(사용자)이 바둑이라는 규칙에 최적화하는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인간과 교류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바둑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게 이경전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미래는 모르는 법이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면 인간이 설정한 환경이나 시스템상에서 관련된 서비스 형태로 발전한다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인간과 기계가 감정을 교류하는 수준은 현재로서 상상이나 공상의 영역이지 과학의 영역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인간처럼 교류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자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인공지능 감정 교류, 시간이 필요하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인공지능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인간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안면인식이나 목소리를 구분하는 등 인간의 감정까지도 기계학습(머신 러닝)하는 수준이지만 인간은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표정, 말투, 행동 등의 형태로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축적하고 확보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과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이나 말투, 행동들의 관계를 정확하고 정교하게 모델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감정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까지 추가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승훈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소에서는 영화나 오디오북 등에서 감정 학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인간과 인공지능 감정 교류가 언제쯤 가능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