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약 400명의 억만장자(자산 1억 달러이상 보유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 중에서 자산 1위, 2위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马云) 회장, 그리고 중국 완다그룹(万達集團)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마 회장과 알리바바에 비해 상대적으로 왕 회장은 숨겨진 듯한 느낌이 있지만 완다그룹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에 기반한 유통-물류 시스템의 통합에 집중하고 있다면 완다그룹은 영화 및 미디어 시장 영역 확장에 집중하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그룹인 미국의 디즈니(Disney)를 목표로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업계의 ‘큰 손’이 되고 있는 중국 완다그룹. 그들의 경쟁력과 방향성은 과연 무엇일까? 

중국 최고의 부동산 기업, 콘텐츠 산업을 주시하다  

완다그룹은 부동산 기업으로 1988년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그룹의 부동산 사업은 주력 계열사인 완다상업부동산(万达商业)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80~90년대 중국 내 부동산 임대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여 몸집을 키운 완다그룹은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상업용지의 거래, 호텔건축 및 운영, 백화점(완다플라자) 운영 등 부동산 역량을 근간으로 한 개발 및 유통사업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의 경제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국민들의 수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왕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고 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한계가 드러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2015년 말부터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부동산 성장도 점점 둔화되기에 이른다. 이에 완다그룹은 경제성장에 따라 장기적 발전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 콘텐츠 사업 분야로 시선을 돌린다. 

중국 내 독보적 입지의 영화 사업체

완다그룹이 문화 사업 분야로 진출은 시도한 분야는 영화관(멀티플렉스) 사업이다. 왕 회장은 중국 전역의 완다플라자에 멀티플렉스 완다시네마를 입점 시키면서, 영화관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박스오피스 시장의 비약적 성장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박스오피스는 2010~2015년까지 연평균 34%라는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전년대비 50% 가까이 성장했다.

▲ 출처= NH투자증권

영화 산업 자체가 투자에 대한 비용회수가 확실한 분야는 아니지만, 완다의 경우 제작투자에서부터 배급, 영화 상영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가 ‘한 번 터지면’ 많은 부분에서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중국에만 있는 독특한 영화 유통구조인 ‘원선(배급사-멀티플렉스 사업자 중계업체)’은 전체 박스오피스 매출의 3~7%를 가져가고 상영관은 50~52%를 가져간다. 원선은 약 270여 개에 이르는 멀티플렉스 사업자들과 영화 배급사의 계약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사업체로 중국의 모든 상영관은 의무적으로 1개 이상의 원선을 통해 배급사들과 거래할 수 있다. 완다그룹은 상영관과 원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중국 1위의 영화 사업자다. 이렇듯 철저한 수직계열화는 박스오피스가 성장하고 있는 중국 영화업계에서 완다그룹이 엄청난 자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원천이 됐다. 2016년 9월말을 기준으로 완다그룹은 영화관 347개 및 3056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완다그룹은 미국 2위 극장업체 AMC, 유럽 최대 극장업체인 오디언&UCI시네마를 인수했다. 또한 단순 멀티플렉스 사업의 인수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도 직접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 1월 완다그룹은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터스텔라’를 만든 미국의 영화제작사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 Inc.)를 인수해 종합 콘텐츠 기업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Legendary Entertainment)를 세웠다. 이로써 완다그룹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중국 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체계적 영화 유통 시스템과 제작 능력, 그리고 엄청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완다그룹 콘텐츠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을 통해 제작된 영화 콘텐츠들을 다시 헐리우드 시장으로 역수출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완다그룹은 미국의 TV프로그램 제작사 딕 클라크 프로덕션(Dick-Clark Produ ctions)을 10억 달러(한화 1조130억원)에 인수할 방침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디즈니는 중국에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한다”

완다그룹의 도전은 콘텐츠를 넘어 테마파크 까지 확장된다. 완다그룹은 지난 5월 ‘중국판 디즈니랜드’ 격인 종합 테마파크 완다시티(万达城)를 개장했다.  

중국 장시성(江西省) 난창시(南昌市)에 들어서는 초대형 테마파크 완다시티는 개장식을 열고 총 부지면적 200만평방미터(660만㎡)에 건축면적 80만평방미터(260만㎡)로 영화관, 수족관, 호텔, 쇼핑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완다시티 입장료는 303위안(5만4천원)으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입장권 499위안(9만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완다시티 개장에 앞서 왕젠린 회장은 중국중앙방송(CCTV)과의 인터뷰를 통해 “디즈니는 중국 본토에 발을 들이지 말았어야 한다”며 “10∼20년 내 디즈니의 중국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디즈니와의 전면 경쟁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