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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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김보배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전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진 가운데 미·중 패권전쟁 여파로 각국의 에너지 자원 무기화 현상까지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에너지와 필수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유가·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천정부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고조되며 원자재 시장이 불안 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의 공급 중단 우려에 가격은 고공행진 하고 있고, 알루미늄과 구리 등 러시아산 원자재 중심 원재료의 공급 부족 압력을 키우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위협,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 공격 시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올해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주요 산유국의 더딘 증산 영향이 겹치며 짧은 기간에 유가가 급등하는 ‘슈퍼 스파이크’에 따라 최고 120달러 돌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에 천연가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8일(현지시간) NYMEX에서 3월 인도분 천연가스 가격은 MMBtu당 4.64달러로 전일 대비 0.36달러(8.31%) 폭등했다. 천연가스 가격은 2월 선물 만기일인 전날에도 약 장중 6.23달러까지 46.5% 치솟으며 일일 상승률 기준 최고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유국이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주공급국인 러시아와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공급중단 우려를 키운 영향이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최근 천연가스 공급분이 전주 대비 2190억ft³(세제곱피트) 줄었고, 전체 비축량은 지난해 수준보다 10% 감소했다고 밝히며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향후 실제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서방의 제제가 현실화하면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이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로 밀, 옥수수, 콩 등 곡물 공급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쌀을 제외한 전세계 곡물 유통량의 약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은행 라보뱅크는 “밀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를 쉽게 줄일 수 없어 초유의 타격을 줄 것”이라며 밀 가격이 두 배까지 뛸 수 있고,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탄·희토류…필수 원재료 수급에도 ‘비상’

원유와 천연가스 외에도 최근에는 광물과 반도체 등 필수산업재가 전략 자원으로 관리되면서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광물자원 대국인 인도네시아와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자국 내 발전용 석탄 재고가 부족해 전력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 전력공사는 내수 석탄 구매가격을 톤당 70달러로 제한하고 있는데, 수출 시 톤당 100달러 이상 거래가 가능해 현지 석탄업체들은 수출을 선호해왔다.

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제한 조치가 ‘제2의 요수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인도네시아에 석탄 수출 재개를 요청하고, 글로벌 공급망 연대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인도네시아의 광물 수출 제한 문제는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인도네시아는 앞서 2019년 말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전면 중단한 사례가 있고, 올해 알루미늄의 원재료인 보크사이트를 시작으로 향후 구리, 주석 등 주요 광물과 팜오일 원유(CPO)도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발전 등 친환경산업에 필요한 ‘영구자석’의 원재료다. 희토류는 대체품을 찾기 쉽지 않고 제련 과정은 까다롭고 환경오염 문제를 초래하는데,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봉쇄에 대비해 중국 외 희토류 상시 비축분을 마련하는 한편 희토류 처리 과정에서 오염도를 낮추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2년 전부터는 희토류 생산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정세 불안 속에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 투자 확대와 협력 관계 구축으로 원자재의 수급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글로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늘며 원자재 수급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며 “투자와 협력사 확대로 수급을 다변화하고, 재고를 늘려 제품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