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지난해 운임 급등을 야기한 물류 병목현상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꽉 막힌 해상 물류의 여파가 하늘길까지 번지며 항공 화물 운임 또한 덩달아 뛰고 있다.

해운운임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 효과로 소비가 크게 증가, 폭발하는 수요를 공급망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수출할 물건은 넘치는데 항만 적체가 계속되면서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선박 회전율은 낮아지면서 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서부 항만 기준 평균 3~4일 걸리던 하역시간은 최근 7~10일까지 늘어났다. 이에 일부 기업은 배를 구하기 어려워 높은 가격을 감당하면서까지 항공기로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보다 42.76포인트 내린 5010.36포인트를 기록했다. SCFI 지수는 3주 연속 소폭 하락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5000포인트대를 유지 중이다.

최근 SCFI지수 추이. 자료=SCFI, 한국관세물류협회
최근 SCFI지수 추이. 자료=SCFI, 한국관세물류협회

SCFI는 2020년 중순까지 2010년 7월2일 1583.18포인트가 종전 최고치였다. 2020년 9월부터 유례없는 운임 상승이 이어지더니 같은 해 11월 2000포인트, 2021년 4월30일 3000포인트, 7월17일 4000포인트, 12월31일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국내 수출기업 주요 항로인 미주 서안 노선은 1FEU당(길이 12m 컨테이너) 7,957달러로, 전주대비 19달러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주 동안 노선은 1FEU당 1만985달러로, 352달러 내렸다.

유럽 노선은 1TEU(길이 6m 컨테이너)당 7,780달러로 전주보다 3달러 하락했다. 호주·뉴질랜드와 남미 노선은 4,552달러와 9,837달러로 각각 58달러, 151달러 내렸다.

업계에서는 세계 주요 항구의 물류 병목현상이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해운운임이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 노선에서 운임이 하락한 것은 현재 글로벌 항만들의 혼잡 상황과는 별개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중국에서의 생산 차질을 야기하는 중국 춘절, 올림픽 개최 등에 따른 일시적인 약세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춘절 전 밀어내기 물량이 줄어들면서 운임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美 서부 항만 대기 선박 99척

현재 세계 주요 항구마다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대기 선박이 워낙 많아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바이든 정부는 서부 항만의 24시간 가동과 터미널 내 9일 이상 적체 시 벌금 부과를 지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미국 서부 항만 주변 내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총 99척에 달한다.

LA항과 롱비치항이 있는 서부 항만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전체 물동량의 3분의 1가량을 소화한다. 지난해 델타·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확산 여파와 트럭 운전 인력 부족 현상 등이 겹치면서 물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의 최대 항구인 옌톈항은 항만 적체 이슈 해소를 위해 야드 내 컨테이너 투입량을 제한했다. 그러나 영국의 해운·조선 전문 일간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70여척에 달하는 화물선이 대기 중이며 중국 상하이와 닝보에서는 82척의 컨테이너선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1년간 북미 항만 혼잡도 지수. 자료=씨인텔리전스
최근 1년간 북미 항만 혼잡도 지수. 자료=씨인텔리전스

덴마크의 해운전문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수개월째 이어진 서부 항만의 병목현상으로 최근 북미 항만의 혼잡도 지수는 40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혼잡도 지수는 25로, 1년 만에 60% 증가했다. 혼잡도 지수는 숫자가 클수록 항만의 체선이 심하다는 뜻이다.

유럽 항만 혼잡도도 4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전년 동기 지수가 2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8% 뛴 수치다.

또 극심한 항만 혼잡으로 대부분의 컨테이너선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인텔리전스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북미 서안 항로의 정시성은 10.1%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씨인텔리전스는 “물류대란으로 빚어진 세계 항만 혼잡·공급망 병목 현상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적체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면서 올해 해상 운임은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기업 56% “내년까지 물류대란 이어질 것”

급등한 해운운임은 항공 화물 운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복부족과 운임부담, 병목현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들이 항공 화물로 눈을 돌리면서 항공 화물 운임도 덩달아 급등한 것이다.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1kg당 12.7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홍콩(아시아)과 미국을 잇는 이 노선은 항공화물 물동량이 가장 많은 대표 노선이다. 홍콩~북미 월평균 운임은 지난해 ▲6월 7.89달러를 시작으로 ▲7월 7.90달러 ▲8월 8.64달러 ▲9월 9.74달러 ▲10월 9.94달러 ▲11월 11.54달러 ▲12월 12.72달러로 상승세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장기화에 접어든 물류난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해상·항공 물류 지원을 받은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국내 수출기업의 56%는 물류대란이 2022년 하반기 또는 2023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임시선박·물류비·인프라 지원나선 정부

정부는 민관과 함께 수출입 물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선박 투입과 물류비 지원, 물류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포스코(005490)·현대글로비스(086280)·대한항공(003490)의 중소 화주 화물 해외 운송 지원 사업을 올해까지 연장해 시행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주 등 주요항로에 매달 4척 이상의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물류비 지원 규모를 320억원으로 상향, 상반기 물류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융자 1,5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수출입 기업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호’가 광양항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우선 이달부터 정기선박의 주간 단위 중소화주 전용 선복량을 지난해 550TEU에서 900TEU로 확대 배정한다. 특히 운송 수요가 높은 미 서안항로 정기선박에는 680TEU를 지원하고 동안항로와 유럽에는 각각 50TEU, 동남아는 120TEU 규모로 배정한다. 정기선박은 운항 스케줄의 변동성이 낮고 운임이 저렴해 중소기업의 운송계획 안정화와 운송비 부담이 경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해외공동물류센터를 신규로 개소한다. 수출기업이 저렴하게 화물을 보관할 수 있도록 올 상반기 내로 로테르담항, 바르셀로나항,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항 등 3개소에 공동물류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국제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09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무역협회는 HMM(011200), 포스코, SM상선, 고려해운 등과 협력해 수출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HMM은 이달부터 미주향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월 4회로 증편했다.

코트라(KOTRA)는 항만 정체 등으로 물류난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삼성SDS와 손잡고 2월부터 물류지원서비스를 확대한다. 코트라는 삼성SDS가 이미 확보한 미주 서안·동안, 북유럽 지역 고정 선복 중 일부를 중소기업 전용선복으로 지정해 지원하며 대안항구 물류 또한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