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화승의 부실경영으로 비판을 받은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산은 PE)가 회생절차에서 다시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산은PE의 대주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판매대리점 등 채권자와 사이에 법적공방을 예고 하고 있다. 

1일 <이코노믹리뷰>가 입수한 화승의 시부인표에 따르며 산은PE가 화승으로부터 회수해야 할 채권은 804억원이다.

시부인표는 채무자 기업이 인정하는 채무금액과 부정하는 채무금액을 정리한 목록이다. 화승은 시부인표에서 산은PE의 채권 804억원을 모두 인정했다. 산은PE가 화승의 운영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권이 이 채권의 근거다. 

산은PE가 화승에게 받을 돈으로 신고한 804억원은 화승의 전체 채권자 가운데 단일채권으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산은PE가 다시 화승의 대주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승이 출자전환을 단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절차에서는 기존 주식은 소각시키거나 감자하고 채무의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일부는 주식으로 갚는 회생계획이 일반적이다.  

산은PE의 기존 주식은 감자나 소각되더라도 이같은 출자전환으로 대주주 지위가 생기는 셈이다. 화승의 대표 브랜드가 매각되면 그 매각금액이 산은PE에게 많이 배당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역시 채권의 비율이 높아서 생긴 결과다.

산은PE는 화승에 대해 보통주와 상환전환우선주를 포함해 99.64%의 주식을 보유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산업은행 사모펀드(PE) 관리 실태 특정감사’에서 산은PE의 화승경영에 대해 '경영이 미흡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부실경영 비판을 받는 산은PE가 다시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는 채권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사정은 이렇지만 산은PE가 주주가 아닌 채권자의 지위에서 행사하는 권리는 제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리점 등 상거래 채권자와 원재료 채권자들은 각자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산은PE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찾고 있다. 

파산법조계 한 관계자는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자가 회수해야 할 채권액에 상응하도록 공평하게 채권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경영의 책임이 있는 주주의 주식이 징벌적으로 소각되는 것처럼 경영에 책임 있는 채권자의 채권도 다르게 취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채무자회생법에는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대여한 돈은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취급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자회생법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자를 특수관계자로 규정하고 있다. 

채권자들은 우선 화승의 법정관리인이 만든 회생계획안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화승의 회생계획안은 브랜드와 판권이 매각된 후 나올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화승의 회생계획안 제출시한 연장신청에 대해 기존 8월 19일에서 9월 19일까지로 제출시한을 연장했다.   

화승의 시부인표에 따르면 담보채권자들과 일반채권자들이 받을 돈으로 신고한 금액은 약 4009억이다. 회승은 이 가운데서 약 1828억의 빚은 인정하지 않았고, 약 2180억의 빚은 인정했다. 

사진=네파 홈페이지

◆ MBK 투자 네파와 비교해 보니...도드라지는 산은PE 부실경영

화승이 다시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간 부실경영의 행태가 새삼 문제 되고 있다. 특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네파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두 패션기업이 비교되고 있다.

화승과 네파는 패션기업에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위기시 대응전략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국내 의류기업인 독립문으로부터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후 경영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하기 시작했다. 

영업흑자는 2014년 1182억원을 정점으로 기록한 뒤 급감했다. 2016년에는 영업이익이 385억원까지 하락하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이 때문에 의류업계에서는 네파가 MBK파트너스의 ‘미운 오리새끼’로 알려졌다. 

이 무렵 네파의 경영진은 태세를 전환했다. 외형을 확대하기보단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네파는 이월상품 재고를 소진하는 전략에 집중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네파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1508억원으로 전년보다 15.7% 감소했고, 판매관리비는 1722억원으로 1% 줄었다. 매출 감소에도 원가율이 같은 기간 91.4%에서 87.1%로 4.3%포인트 낮아져 수익 개선이 개선된 셈이다. 2015년부터는 '스타일리쉬 아웃도어'를 표방하며 패션브랜드 이미지로 마케팅을 펼친 것도 실적개선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6년 3337억원이었던 회사의 매출은 2017년 3862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매출은 3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82억원으로 같은 기간 44.5% 증가했다. 이에 영업이익률도 이 기간 8.6%에서 13%로 4.4%포인트 상승했다. 순이익은 120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화승은 어땠을까? 산업은행과 사모펀드가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투자합작회사는 지난 2015년 경영참여 형태로 화승을 인수했다.

화승도 네파와 마찬가지로 인수직후 실적이 악화됐다. 회사의 매출액은 2015년 3047억 원에서 2년 새 2673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액은 38억 원에서 256억 원으로 늘었다. 

화승은 네파와 같이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의류업계에서는 화승의 경연진이 스포츠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전략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산은 PE가 화승의 재무구조를 개선했지만 업황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산은PE가 인수한 이듬해 500억원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회사의 현금흐름은 플러스로 전환됐다.

구조조정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재무개선 전략이 화승의 몰락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화승이 금융부채를 상환하는 데 급급해 R&D나 마케팅 전략에는 투자를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회생절차를 밟는 화승의 채무에 금융부채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 관련 인사의 낙하산 취업도 문제였다. 

화승 PE의 대주주 가능성에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 부채를 상환하더라도 만기가 도래한 채무와 그렇지 않은 채무를 구분해 전략적 상환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마케팅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보은인사와 함께 전환사채와 어음 발행으로 경영을 했다는 것은 국책은행의 투자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