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중국과 일본 기업이 르카프 화승의 또 다른 브랜드 ‘케이스위스(K-Swiss)’ 판권을 두고 인수전을 벌인다. 

30일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홍콩 증시 상장사인 중국 엑스텝인터내셜홀딩스(엑스텝홀딩스)가 케이스위스 소유권에 이어 판권에 대해서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스위스는 지난 2013년 이랜드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패션 상장사로부터 인수해 보유한 브랜드다.  화승은 이랜드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2022년까지 케이스위스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스위스는 최근 매각이 확정됐다. 이랜드는 지난 5월 케이스위스를 매각하기 위해 엑스텝홀딩스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가는 2억6000만달러(한화 약 3000억원).

엑스텝홀딩스는 중국 스포츠 브랜드 엑스텝(Xtep)을 보유한 전문 스포츠웨어 기업이다. 엑스텝은 중국 내에서 독점 유통권을 가지고 62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등 방대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엑스텝홀딩스가 케이스위스의 인수를 확정하면서 회생을 신청한 화승의 판권에도 관심을 가졌다”며 “현재 엑스텝홀딩스가 화승의 회생절차 매각주간사인 삼일PwC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엑스텝이 케이스위스의 소유권을 갖게 된 만큼 판권에도 관심을 갖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며 “판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8월 경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랜드도 8월까지 엑스텝홀딩스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화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케이스위스 판권 매각에 대해서는 매각주간사가 관장하고 있어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르면 8월 정도에 매각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대형 종합상사도 눈독

여기에 일본의 한 기업도 케이스위스의 판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은 1949년에 설립된 회사다. 도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식료품, 소비재, 화학제품, 선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업을 하는 대형 종합상사라고만 알려졌다. 

경쟁구도를 갖춘 만큼 회계업계는 매각주간사가 법원에 스토킹 호스(Staking-horse) 방식의 매각절차를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토킹 호스는 먼저 여러 조건을 걸로 예비인수인과 가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공개매각을 거치는 회생절차 매각방식이다. 케이스위스의 판권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경우 케이스위스의 소유권을 취득할 엑스텝이 조건부 예비인수인이 되고 일본 기업이 공개매각절차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파산법조계의 분석이다.  

케이스위스의 판권 매각가는 국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추정매출가의 등을 감안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케이스위스의 브랜드를 달고 향후 10년간 국내 판권을 유지했을 때 약 1조 4000억원의 매출총액이 추산된다. 또 회계업계가 이 기간 추산한 매출원가는 약 5867억 2500만원이다. 앞으로 10년간 케이스위스의 매출총이익이 약 8133억원이 되는 셈이다. 

◇ 점포주들 ‘불안 불안’... 화승 “판권 팔려도 판매 지장 없어”

판권의 내용은 국내 영업망이다. 케이스위스의 판권 매각이 구체화되면서 대리점 등 점포주들은 한때 동요하기도 했다. 판권이 외국 회사로 넘어가면서 판매지위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

화승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누가 판권을 인수하더라도 이미 갖춰 놓은 판매망을 훼손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화승 관계자는 “독점 판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곧 국내 판매방이 잘 구축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누가 판권을 인수하더라도 2022년까지 판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화승 계속기업가치 산출...파산 면해

화승은 머렐과 케이스위스의 판권이 매각되는 대로 매각대금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화승의 채무는 총 2183억 6700만원이다. 이 가운데 담보채무가 102억 6600만원이다. 

<이코노믹 리뷰>가 입수한 화승의 1차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승의 계속기업가치는 776억4800만원이고 청산가치는 569억8800만원이다.

조사위원 삼일회계법인은 “화승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206억 6000만원 초과한다”며 “화승이 파산하는 것보다 회생절차를 통해 계속 사업을 해나가는 것이 경제성 있다”고 밝혔다. 

화승이 영업이 계속할 경우 회사는 담보 채권자에게 채무 100%를 갚을 수 있고, 상거래 거래처 등 일반 채권자에게는 약 13.3%~13.9%를 갚을 수 있게 된다. 

동양고무공업의 ‘기차표’ 고무신으로 알려진 화승은 1986년 르까프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회사는 1995년 케이스위스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판매를 다각화했다. 지난 2016 년 사드여파로 중국 방문객들이 급감하면서 케이스위스의 부진이 장기화 됐다. 여기에 경쟁업체와 과도한 경쟁, 매출 부진 속 라이선스료 지급 등이 원인이 돼회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회사는 지난 2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