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 행사 포스터. 출처= 화승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진 르카프 화승이 최대 협력업체의 희생아래 아슬아슬한 법정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리점과 협력업체들이 화승의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정치권도 산업은행의 책임론을 거론할 전망이다.

26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화승이 전국 대리점 등 중간관리자의 판매수수료 일부를 지급하는 회생채권조기변제 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화승의 이번 조기변제 허가신청은 지난 2월 19일 대리점에 대한 지급에 이어 두 번째다. 

회생절차에서 개시결정을 받은 회사는 중요 지출에 대해 반드시 법원의 허가결정이 있어야 한다. 화승이 법원에 지급허가를 요청한 금액은 약 16억원으로 알려졌다. 중간관리자들이 화승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수수료는 총 88억원에 달한다. 화승은 중간관리자들에 대해 지급할 판매수수료를 순차적으로 나누어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파산법조계는 회생법원이 화승의 지급허가 신청에 대해 곧 허가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화승의 회생절차에 관여하는 한 변호사는 “중간관리자의 판매 매출은 화승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이 판매를 멈출 경우 화승의 회생절차는 더 진행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는 곳은 역시 화승에 물건을 납품한 제조업체들이다. 이 가운데 대표채권자인 의류제조업체 MSA는 회생절차 중에도 여전히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초기 언론을 통해 화승과 주주인 산업은행 PE에 대한 비판목소리도 중단한 상황이다. 업계는 납품중단이 곧 화승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MSA는 이번 조기변제에서도 제외됐다. 

이는 화승의 현금 보유 규모 등을 고려해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MSA가 화승으로부터 받지 못한 납품대금은 약 187억원이다.

대리점들의 상황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대리점들은 지난 3월 2일 대전의 한 백화점에 모여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날 모인 대리점들은 미지급된 판매수수료의 수령문제와 브랜드 가치의 보존을 분리해서 회생절차에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화승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화승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후 일부 고객들이 제품을 땡 처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계속 영업을 위해서라도 화승이 파산이 아닌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과 브랜드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니저와 대리점으로 이뤄진 중간관리자들은 전국적으로 600곳에 이른다. 앞서 화승은 이들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어음으로 지급해왔다. 이들은 지급받은 어음을 배서 등을 통해 현금화해 직원의 임금과 운영비로 사용했다. 화승이 부도가 나면서 이들이 배서한 어음은 모두 빚이 됐다. 중간관리자들 중 일부는 부도 처리된 어음의 상환을 위해 신용대출 받거나 개인회생 등 개인 도산절차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승 관계자는 “회사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분할해 납품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승의 신청대리인은 법무법인 지평(권순철 변호사외 3)이 맡고 있으며 법무법인 리앤킴(김남성 변호사)이 화승의 최대 협력업체인 채권자 MSA의 신청대리를 맡고 있다. 

법무법인 리앤킴의 김남성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경영실패에 책임 있는 산업은행 PE를 대표 채권단 지위에서 박탈해야 한다고 회생법원에 주장, 이를 관철시켰다.

이외 법무법인 대율(안창현 변호사), 법무법인 채운, 변호사 신훈섭, 법무법인 화우가 화승의 채권자들을 각 대리하고 있다.

정무위 “산업은행 안일한 경영 했나”

제조업체와 대리점들이 화승을 힘겹게 연명시키는 가운데 정치권이 산업은행 책임론을 다시 거론할 예정이다.

정무위 소속 여당의 한 의원실이 화승의 대리점들을 상대로 피해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사실상 산업은행 사모펀드의 화승에 대한 경영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산업은행 사모펀드(PE) 관리 실태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승은 산업은행과 KTB PE(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사모투자합작회사가 100%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화승의 안일한 경영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당장 MBK파트너스가 공격적 경영을 감행하고 있는 네파와 비교가 된다는 것이다. 

화승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회사의 경상연구개발비는 394만2000원(2015년), 120만3000원(2016년)이었고 2017년에는 고작 34만5000원이었다. 사실상 연구개발을 포기한 셈이다. 반면 2012년 사모펀드 MBK가 인수한 네파의 경상연구개발비는 아웃도어 업계의 불안한 전망에도 2016년 40억원, 2017년 30억원에 이른다. 

정무위 소속 여당측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오는 금요일(29일) 정무위 전체회에서 화승의 법정관리를 거론할 예정”이라며 “화승의 부실 경영에 대해 산업은행의 귀책사유가 없는지 국회차원에서 따져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