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대학교 졸업과 구직이 겹치는 2월과 3월을 이른바 ‘취업 보릿고개’라고 부른다. 졸업자들이 대거 배출되는 시기지만 구직활동이 어려운 현 세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최악의 취업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지난해 수출 지표는 고무적은 흐름을 보였으나, 여전히 체감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기업의 투자도 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률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의 실업자는 모두 102만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한 가운데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치솟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가운데 43만5000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1.6%에 육박한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업의 신규채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3%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깜짝 경기부양도 있었으나 이를 신규채용으로 끌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른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이 벌어지며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크게 줄이는 한편, 채용에도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현상도 실업률 상승의 원인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공무원 시험에 나서는 인원은 모두 실업자로 잡히기 때문이다.

‘대졸자 홍수 현상’도 높은 실업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CNBC는 2월 8일 OECD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졸자 인구 비율은 46.9%”라면서 “OECD 국가 중 4위”라고 보도했다. 대졸자가 많아지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자연스럽게 실업률도 올라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 대졸자 실업률은 2013년 3.1%에서 지난해 3.8%로 올랐고 여성 대졸자도 같은 기간 3.4%에서 4.3%로 급격하게 올랐다.

장년층과의 취업경쟁도 청년층 취업률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며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장년층이 취업시장에 대거 유입하면서 청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청년층 취준생들이 좌절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작동하는 취업장벽이다. 이른바 SKY대 출신에 가점을 주고 임직원 자녀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는 특혜는 ‘현대판 음서(蔭敍)제도’로 청년층을 울리고 청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등 이른바 ‘신의 직장’을 중심으로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취업특혜를 받는 사례가 적발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당하지 않은 부의 대물림, 취업자 사기 저하 등 치명적인 폐해를 일으키는 현대판 음서제도는 청년층이 중시하는 ‘공정성’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적폐임이 드러나고 있다.

기업 경기와 대졸자 홍수 현상, 장년층과의 경쟁 등 대표적인 청년 실업률 문제의 해결에는 이른바 ‘정공법’이 답이 될 수 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현대판 음서제도다. 이는 부패, 법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